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이 로또가 돼선 안돼"
        2006년 11월 25일 09: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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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서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을 지지했다. … 지금은 후회한다. 요즘은 그렇게 싫어했던 박정희가 생각 날 정도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온 권모씨는(57)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기 무섭게 울분을 토했다. 이는 비단 권씨뿐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집값의 ‘ㅈ’자만 들어도 넌덜머리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봇 물 터지듯 말을 쏟아냈다. 할 말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아파트값내리기모임, 전국철거민협의회, 국회의원 심상정, 최재천 의원 및 일반 시민 100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를 개최했다.

       
     ▲ 11월 25일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시민행동’이 열렸다.
     

    경실련은 "지난 11.15 부동산 대책이 현재의 주택공급체계에서 발생하는 폭리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주택공급위주의 대책에 불과하다" 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으로 ▲선분양제도하에서의 분양원가공개 및 소비자 중심의 후분양제로 이행 ▲ 국민의 땅 몰수하여 민간업체에게 분양중지 및 공공보유주책 20%확충 ▲재개발, 재건축 공공성강화 ▲실수요자 중시의 주택담보대출 체계의 개선 ▲ 땅 투기 양극화 조장하는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개정 등을 제시했다.

    경실련 공동대표 김성훈씨는 "열린우리당은 투기방조당, 한나라당은은 투기조장당, 민주노동당은 투기무관심당이다. 이제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믿고 기다릴 수 없다"면서 "현 정부는 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투기를 균형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경실련이라도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값내리기모임 대표 신민철씨는 "대선 공약으로 분양 원가 공개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를 위해 지금껏 해달라는 데로 다 해줬지만 남은 건 허탈감뿐이다" 면서 "열심히 일해 저축하면 집을 마련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소망인지 알았다. 정부가 현실을 회피하고 임기응변으로 꼼수를 쓴다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회 한 켠에선, 대통령께 드리는 한마디 작성하기 및 경실련 10만 서포터즈 모집 캠페인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경실련이 시작한 서포터즈 캠패인엔 이미 시민 4500여명이 서명했으며, 오늘 대회를 하는 세 시간 남짓한 동안에도 70여명 정도가 서명에 동참했다.

    대통령께 드리는 한마디 작성하기 플랭카드에는 ‘내 나이 34. 20세엔 IMF 때문에 못살았고 30세엔 집 값 때문에 못산다, 서민을 투쟁자로 만드는 정부는 각성하라, 열심히 일한 만큼만 살아가게 해주세요, 주택은 삶의 보금자리입니다. 로또가 되어선 안 됩니다’ 등의 말들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전직 은행장이었던 권모(57)씨는 "낮은 금리가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대출이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전부 주택 대출이다"면서 "현 정부의 생각이 옳은것 같아 찍었는데, 현실적 실행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정치적 상황이야 어찌됐든 일단 경제는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부동산 정책 티브이 토론회에 시민패널로 종종 참석한다는 전성민(40)씨는 "단 돈 500원짜리 빵도 원가를 공개하는데, 평생 일해 죽을 때까지 단 한 번 가질까말까하는 집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는 집값이 국민적 이슈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계속 건설족의 들러리를 선다면 국민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아버지와 함께 나온 어린이
     

    한편, 20년간 건설업에 종사했다는 박철훈(47)씨는 시민 자유 발언을 통해 "솔직히 말해 건설족들은 30년간 다져온 구조가 있기에 국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노무현 정부마저도 그 고리를 끊지 못했고 또 내년 대선의 향방이 한나라당 쪽으로 넘어 갈처럼 보여 건설족들은 더 의기양양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양심 고백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건설족들은 분양 원가 공개를 가장 무서워한다. 일반 시민들은 상상도 못할 이면 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면서 "이제 국민들도 건설족에 휘둘리는 정부만 믿어선 어림없다. 스스로 직접 나서서 행동하지 않으면 그 구조를 끊지 못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는 시민 5분 자유 발언대, 대통령께 드리는 한마디 작성하기, 촛불 점화식, 부동산 실정에 대한 만화 만평 전시, 랩퍼 실버라이닝의 노래 등으로 꾸며졌으며, 경실련은 대회 후 ‘대통령께 드리는 한마디 작성하기 플랭카드’를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한미 FTA 시위를 보며 정부가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지금 누가 가장 많은 관용과 이해를 베풀고 있는가? 생존권을 박탈당한 국민이 저항을 하는건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지금 한국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 십년간 이익을 챙긴 ‘불한당’이 가장 잘나가고 있다. 집 없는 1700백만 서민들을 유일하게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불한당을 경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대통령에게 긴급 경제 명령제를 발동하도록 촉구 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어떤 정치인도 더 이상 부동산문제를 외면 할 순 없다. 초당적으로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경실련은 11월 세 차례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화성 동탄 신도시와 용인 죽전ㆍ동백 신도시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부풀려 고분양가를 책정하고 1조8천769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폭리를 취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정부가 분양원가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지난 24일 청와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온라인 항의 시위글을 일괄 삭제했다가 다시 복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경실련이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일환으로 21일 재정경제부 1차 온라인 시위에 이어 24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서 2차 온라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청와대는 " 네티즌들의 글쓰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일괄 삭제하였다"고 해명했으나, 경실련은 " 청와대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며, 분노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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