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잉진압' 간데없고 '시위'만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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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28일 0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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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포항건설 노조원 고 하중근씨가 시위 중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부상해 사망한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 진압 대원들이 시위대에게 방패를 세워 공격하거나 소화기를 던지고 진압봉과 방패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는 등 과잉 진압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인권위는 당시 집회 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머리에 상처를 입는 등 하씨와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며 경찰청장에게 포항남부경찰서장을 징계하고,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장을 경고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하씨가 가격당하는 장면을 본 목격자나 사진 등 증거가 전혀 없어 누가 무엇으로 상처를 입혔는지 알 수 없어 경찰 진압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씨의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경찰이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를 이유로 37개 장소의 집회와 14개 행진코스를 일괄적으로 금지통보한 것은 집회ㆍ시위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9월25일 전원위원회에 처음 이 사건을 상정한 뒤 조영황 인권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미루다 5차례나 재상정해 이번 권고안을 내놨다.

    하지만 28일자 조간신문을 보면,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을 제외하고 이 소식을 전한 곳이 없다.

    경향은 9면 <포스코건설 노조원 하중근씨 사망원인 / 인권위 "경찰 과잉진압 때문"> 기사에서 "지난 7월 포항집회 현장에서 사망한 포항건설노조원 고 하중근씨의 사망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부상 때문일 개연성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1월28일자 9면  
     

    이에 반해 다른 신문들은 <경찰, 시위주동자에 첫 손배소> <또 시험대에 오를 불법시위 척결 의지>(한국일보 1면과 사설) <반FTA 폭력 시위 주동자 상대 6억원대 손배소송 낸다>(중앙일보 2면) <반FTA 폭력시위 집행부 42명 영장>(조선일보 8면) <대구서도 ‘도청 진입’ 사전계획>(동아일보 14면) <FTA저지 2차 집회신고…또 충돌 우려>(국민일보 8면) 등 충남경찰청이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 주동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과 범국본이 29일 2차 궐기대회를 하기로 해 충돌이 우려된다는 뉴스만 전했다.

       
      ▲ 중앙일보 11월28일자 2면  
     

       
      ▲ 한국일보 11월28일자 1면  
     

       
      ▲ 한국일보 11월28일자 사설  
     

    특히 세계일보는 사회면(10면)에 <내일 반FTA 시위 또 충돌 위기> <시위주동자에 첫 손배소> <광주 반FTA단체 집행부 6명 체포영장> <"시위중 파손차 보험금 주최측이 배상하라">를 비롯해 사설 <불법시위 원천봉쇄하라>까지 게재하는 등 ‘시위 종합 기사 세트’를 선보이면서도 인권위 결정에 대한 기사는 쏙 뺐다.

       
      ▲ 세계일보 11월28일자 10면  
     

       
      ▲ 세계일보 11월28일자 사설  
     

    집회 뉴스를 다루는 데 있어 언론의 이중잣대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2일 열린 집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론들은 시위대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고, 일부의 폭력성을 확대해 시위대 전체를 ‘폭도’로 몰아세웠다. 경찰은 22일 포항건설노조를 진압할 때처럼 ‘방패를 세워 공격하거나 소화기를 던지고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른’ 것은 물론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를 뿌려대는 등 ‘과잉 진압’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5일 열린 한국노총의 노동자대회를 다룬 27일자 기사를 보면, 집회의 목적과 이유는 간데 없고 ‘평화적으로 교통혼잡 없이 치러졌다’는 내용뿐이다. 언론의 관심은 경찰의 폭력과 과잉진압,시위대의 요구가 아니라 시위대의 폭력과 불법에만 고정돼 있다. 하씨의 사망 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일 수 있다는 인권위의 결정이 난 지금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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