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계 "내년 최임 ‘동결’"
    노동계 '사실상 삭감 주장'
    문재인 4년간 평균인상률 7.7%, 박근혜 정권 7.4%와 큰 차이 없어
        2021년 06월 30일 12:5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을 제시한 가운데, 노동·시민사회계는 “사용자위원이 진심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원한다면 최저임금 동결이 아닌 대폭 인상을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대노총 등 4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30일 오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동결안 즉각 철회하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은 당초 목표인 3.2%를 넘어 4%를 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복하는 경제 상황에 발맞춘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악화됐던 임금불평등을 개선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전날인 29일 열린 최저임금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8720원, 동결안을 제시했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불 능력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요인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최저임금 오르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도 했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경영계는 같은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 또는 동결과 다름없는 소폭 인상안을 고수해왔다.

    사진=노동과세계

    노동자위원은 사용자위원의 동결안은 사실상 ‘삭감’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4.2%로 상향 발표하고, 한국은행은 지난달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로 내놨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 이상으로 임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삭감”이라는 뜻이다. 노동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3.9% 인상해 10800원으로 해야 한다는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최저임금연대는 “사용자위원은 경제상황을 이유로 2008년 이후 줄곧 최저임금 동결 혹은 삭감을 주장해왔다. 어렵지 않은 경제상황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는 허상과 같은 경제위기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소득도 축소됐다’는 경영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치로 인상된 2018년에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오히려 이전보다 줄었고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올리고 소비를 활성화하여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소득을 증가시킨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닌 임대료와 가맹본부의 착취,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손실보상, 재벌·대기업의 갑질 근절, 불공정한 경제구조 개선 등 다양한 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해소될 수 있다”며 “애당초 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한 근본적 방안은 회피하고 모든 경제적 위기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동결한 제시의 또 다른 근거로 나온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경영계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문재인 정권 집권 초기인 2018년과 2019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6.4%와 10.9%로 높았으나, 지난해엔 2.9%, 올해는 1.5%로 2년 간 사실상 동결 상태였다. 집권 4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7%로,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7.4%)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여기에 2018년 추진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까지 더하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경영계는 최근 2년 간 사실상의 동결 등은 언급하지 않고 집권 초기 상승률만 가지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단체는 “(경영계의) 무책임한 주장들 때문에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며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증가했고, 소득분배구조는 악화됐으며 임금불평등이 확대됐다. 근래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은 저임금 해소와 임금격차 완화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노동계는 임금불평등과 격차해소 등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됐던 2018년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21.5%에서 15.7%로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 5분위 배율도 2018년 이후 큰 폭으로 완화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동결안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지를 외면하는 것이자, 저임금 해소와 임금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최저임금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동결안을 즉각 철회하고, 그리고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는 자세로 최저임금 논의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