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차원 국정조사 촉구”
군 내 성추행 피해 신고 이후 조직의 은폐 시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의 유족이 국회 차원의 조사를 요청했다. 국방부가 미온적, 면피성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더 이상 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찍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해온 야당들도 다시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여당은 유족의 요청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족 분들의 기자회견 요지는 국방부의 부실 수사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으니 국회 차원의 조사를 요청한다는 것”이라며 “국방부 조사단과 국방부 검찰단은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나 늑장 수사 등으로 제 식구 감싸기 바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이 있었던 날 공군은 부실 초동 수사를 한 혐의로 입건된 4명을 해임했으나, 정작 책임져야 할 가장 정점에 있는 군 법무실장, 군사경찰단장, 불구속 수사를 결재한 20전투 비행단 단장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최근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초기 보고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이 누락돼 수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열흘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사 대상이어야 하는 주체들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족들까지 국정조사를 요구한 만큼 더 이상 국정조사를 미루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정의당을 포함한 야 4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발의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전날 구두논평을 내고 “사건 발생 후 공군 경찰과 공군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가 드러났고, 현재 진행 중인 국방부 수사는 내부에서는 보여주기식 수사, 외부에서는 속도와 내용을 놓치는 수사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 4당은 이미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한 바 있고, 국정조사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엄정 수사를 지시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실시하는데 즉각적으로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중사의 유족은 전날인 28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직 대통령의 말씀을 믿고 신뢰하면서 국방부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금은 절박한 한계를 느낀다”며 “부실수사의 정황이 여지없이 드러난 상황에서 국방부의 수사만 넋 놓고 기다릴 수 없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단, 조사본부, 감사관실로 나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족들은 조사본부와 감사관실의 수사가 미온적이라고 판단했다.
유족은 “초등조사 부분과 관련해 아무런 형사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다가 언론에 떠밀려 단 한 명만을 입건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수사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의지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관실에 대해서도 “여러 밝혀진 의혹에도 고발을 검토하지 않고, 입건 여부조차도 수사심의에 의견을 구하겠다고 한다”며 “애초에 수사의지 뿐 아니라 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역량조차 없는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의 수사 의지를 방해하고 훼방 놓는 엄청난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까지 유족과 야당들의 국정조사 요구에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공군 이 중사 부모님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뜻을 받들어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한다”며 “군이 스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제 국회가 직접 나서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통해 고인의 원통한 죽음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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