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종부세 등 완화 결정
    국힘 “우리 주장과 같아”
    정의당, 시민단체 “상위 5% 부자감세···부동산 투기세력과 동맹 선포”
        2021년 06월 21일 0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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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결정한 가운데, 일부 야당과 시민사회, 학계 등은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21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200만 가구 대상의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가 내부 격론을 벌일 정도의 정책이냐”는 사회자의 지적에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서울에서만 무려 89만 표 차이가 났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부동산 민심을 확산하는 중심 지역인 서울에서 큰 표 차이로 지고 과연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 라는 현실적인 고려를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이유로 ‘대선 승리’를 꼽은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공시가격 9억원에 주택에 부과하던 종부세를 ‘상위 2%’(공시가 약 11억 원) 주택에 대해서만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비과세 기준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 찬반의)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 (종부세·양도소득세 완화 찬성 의견이) 50%를 넘었으니까 이렇게 결정을 한 것”이라며 “(당초 의원들이) 당정 협의를 거쳐 지도부가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했는데, 지도부가 결정하지 않고 표결의 내용대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표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결정한 민주당은 ‘기존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방안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앞서 특위는 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세제혜택을 추가 연장하지 않고 정상 과세하고, 매입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도 받지 않기로 했었는데 기존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자 추진키로 했던 정책을 유보한 것이다.

    국힘 “우리가 늘 했던 주장…공시가 정상화 등 세 부담 더 완화해야”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권은 이제라도 ‘부동산 정치’가 아닌 ‘부동산 정책’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주택값이 출렁일 때마다 상위 2%에 해당하는 과세 대상자도 매해 바뀌기에 엄청난 행정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은 물론, 국민들에게는 종잡을 수 없는 종부세로 과세 요건과 절차를 법률로 정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한 ‘조세법률주의’를 해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했다.

    다만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그 자체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에 발목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툭 던지는 찔끔 세제개편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제시한 ‘공시지가 정상화’, ‘국민 세부담 완화’,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민주당 내에) 김진표 의원과 같은 합리적인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한 12억 선에서 결정한 거 아닌가. 이 부분은 저희 당에서도 늘 주장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여기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안 늦추면 재산세가 계속해서 매년 늘어나게 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할 거냐 이게 빠져 있다”면서 “이런 것들도 여당이 빨리 수정을 해야 일반 서민들, 집 한 채 갖고 있고 12억 미만의 집을 가진 분들에 대한 조세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상위 5% 부자감세…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동맹선포”
    임대사업자 특혜는 유지 “임대사업자 정부로 불릴 만”

    ‘상위 2% 종부세’에 대해선 진영을 불문하고 야당과 시민사회계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회의에서 “민주당 정책의총 결과는 부동산 정책 역주행을 넘어 투기세력인 부동산기득권과의 동맹선포”라고 질타했다.

    배 원내대표는 “종부세는 단지 투기세력만을 규제하기 위한 게 아니다. 교통입지, 의료시설, 상권 등 사회적 편익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회편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 사회 전체에 재분배하는 역할도 한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부동산의 사회적 편익에 대한 과세 범위를 좁혀 현재도 부족한 재분배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결정대로 가격기준이 아닌 비율기준으로 결정하는 경우 전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경우에도 상위 2% 기준선만 벗어나면 종부세 부과대상자에서 벗어나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현행 종부세 부과대상 4%에서 2%를 항구적으로 제외시키는 안”이라며 “부동산 보유 상위 5%에 대한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보상에는 저리 인색한 집권여당이 부동산 부자들의 세 부담에는 이렇게 관대하다”며 “집권여당의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에 분노한 민심을 외면하고 투기세력과 손잡고 기득권동맹을 선포한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기존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방안을 유보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장을 역임한 김정진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주택임대사업자에게는 역대급 특혜를 주면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둑 중간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놓고 그 둑으로 홍수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애초에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내리거나 안정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올려서 유지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 거의 확신이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임대업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아닌데 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건강보험료 40~80% 감경을 해 주고,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배제하면서 2018년도 중 10개월 동안은 투기지역에서 임대사업자 무제한 주택 담보대출을 해줬다”며 “특정 산업이나 업종에 대해서 이런 특혜를 준 사례가 정부 수립 이후에 있었던 적이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임대사업자) 특혜정책을 300% 업그레이드한 것이 문재인 정부”라며 “후세엔 이 정부를 임대사업자 정부라고 부를 지도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 등 “무주택자의 절망의 죽비 외면
    …국민의힘과 같은 민주당에, 표를 줄 이유 없어”

    주거·시민사회단체도 민주당이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외면하고 부자감세 정책을 결정했다며 반발했다.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달팽이유니온, 전국세입자협회 등은 이날 오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결정은 불평등 해결은커녕 투기를 부추기고, 조세부담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엉터리 세금폭탄론에 대한 굴복”이자 “‘버티면 이긴다’는 집부자들의 조세저항에 대한 백기 투항”이라고 규정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민주당의 부자감세 결정은 선거 공학으로만 접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4.7 재보선으로 ‘죽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하더니, 집값 폭등으로 고통 받는 무주택자들의 절망의 죽비는 외면하고 ‘집 부자’들에게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부자감세 정책으로 국민의힘과 일심동체”라며 “무주택자들, 집 때문에 시달리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는 민주당에게 표를 줄 이유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깎아준다고 집값을 잡을 수도 없고 40%가 넘는 무주택자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민주당이 서울, 수도권의 고가아파트 소유자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처장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민과 했던 약속을 이리 쉽게 내팽개치는 민주당을 국민이 신뢰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대단한 오판”이라고 말했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서민과 주거 약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정치인들이 종부세 대상자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주거비 부담만 먼저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며 “집값은 오를 수 있지만, 오른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 ‘진짜 공정’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우석진 교수 “민주당, 클래스 떨어져…과세 원칙 벗어나, 헌재로 갈 수도”

    학계에서도 비판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명확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납세의무자 어디에 과세할 건지 과세표준을 정하고 세율을 얼마로 할 건지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요건을 법률로 정하되 명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그런데 (종부세 부과 대상을) 상위 2%로 했기 때문에 과세 요건 법정주의에도 어긋나고 명확주의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이같이 설명했다.

    매년 공시가격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 상위 2%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시지가를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서 정해줘야 한다. (과세는) 국회 결정사항인데 과도하게 행정부에 자기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세 관련 입법은 국회의 아주 근본적인 의무인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굉장히 좌절스럽다”며 “(민주당) 국회의원들 클래스가 좀 떨어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천할 때 시험보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이야말로 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민주당의 이번 결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그는 “헌법 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 된다고 돼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어 헌법재판소로 갈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과세 요건에 맞지 않고 이런 식으로 과세하게 되면 납부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혼란을 겪는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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