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파전이냐 4파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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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28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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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민주노총을 이끌 위원장은 누가 될까"

    내년 1월 중순경에 실시되는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으나, 물밑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의 주요 이슈는 무엇이고, 후보로 언급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민주노총의 이번 선거는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사퇴 이후, 1년이라는 한시적 임기를 맡은 조준호 위원장 체제를 마감하고, 향후 민주노총 3년을 짊어질 실질적인 대표단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안팎으로 민주노총이 직면한 ‘사회적 고립’의 어려움 속에서 이를 타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도 차기 선거의 무게감은 더욱 크다.

    민주노총 선거는 오는 12월 중순에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중앙선관위원회를 구성한 후 곧바로 후보등록 공고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게 되며, 2007년 1월 중순에 대의원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선출된다.

    12월 중순 되야 후보 수면 위로 드러날 듯

    민주노총 선거 후보등록을 한 달여 앞둔 현재 민주노총의 주요 의견그룹에서는 ‘공식적인’ 선거방침을 확정한 곳은 없다. 또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도 아직 없다. 한미FTA와 노동법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는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사진은 지난 8월  19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 현장이다. (출처=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의 국민파를 대표하는 ‘민주노동자 전국회의’는 각 지역 지부에서 추천한 후보를 수렴하여, 오는 12월 중순 경 예정된 중앙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중앙파를 대표하는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도 오는 12월 9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민주노총 선거방침과 후보를 결정하며, 현장파로 분류되는 ‘전국현장활동가조직’(준) 역시 민주노총 선거대응 방안을 놓고 조직적으로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주요 활동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노총 내 각 의견그룹들의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과 후보 결정은 선거 일정이 임박한 12월 중순이 돼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정치조직의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선거 이야기는 ‘물밑에서’ 구체적으로 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파조직이 내세우고 있는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쟁점 ‘위기극복 대안-비정규직-전선체-북핵’ 등

    민주노총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는 이전 선거와는 달리, 특정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는 조용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한국노총과의 관계 단절과 함께 노사정대표자회의 용도폐기를 선언했으며, 임원 직선제를 포함하는 조직혁신안도 이미 모든 정파가 찬성했기 때문에 논란은 한 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의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이슈들이 일정하게 정리가 됐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매우 조용하게고 차분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위기와 비정규직 조직화 방안에 대해 어느 후보가 설득력 있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진보진영 상설 연대체 건설 방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내부에서 ‘전선체 논쟁’과 북핵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민파 “전국회의와 노연의 후보 조정이 관건”

    민주노총의 현 집행부를 배출한 정치조직인 전국회의는 이번 선거에도 수성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찾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이석행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전국회의의 한 관계자는 “전노협부터 민주노총의 건설까지 함께 해온 이 전 총장은 민주노총의 ‘리더십’을 복원할 가장 뛰어난 후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승규 사건’으로 인해 조기 사퇴했으나,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명예 회복의 의미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총장이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전략연구소’(노연)의 새로운 조직인 ‘혁신연대’(가칭)의 후보 전술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 지난 1월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전국회의가 위원장직을, 노연이 사무총장직을 맡았으므로, 차기 선거에서는 이를 반영한 조정이 있어야 된다는데에 상호간 의견일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국회의의 한 관계자는 "전국회의와 노연의 연대 가능성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후보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연 진영에서는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배강욱 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이 거론되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다른 후보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노연은 27일 모임에서 선거방침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중앙파 “범좌파 연대냐 독자 후보냐”

    전진은 이번 선거에서 통합 지도부 구성, 범 좌파연대, 독자 후보의 세 가지 안을 둘러싸고 내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전진은 11월 2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직후 선거방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대의원대회가 12월 1일로 미뤄지면서 선거 논의도 이번 주말에 진행될 예정이다. 내부 토론을 거쳐 내달 9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진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출마 후보군은 지난 민주노총 선거에 출마했던 김창근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 등이다. 전진의 한 관계자는 "이들 후보가 모두 출마의사를 밝히게 될 경우 중앙위에서 경선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파의 정치조직으로 분류되는 전국활동가조직(준)은 최근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방침을 놓고 조직 내부의 논의를 시작했다. 활동가조직은 지난 9월에 ‘계급적 노동운동의 복원과 강화’를 기치로 출범했으며, ‘노동자의 힘’ 회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활동가조직은 민주노총 선거에 후보를 낼 것인지, 혹은 당분간은 현장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인지를 놓고 최근 내부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파 “투쟁에 집중할 것인가 선거에 출마할 것인가”

    활동가조직이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경우에는,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전 울산 동구청장)과 조희주 전교조 정치위원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총이 처해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조직적 차원에서 마련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민주노총에 도울 것이 있다면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활동가조직의 한 관계자는 "선거 방침과 후보 논의는 12월 중순이 돼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민주노총 선거에 기호 1번 진영으로 출마한 현장파 네트워크 조직인 ‘새흐름’ 진영의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했던 이해관 씨는 "선거를 위한 논의테이블이 마련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출마에 대한 판단은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떠한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해 ‘새흐름’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유력한 후보로는 유덕상 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조직의 한 활동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선거 논의와 관련, “후보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조직은 아직 조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각 정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후보군이 조절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후보 논의의 변수는 15만 금속노조 선거

    후보 논의의 주요 변수는 민주노총 최대 조직인 15만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다. 내년 1월 31일~2월 2일까지 15만 조합원 직선으로 실시되는 금속노조 선거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게 되면서 후보 논의가 같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전재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 등 다수의 후보들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선거의 유력한 후보들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후보가 단일화될 것이냐 경선이 될 것이냐에 따라 후보들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힘을 모아 노동운동의 위기를 돌파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왔다. 금속노조의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통합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회의의 한 관계자는 “통합이 되려면 두 차례 연속으로 집권했던 국민파에서 위원장을 양보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는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진의 한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통합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말했다.

    2003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는 전국회의와 노연의 국민파연합과 전진-노동자의힘-새흐름의 좌파연합의 2파전으로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국민파연합의 이수호 위원장이 좌파연합의 유덕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으나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태로 2년만에 중도하차했다. 이어 1년 임기 보궐선거로 치러진 선거에서는 국민파연합-좌파연합(전진과 노힘)-새흐름 이라는 3파전 선거가 치러져 국민파연합의 현 조준호 위원장이 당선됐다.

    그렇다면 내년 1월 선거에서는 어떻게 될까? 전국회의의 한 관계자는 “국민파가 따로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후보 조정이 남아 있지만 국민파연합은 거의 확실해보인다. 그러나 좌파연합의 성사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노동자의 힘’의 한 관계자는 “활동가들의 의견이나 분위기로 볼 때 좌파연합이냐 독자후보냐가 반반 정도”라고 말했다.

    2파전일 경우 선거 치열한 접전 가능성 높아

    따라서 국민파연합과 좌파연합이 이뤄지게 되면 민주노총 선거는 2파전이 되고, 국민파연합만 이뤄지고 좌파가 모두 출마할 경우 4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선거와 달리 승패를 쉽게 전망하기 어려운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대의원의 비율 가운데 국민파의 비중이 높았으나, 소위 국민파 대 중앙파와 현장파라는 3자의 비중이 비등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공공연맹, 전교조, 사무금융연맹, 공무원노조의 지도부 선거에서 좌파진영의 후보가 당선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국회의 관계자는 "수적으로 우세를 보였던 전국회의 대의원이 최근 급속도로 줄어들었다"며 "민주노총 선거가 사실상 조직선거인데, 이번 선거의 승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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