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신민영씨 눈이 많이 낮아졌어”
        2006년 11월 25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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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본청 2층.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 사무실로 점심 식사를 마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한두 명씩 들어온다. 상가를 다녀온 듯 검은 넥타이를 매고 들어선 천영세 의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남성 의원들의 수다

    천영세 의원 : (분홍색 넥타이를 꺼내들며)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에 거울도 하나 없나.
    단병호 의원 : (회의실 쪽에서 거울을 찾아들고 나오며) 뭐 넥타이 매는데 거울까지 찾으세요.
    레디앙 기자 : (단 의원 보좌관을 향해) 왜요. 신민영 칼럼에서 천 의원이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셨잖아요.

    노회찬 의원 : 신민영이 눈이 많이 낮아졌어.
    단 의원 보좌관 : 신민영이 잘 모르는 거지(단병호 의원은 신민영 칼럼에서 ‘워스트’로 꼽혔다). 단 의원이 백(白)구두로 한번 차려 입으면 얼마나 멋있으신데.
    단병호 의원 : (웃는다) 

    비정규법안 저지, 한미FTA 반대 등 항상 결연한 이미지로 접해온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짧은 수다가 재밌고 인간적이다. “잘 생긴”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바라며 신민영씨가 최근 <레디앙>에 쓴 ‘민주노동당 의원 패션 분석-남성편’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두루마기 의상 협찬(?)받는 강기갑 의원

       
     원래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권영길 의원

    “레디앙에도 이런 기사가 실리냐”, “재밌다”는 말부터 “잘 안보고 맘대로 썼다”는 투정까지 의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한 여성 의원은 천영세 의원이 베스트라는 말에 “천 의원이 옷걸이는 좋지만 패션 감각은 권영길 의원이 제일 낫지”라며 “천 의원은 (의원단 대표 시절) 그런 거 잘 못한다고 의원들끼리 모였을 때 농담으로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실 한 보좌관은 “(권대표가)원래 패션 감각이 있다”며 “바바리같이 계속 입었던 옷들인데 감각 있게 고른 게 많다”고 은근히 자랑. 패션 분석에서 ‘대선을 두 번 치른 탓인지 자기 스타일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이 보좌관은 “선거 때는 패션 같은 것도 신경전이 대단하다”며 “돈이 없어 외부 전문가는 못 두고 당내에서 회의를 해서 스타일을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심한 스타일 사이에서 ‘두루마기 한복’과 ‘수염’, ‘헤어스타일’로 후한 점수를 받은 강기갑 의원의 평가도 당내에서 회자되면서 “처음부터 두루마기 한복 차림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양복은 거의 입어본 적이 없다.

    전농 부의장 시절에는 주로 생활한복 차림이었다고. 국회에 들어오면서 우리식 정장인 두루마기 한복 차림을 하게 됐다는 강 의원실 보좌관의 설명이다. 강기갑 의원은 최근 자연염색 등으로 유명한 한 한복연구소에서 두루마기를 선물받기도 했다. 의상 협찬(?)을 받은 유일한 민주노동당 의원이 아닐까 싶다.

       
     두루마기 협찬까지 받은 강기갑 의원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들은 물론 <레디앙> 독자들도 댓글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 ID ‘만행’이라는 독자는 “단병호 의견님 분석이 압권 ㅋㅋ”이라며 “수분 부족한 입술. 그거, 정말 아파 보인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잇몸·치아 관리, 그 조언을 받아들이셔야 한다”고 거들었다.

    ID ‘하은지’님은 “패션 공부하는 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반가워했다. ID ‘smirnoff’님은 “사진만 보면 다들 심심한 스타일인 듯해서 세심한 관찰이 필요했겠다”며 “이제 (민주노동당 의원) 다들 패션이 바뀌시려나”고 기대했다.

    이쯤 되니 ‘여성의원편’에 대한 기대가 부쩍 상승하면서 편집국장의 원고 독촉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필자인 신민영씨는 “여성의원이라 민감하다”며 장고 끝에 마감 기한 어기기를 수차례, 끝내 잠수(?)까지 타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해다.

    노회찬 의원실을 찾은 기자에게 신민영씨 옆자리에 앉는 한 보좌관 왈 “채권자가 오셨네”=.=. 졸지에 빚쟁이가 된 기자에게 사라진 신민영씨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내왔다.

    “약속대로 고료+사재를 털어 맛있는 걸 사겠슴다. 으으…약속 어길 땐 저도 제가 싫어요.” 굳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그동안 원고 늦어질 때마다 그가 약속한 맛있는 음식, 술, 성인나이트(신민영씨 4번째 원고 참고)를 꼭 지키라는 의미에서다.

    패션 감각 가장 많이 발전한(?) 심상정 의원

    어쨌든 그렇게 탄생한 역작이 ‘패션 분석, 민주노동당 의원들-여성편’이다. 민주노동당 남성 의원들보다 여성 의원들이 더 억척이라 일만 열심히 하는지 패션 분석 소문만 듣고 아직 기사를 못 본 의원들이 많았다.

       
     패션 감각이 가장 많이 발전한 심상정 의원

    먼저 신민영씨가 ‘생동감이 넘쳐 20년만 젊었으면 프로포즈 했을 것’이라며 밝힌 심상정 의원에 대한 그의 궁금증부터 풀어주기로 하자.

    미용실 사장님이 샘이 난다고 한 심상정 의원의 헤어스타일은 가끔 들르는 국회본청의 미용실과 심 의원 본인의 드라이 노하우다. 심상정 의원은 “다른 미용실은 거의 안 가고 국회 미용실에서 간혹 커드만 한다”고 했다.

    국회에 미용실도 있냐고? 이발소도 있다. 헬스장도 있고 목욕탕도 있다. 구두 수선소에 카센터(?)까지. 기자도 국회 5층 한켠 구두 수선소 말고는 아직 가본일이 없다.

    처음 국회에 와서 촌스런 하늘색 나무 문 뒤로 파마약을 머리에 바르고 파마 기계 밑에 앉아 있는 사람을 지나가며 봤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딱 맞다. 똑같이 생긴 문 뒤에 무슨 세상이 있을지 모르는.

    잠시 글이 샜다. 다시 돌아와 신민영씨가 목주름 커버(여성에게는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이지만)를 위해 추천한 ‘폴라’ 티셔츠에 심상정 의원이 건넨 농담 한마디. “목이 짧아서 여의치 않다.” 어쨌든 심상정 의원은 베스트는 아니지만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가장 많이 패션이 발전한(?) 여성 의원으로 단연코 1위다.

    여성의원 베스트로 뽑힌 최순영 의원은 “요즘 심 의원이 멋쟁이”라며 “변화가 가장 큰 의원”이라고 말했다. “12달에 드라이라고는 3~4번 밖에 안한다”는 최 의원은 “매일 드라이하고 운동하는” 심상정 의원이 단연 멋쟁이라고 꼽았다. 민주노동당 한 보좌관도 “심상정 의원이 가장 크게 변했다”며 “처음엔 치마도 거의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변화가 궁금하신 독자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심상정’ 세 글자를 쳐보시길. 정말 청순(?)하다. 최근 심상정 의원실에서 나오는 보도자료에 첨부된 사진을 네이버 쪽에 한 장 보내시는 건 어떨지.

    "최순영 의원은 인상이 워낙 좋아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

       
     편안한 웃음으로 인기가 많은 최순영 의원

    편안한 미소와 타고난 옷걸이(?) 덕분에 ‘베스트’로 뽑힌 최순영 의원은 자신만의 패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최 의원은 “너무 환한 건 입고 싶은데 입지 못한다”며 대신 “스카프를 다양하게 한다”고 말했다.

    예전 남편이 사주고, 선물 받고, 자신이 직접 산 것까지 더해 10개 정도가 있다고. 심상정 의원과 달리 ‘목이 길어’ 목을 따뜻하게 감싸거나 변화를 줄 때 좋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의원실 보좌관들이 직접 최 의원을 옷가게에 데리고 가 옷을 골라주기도 했다. “다들 환한 색이 보기 좋다고 하더라구.” 헤어스타일은 10년 단골이 된 부천의 한 미용실에서 한다.

    최 의원이 ‘베스트’로 뽑힌 것에는 여성 보좌관들과 남성 보좌관들의 시각이 조금 다르다. 한 여성 보좌관은 “머리와 패션이 조금 촌스럽다 생각했는데”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 남성 보좌관은 “키도 크고 언제나 꼿꼿한 자세여서 치마, 바바리, 정장 다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남성 보좌관들이 최 의원을 좋아하는 이유. 신민영씨가 지적했던 대로 “인상이 워낙 좋으셔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한 여성 보좌관의 이야기다.

    물론 “여성 의원들이 특징이 없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한 신민영씨 말이 솔직하다고 본다”며 “민주당 손봉숙 의원처럼 ‘패셔너블한’ 여성의원이 없지 않냐”며 우위를 가리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순 의원의 화사한 하얀 원피스

    그래도 <레디앙>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즉석투표를 하기도 했다. ID ‘야’ 님은 “얼마 전에 최순영 의원을 봤는데 너무 씩씩해보였다”며 최순영 의원에 한 표를 던졌다. 이어서 ID ‘아’ 님은 “민주노동당 여성의원들, 특히 심상정 너무 예뻐서 문제”라며 “송영선이 전투적이고 멋있지만 민주노동당 의원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성 의원들에 대한 패션 분석 중 조금 이해가 안가는 점이 하나 있다. 이영순 의원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실물이 훨씬 예쁘다는 데는 동감이다. 국회 남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과 민주노동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를 두고 "이 사람이 더 예쁘다"는 각각의 주장들이 오가기도 한다.

    신민영씨는 이영순 의원이 점잖고 보수적인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또한 패션 톤이 애매하고 구두까지 옷과 통일해 인상이 흐려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이영순 의원의 화사했던 하얀 원피스를 기억하고 있는 기자로서는 쉽게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이영순 의원실의 한 보좌관 왈.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시긴 한다. 화려하거나 튀는 거 부담스러워 하고…. 보통 운동권들이 그렇지 않나?” =.= 어쨌든 신민영씨의 패션 충고가 ‘아저씨 정당’ 이미지의 민주노동당을 조금 더 젊고 밝게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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