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 또는 마법,
    누가 언제 어떻게 쓰느냐
    [그림책]『빨간주머니』(멜리/북극곰)
        2021년 06월 22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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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기술이라는 이름의 마법

    우리에게는 마법이 절실합니다. 가난을 없애는 마법, 질병을 낫게 하는 마법, 전쟁을 끝내는 마법, 정의를 구현하는 마법. 정말이지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은 끝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와 갈등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신은 사람에게 지혜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지혜롭게 과학 기술을 발전시켰고 과학 기술은 사람을 구원하는 마법이 되었습니다.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었고 백신의 발명으로 전염병을 예방했습니다. 과학 기술의 마법은 인류에게 이롭기만 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은 생명을 복제하기 시작했고,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과학 기술이라는 마법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법의 빨간 주머니

    어느 마을에 폭풍이 몰아칩니다. 폭풍이 그친 다음 날, 개구리 쟁이는 여느 때처럼 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공원에 한 할머니가 쓰러져 있습니다. 쟁이는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키고 자신의 점심 도시락을 할머니에게 줍니다. 할머니는 쟁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합니다. 그리고 보답으로 쟁이에게 무엇이든 두 개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빨간 주머니를 선물합니다.

    학교에 간 쟁이는 수학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짝꿍 토토를 위해 마법의 빨간 주머니를 사용합니다. 자신의 수학 교과서를 두 개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반 친구들이 목격합니다. 친구들은 서로 빨간 주머니에 장난감을 넣고 두 개로 만드느라 한바탕 소통이 일어납니다. 그러다 사고로 너구리 구리가 빨간 주머니에 빠지고 구리가 둘이 되고 맙니다.

    물건이 두 배로 늘어날 때는 좋았지만 한 친구가 두 명이 되었으니 정말 큰일입니다. 구리는 다시 한 명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빨간 주머니의 마법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재앙일까요?

    마법의 두 얼굴

    빨간 주머니에 도시락을 넣어서 도시락이 두 개가 된다면 이것은 인류에게 축복일까요? 아니면 재앙일까요? 당장 먹을 곳이 부족한 곳에서라면 이것은 분명 예수님이 일으킨 ‘오병이어’의 기적만큼이나 위대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이라면 도시락 가게의 문을 닫게 만드는 범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림책 『빨간 주머니』의 쟁이와 친구들 역시, 빨간 주머니를 가지고 장난감을 복제하는 동안은 정말 기뻤을 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얼마든지 많이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빨간 주머니의 마법은 축복이었겠지요. 하지만 실수로 친구인 구리가 두 명이 되는 순간, 빨간 주머니의 마법은 재앙이 되고 맙니다. 그건 분명 친구들도 구리도 생각하지 못한 사고였습니다.

    과학 기술이든 마법이든 그 자체가 축복이거나 재앙인 것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두 개로 만드는 빨간 주머니의 마법은, 누가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축복이 되기도 하고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과학 기술이든 마법이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윤리적인가의 문제가 따르게 됩니다.

    소아마비 백신과 조나스 소크

    1955년 소크 백신이 도입되기 전까지 소아마비는 미국에서 가장 두려운 전염병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특히 1952년에는 58000여 건의 소아마비가 보고되었고 3,145명이 사망하고 21,269명이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통령인 루즈벨트 역시 소아마비의 희생자였습니다.

    1947년부터 소크와 연구팀은 7년 동안 헌신적으로 일했고 마침내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어냈습니다. 소크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특허는 없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것인가?”

    조나스 소크는 백신 기술을 무료로 공개하여 단시간에 소아마비를 몰아냈습니다.

    코로나와 코로나 백신

    여러 제약회사에서 코로나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약회사마다 특허를 냈습니다. 이미 많은 백신을 판매하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21세기에는 조나스 소크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백신이라는 마법이 있지만 그 마법을 나눠주는 제약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제약회사의 경영자와 주주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무료로 공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많은 나라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여러분의 마법을 배워서 사용할 것입니다. 부디 백신의 마법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그림책 『빨간 주머니』를 봅니다. 할머니는 쟁이의 따뜻한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쟁이에게 빨간 주머니를 선물합니다. 물론 쟁이는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마침내 쟁이는 자신의 실수로부터, 그리고 할머니로부터 빨간 주머니의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미숙합니다. 실수하면서 성장합니다. 우리 모두 과학기술이라는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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