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다양성 위기와 먹거리,
    그리고 친환경 농민, 생태친화적 농업
    [에정칼럼] 이중적 생태계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2021년 06월 25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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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다양성 위기의 문제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고 쓰는 방식, 그 과정에서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한 삶의 방식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기후위기는 그 점을 깨닫게 하는 징후다. 우리의 삶의 방식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면서 지구는 펄펄 끓기도 하고, 온갖 이상 기후로 요동치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의 징후에 기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했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조용한 징후도 있다. 자연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만큼 우리는 수십만 종의 멸종과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서 감지하고 있지 못한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다양한 생물종들을 조용하게 학살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땅, 해양, 다른 수생태계를 포함한 모든 곳의 살아 있는 유기체 사이의 변동성과 그것들이 일부를 이루는 생태적 복합체다. 말 그대로 지구에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은 생태계 내에서 복잡한 그물망 속에 연계되어 있다는 말이다. 작은 하나가 무너지만 나머지가 우르르 붕괴되는 다양한 종들의 다채로운 서식지에서의 상호의존성인 셈이다.

    생물다양성과 먹거리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원인이 탄소라는 요소라고만 생각하지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 근대의 산업문명, 막대한 자원 소비에 기초한 소비주의적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생물다양성 위기와 먹거리를 쉽게 연결하지는 못한다(물론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이 생물다양성 손실의 위기와 겹쳐 있기도 하다).

    올해 2월 유엔환경계획은 <먹거리 시스템이 생물다양성 손실에 끼치는 영향 : 자연을 지지하는 먹거리 시스템 변혁을 위한 세 가지 지렛대>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 전체는 크게 새로운 것이거나 복잡한 내용은 아니다.

    요약하면 이렇다. 전지구적 생물종 멸종은 지난 100만년 동안의 평균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전지구적 먹거리 시스템은 이런 흐름의 주요 동인이다. 값싼 먹거리라는 패러다임으로 지난 수십 년을 거쳐 우리의 먹거리 시스템이 형성되었다. 현재 먹거리 생산은 화학비료, 살충제, 토지, 물 같은 투입재 사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요인으로 우리 먹거리 시스템은 기후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먹거리 시스템의 개혁이 없다면 생물다양성 손실은 계속될 것이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식단을 식물성 위주로 바꿔야 한다. 더 많은 토지가 자연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을 위해 토지를 바꾸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더욱 자연 친화적이고 생물다양성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먹거리를 조달하는 방식은 사뭇 폭력적이다. 산업화되고 대량생산과 상품화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농업은 막대한 질소화학비료와 살충제, 거대한 기계, 대규모 관개 및 물사용을 통한 경운으로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농업이 이렇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농지의 확대는 또 다른 생물종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생물다양성을 위해 농지 확대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이중적 생태계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농업을 줄여가야 하고, 되도록 현재의 농지 안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충당해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고, 값싼 농산물 가격에 의지해 살아가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줄여가려면 우리는 농산물 값을 더 지불하고, 덜 먹고 낭비하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농업 여건 속에서 관행농가 또한 귀히여기고, 좀 더 생태친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생태친화적인 방식으로 짓는 농사와 농민을 지원해야 한다.

    친환경농가의 감소

    친환경 농업 이야기를 하면 괜히 관행농업을 배척하는 것 같아 맘 한구석이 편치는 않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붕괴되어 가는 농업의 한 자리를 지키는 농민의 수고를 관행농과 친환경농업으로 나누어 이야기하는 게 지식노동자의 책상놀음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이 좀 더 늘어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어렵지만 친환경 농업을 먼저 들여다 보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2019 국내외 친환경농산물 생산 및 소비 실태와 향후 과제를 보면,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 인증면적은 2014년 크게 감소한 이후 지속적으로 정체된다고 한다. 유기 농가 수는 2013년 13.9천호에서 2018년 15.5천호로 증가하고 면적도 21.3ha에서 24.7ha 증가했지만 출하량은 117천 톤에서 105.1 톤으로 줄었다. 무농약 인증 농가수는 2013년 103.5천호에서 2018년 57.3천호 면적은 119.1ha에서 78.5ha 출하량은 810.3천 톤에서 450.9천톤으로 줄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유기농을 하는 입장에서는 투입재만 유기자재로 바꾸고, 무농약인증이 친환경 농업이라고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친환경농가는 앞으로 생태친화적인 농업으로의 전환 시 주요한 주체이자 역량을 가진 농민으로 전환의 수용성을 가지고 필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판로가 없고, 유기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노동강도가 높고 일손이 많이 필요한데, 사람을 찾을 수 없는데, 인증도 까다롭다 보니 포기하는 농민들이 많다고 한다.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다중적 생태 위기 속에서 우리의 먹거리와 먹거리를 생산 소비하는 방식이 생태친화적이지 않는다면 과연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위기 속 생존 기반을 알차게 다져갈 수 있을까. 친환경농업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신호는 진작에 번쩍이는데,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둔감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필자소개
    소유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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