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털 재소자 아파도 말 못한다"
        2006년 11월 28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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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시설에 수용된 재소자들의 52.1%가 아프거나 진료가 필요할 때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73.3%가 의무과 진료에 대한 불신을 들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비경제분야 질문에 앞서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재소자 470여 명에 대해 지난 8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소자들이 아프면서도 아프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 중 10.3%는 ‘교도관 눈치가 보여서’였고, ‘매번 같은 약을 처방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주관식 응답도 17명으로 조사됐다. 교도관이 꾀병이라고 의심한다는 응답도 6명이나 되었다.

    의무과 진료시 누가 진찰했느냐의 질문에 대해 82.6%가 의무관(공중보건의)라고 답했지만 11.3%는 교도관, 2.3%는 간호사, 2.1%는 간병인에게 진찰받았다고 응답했다.

    의무관에 의한 진료가 100%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의무관 수가 부족하고 오후 6시 퇴근 이후 발생하는 의료 공백에 따른 것이다. 노 의원은 “하지만 의무관 이외의 관계자들의 진료는 의료법 위반 소송과 의료사고 등의 위험성이 커 의무관 야간 당직제 등을 통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재소자들은 특히 치과 진료와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치과 진료 신청시 적절한 진료를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64%가 ‘오랜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악화된 후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했으며, 10.8%는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받을 수 있었다’는 응답은 9.9%에 그쳤다.

    정신과 진료의 경우는 41.7%가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 응답했으며, 14.3%는 ‘오랜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악화된 후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고,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응답은 7.9%에 불과했다.

    ‘기록이 남아 수용생활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또는 ‘진료 신청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정신과 진료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응답도 많아 재소자들의 정신과에 대한 이해부족과 진료가능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진료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63.5%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고, 6.7%만이 자유롭다고 답했다. 또 외부진료 신청시 39.3%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고, 42.8%는 거절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6월부터 국가예산으로 수용자 또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외부 진료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계호 인력의 한계로 외부진료가 재소자 욕구만큼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재소자들은 한 달에 1번도 나가기 힘든 외부 병원을 사흘이 멀다 하고 자기 집 드나들 듯 하는 재소자들도 있다. 이른바 ‘범털’들이다.

    법무부가 노회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진승현 게이트’로 구속된 진승현씨의 경우 여주교도소에 수감중이면서 가까운 아주대병원이 있음에도 서울의 순천향대병원을 다니며 외부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 의원은 “시설과 규모, 전문 의료진, 병상 등 진씨가 앓고 있는 특정 질병의 경우 아주 대병원이 순천향대병원보다 뒤지지 않음에도 20킬로 이상 더 멀고 교통체증도 심한 서울의 외부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은 것에 대해 특혜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교정시설 재소자 4만7천명 중 8월말을 기준으로 2,892명이 환자이며 자살을 제외한 질병 등으로 인한 재소자 사망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83명에 이르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일반 재소자의 경우 외부 병원 진료를 엄두도 못내는 형편인데 반해, 정권 실세나 재벌들의 경우 감옥에서도 자유롭게 병원 치료를 받다가 형 집행정지나 구속 집행정지의 특혜를 받고 있다”며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를 떠나 교정시설의 모든 재소자들은 재벌과 같은 치료와 의료권이 충분하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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