• "노동자들이 한강으로 뛰어든 까닭은?"
    By tathata
        2006년 11월 28일 03: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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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여명이 해고된 KTX여승무원들에게는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경찰의 질의회신서 한 장으로 1천7백여명이 해고된 삼성에스원에 대해 언론은 아무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당한 집회나 1인 시위를 하더라도 삼성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고,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삼성은 당장 투쟁을 접으라며 압박하고, 저희를 미행합니다. 분한 마음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한강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멈춘 28일 오전 11시. 어제보다 한층 더 추워진 날씨에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이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삼성에스원 해고자 12명이 ‘부당해고 철회’와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서울 마포대교 북단 한강 둔치에서 남단 여의도 시민공원까지 약 1시간가량을 한강을 헤엄쳐 건너는 일이 발생했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회원 12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준비운동을 한 후, 오전 11시 15분경에 한강으로 입수했다. 그리고 차가운 물을 가르며, 한강을 건넜다.

    이들 가운데 김완길(36) 씨와 정상락 씨(32)씨가 갑작스럽게 엄습하는 마비 증상과 저체온 증상으로 119 구급차량에 긴급 후송됐다. 나머지 9명 또한 한강에서 나온 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추위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나온 건설연맹 조합원들이 급히 모포로 온몸을 감싸주웠으나,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삼성에스원 해고자 10여영은 28일 오전 11시에 서울 마포대교 북단 한강 둔치에서 남단 여의도 시민공원까지 약 1시간가량을 헤엄쳐 건넜다.
     
     

       
    ▲ 한강을 헤엄쳐 나온 노동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차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까지 보안기계 경비회사인 삼성에스원에서 ‘세콤’ 기기를 판매하는 영업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지난 8월에 경찰청이 “영업전문직 업무는 기계경비업무의 일부에 해당되기 때문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경비업법상 불가하다”는 유권해상을 내린 후 해고되었다. 당시 해고된 노동자는 1천7백여명이었다. (<레디앙> 10월 19일자 기사 – ‘경찰 유권해석에 노동자 1,700명 해고’ 참조)

    삼성측은 경찰청의 유권해석이 불법이라고 밝혀진 만큼 영업직 노동자들과 ‘계약해지’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경찰청 또한 그동안 경비업체가 판매직 노동자를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해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역시 발을 빼고 있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노동자들을 구조조정 하기 위해 경찰청에 질의회신을 했다”며, 삼성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 ‘사전작업’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1천7백여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해고되었지만, 정작 이들을 해고시킨 사용자와 주무관청이 모두 ‘나 몰라’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고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극한 투쟁’ 밖에 없었다.

    삼성은 이들에게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임원을 희화화하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삼성이 해고를 주도했다는 등의 삼성을 규탄하는 발언을 금지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사실상 이들이 ‘합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차단된 셈이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전 6시에 양재동 화훼단지에 위치한 40여미터 높이의 세콤 대형 광고판에서 7시간 고공농성을 벌인데 이어, 이날 두 번째로 기습시위를 벌인 것이다.

       
    ▲ 삼성에스원 해고자들이 뛰어든 마포대교 북단은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처음 나타난 곳이다.
     
     

    2년이 넘도록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회의 이상진 대표는 “6백일째 접어드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고강도 투쟁을 하면서 친구인 김오근 위원장이 삼성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고 ‘혹시 잘못 되지나 않을까’ 사뭇 걱정이 많이 들었다”며 “그러나 오늘 무노조 삼성 자본에 맞서 싸우는 친구가 자랑스럽다”고 친구를 위로했다.

    삼성에스원 해고자들의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나온 한 조합원은 “마포대교는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나타난 곳”이라며 “노동자들은 악질자본 삼성에 맞서 한강에 뛰어들어 노동탄압 중단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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