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수정안 외면···
    소급적용 빠진 손실보상법 통과시켜
    소급 주장한 여당 의원들 결국 대부분 원안 찬성표
        2021년 07월 01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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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은 소급적용이 빠진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발동한 영업제한·금지 행정명령을 지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쟁점은 소급적용 여부였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행정명령이 시행된 지난해 3월 이후부터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수정안’을 내고 여당 의원들에게 수정안에 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은 법 공포 이후부터의 손실을 보상하는 내용의 ‘원안’을 고수했다. 기존 손실에 대해서 정부가 조치 수준, 피해규모 및 기존 지원 등을 고려해 “충분한 지원”을 한다는 부칙으로 소급적용 요구가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소급적용을 포함한 손실보상법 수정안은 재석 251명. 찬성 92명, 반대 145명, 기권 14명으로 부결됐고 소급적용을 뺀 원안은 재석 248명, 찬성 158명, 반대 84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여당 의원들 대부분이 소급적용이 빠진 손실보상법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소급적용이 빠진 손실보상법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당사자에게 박탈감 느끼게 한다. 이 법은 국가의 존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작년 행정명령부터 금년 말까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받은 최대 지원금은 하루 4만원 꼴이다. 이 돈으로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하지 않다. 피해 기간과 규모를 외면한 막연한 지원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손실보상이 가능한 개정안은 물론 특별법을 발의하고 완전하고 실질적인 손실을 보상하라던 여당 의원들은 갑자기 정부의 눈치를 보며 보상이 아닌 지원을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여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사진=심상정 의원실

    정의당은 본회의장에서 ‘손실보상 소급적용’이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수정안 찬성 토론에 나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행정조치 이전에 보상법이 없었던 건 우리 국회의 탓”이라며 “민주당 의원님 여러분은 부칙에 ‘충분한 지원을 한다’ 한 문장 넣고 사실상 소급적용이라는 당 원내지도부의 설명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류 의원은 소급적용 손실보상법 제정을 촉구하며 64일간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류 의원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슈퍼추경 33조 중 3.9조가 ‘소상공인 피해지원’으로 편성돼있다.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이번에도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며 “보상할 곳에 지원하는 꼼수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에는 지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정부 필요에 의해 채용된 공무원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이다. 중기부의 반대를 반대하고, 기재부의 월권에 단 한 번이라도 경고해야 한다”며 “우리의 선택은 방역 성공이라는 공공필요에 의해 영업권을 제한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소급적용 손실보상을 주장해온 민주당 37명 의원에게 수정안 찬성을 호소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정한 ‘가짜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장 피해 컸던 작년과 올해 상반기 손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해 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고작 몇 개월 불과하다”며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자화자찬한 K-방역 이면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와 눈물, 희생이 있었다. 정부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행정명령으로 영업권을 제한했으면 헌법에 따라 정당한 보상해야 한다”며 “헌법에까지 명시된 보상을 정부여당이 외면한다면 위헌 정당, 위헌 정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급적용 손실보상법 대신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돈 뿌려 재미 보더니 대선 의식해 매표행위하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맹탕 손실보상법이 아니라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손실 추계에 걸리는 시간과 기존 피해지원금과의 중복 문제 등이 있다며 소급적용 제외를 주장했다. 지난 5월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 때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해 논란이 됐던 ‘집합금지‧영업제한 소상공인 손실추정 및 기지원금 분석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에게 이미 지급된 재난지원금(6조1천억원)이 손실추정액(3조3천억)보다 많다며 소급적용이 되면 지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도 중기부의 자료를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매출액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발생 전후를 비교했기 때문에 지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계산하지 않아 손실액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중기부 자료를 다시 언급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소급적용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게 맞느냐”며 “중기위 자료를 보면 행정명령에 의해 피해 본 소상공인 80% 이상이 소급적용했을 때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정말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손실보상제를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법 시행 이후는 손실을 보상하고 그 이전에 발생한 피해는 피해지원 형태로 제도를 분리하는 게 소상공인에게 진짜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원안 찬성 토론에 나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원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도 “손실보상 법제화를 더 미루는 건 대안 없는 실기”라며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기가 더 중요하다. 더 이상 실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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