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제안 정치회의 무산
    2006년 11월 27일 1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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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공식 거부했다. 굳이 정치협상회의에 참여해 국정 혼란의 책임을 나눠질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임기말 레임덕과 국회 교착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던진 노대통령의 제안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채 무위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굳이 만나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노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만 결심하면 모든 것이 확 풀릴 것"이라며, 특히 "전효숙 재판관 문제, 정연주 KBS 사장 문제, 이재정 통일부장관 등 안보라인 문제 등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취하고 결정하면 나머지 문제는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국정 운영에 협조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강 대표는 "인사문제에 일체 돌파구를 열지 않고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인사 문제에 대해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굳이 만나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어느 경우건 ‘정치협상회의’의 틀에 들어가 운신의 폭을 좁히지는 않겠다는 셈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거부로 노대통령의 행동반경은 더욱 좁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즉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 채 한나라당의 협조와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을 공식화한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특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안이 협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향후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앞으로 국정 파행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의 제안 거부 방침이 알려진 후 브리핑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공세를 폈다.

김근태 의장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약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대화를 거부하면 정치적 계산 때문에 타협을 거부하고 파행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책임론을 근거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에는 지금 여권의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이 노대통령의 제안을 별 다른 잡음없이 신속하게 거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자신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당청’이 한 몸도 아니다. 한미FTA, 이라크 파병 연장 등 일부 핵심 현안에선 한나라당이 여당보다 더 ‘여당스럽다’. 대선 국면에 근접하면서 ‘집토끼’를 회복하려는 여당의 ‘야당스러운’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을 감안하면 당청간의 정책적 거리는 한층 벌어질 공산이 크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국정운영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만큼 정책방향을 정하는 단계부터 당의 분명한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중요한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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