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 재벌 정책, 박정희 시대로 복귀
        2006년 11월 23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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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를 비롯한 재벌 규제 정책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그 적용 대상이 현행 14개 대기업집단 소속 343개 계열사에서 7개 대기업집단 24개 계열사로 대폭 축소되고, 출자 한도도 현행 25%에서 40%로 완화된다. 출총제 완화 대신 도입하겠다던 순환 출자 규제는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재벌 개혁 포기! 재벌에게 자유를!’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 이 당정 합의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는데, “출총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은 가물에 콩 나듯 보이고, “더 풀어주어야 한다”는 반발이 대세다.

    경제 모르는 공정거래위원장의 뒤늦은 각성

    김상조 교수(한성대 무역학과, 경제개혁연대 소장)를 만나 출총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순환 출자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거침 없이 내뱉고 다녔다. 순환 출자 규제가 출총제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출총제는 실질적으로 폐지하고 순환 출자 규제는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공정위가 재경부와 산자부에 밀린 것이다.

    지주회사 부채 비율을 현행 100%에서 200%로 확대해주는 것과 사업 관련성이 없어도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를 허용해주는 법률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결과적으로 박정희 시절 재벌구조로의 복귀다."

    노무현 정권은 왜 이런 개악안을 선택한 것일까?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은 “최초로 재벌 개혁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았던가?

    노무현 대통령은 왜?

    “김근태의 ‘빅딜’은 재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테니 투자해달라는 이야기다. 이 제안을 기업에 물어보라. 그런 제안 때문에 투자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대답한다. 수익이 있으면 규제가 있든 없든 투자하는 것이 기업이다. 이른바 ‘14조 투자설’에 대해서는 재계 스스로도 코웃음 친다.

    규제 때문에 재벌이 투자를 안 하고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국민경제에서 재벌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복과잉투자가 극심했던 IMF 직전의 1996년 수준을 넘어섰다. 8대 재벌의 투자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의 39.21%를 넘는 39.40%나 되었다.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출자 한도 25%에 크게 못미치는 15%를 투자하고 있다. 10%나 더 투자할 여유가 있는 것 아닌가.

    국내 중소기업보다 외국자본과의 관계가 더 강한 재벌이, 투자를 늘려봐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재벌의 투자 확대만으로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도 없고, 심지어 단기부양 효과도 없다.”

    그렇다면 재벌과 노무현 정권이 진짜 노리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노정권이 진짜 노리는 것은 재벌 경영권 방어해주기

    “재벌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것이다. 원래 재벌들은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Poison Pill, 적대적 인수를 막는 제도) 같은 것을 바랬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처럼 시장 투명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출총제 무력화로 전술을 바꾼 것이다.

    재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제위기론을 만들어 퍼뜨린다. 노태우 때는 ‘제 2의 남미경제론’, 김영삼 때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론’, 김대중 때는 ‘세계 동시 불황론’을 만들어 퍼뜨렸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투자 부진론’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규제 완화의 정당성을 설파함으로써, 국내외 경쟁 자본으로부터 재벌 일족의 소유경영 독점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경제 관료들도 이런 논리의 허구성을 잘 알고 있다. 재벌 규제를 완화해도 투자가 더 늘어나지도 않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임기 말의 정권은 한 두 가지 정책으로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는 투기심리에 빠진다. 경제를 위해 뭔가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일 수도 있고, 한 마디로 정치 쇼다.”

    그런데 재벌의 경영권을 보호해주자는 논리는 재벌 편인 경제 관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논리를 펴는 사람이 적지 않고, 진보학술단체의 일부에서도 그런 논리에 동조한다. 민주노동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도 그런 논리를 펴는 강연회를 몇 차례 개최했다.

       
     
     

    진보진영 재벌 활용론의 문제점

    “그런 주장을 펴는 분들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다. 유럽대륙식 자본주의를 차선의 목적으로 둘 수 있다면, 재계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는 취지가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영권을 보장해준다고 재벌이 고용안정성을 줄 것 같은가? 현재의 우리 현실에서 노자간 타협이 가능한가?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근대경제학의 게임이론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이 있다. 계약이나 협력이 파기될 경우 더 큰 비용을 물 수 있도록 해야 계약이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은 그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의 사회적 타협이 약속 파기를 응징할 수 있는 힘 없이 이루어졌나? 현 상황에서의 사회적 타협론은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기득권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김상조는 부동산 문제에 관련해서도 근본적인 지적을 내놓았다.

    “부동산 버블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나온 게 아니다. 여러 경제사회 정책이 부동산 버블을 조장하고 있는데, 부동산 수요 공급만을 조정한다고 부동산가가 안정되지는 않는다. 경제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

    금리 정책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금리 정책이 부동산가 안정과 경기 부양의 중간에서 어중간하게 왔다 갔다 하니까 더 안 되는 것이다. 금리를 0.25% 포인트 정도로 미미하게 내리거나 올린다고 부동산 실수요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나? 정책은, 그 정책을 통해 실효를 노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정권이 생각하는 정책 우선 순위와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진보진영에게 준 가장 큰 기여

    김상조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서 갈라져 나와 올 8월 설립된 경제개혁연대의 소장이기도 하다. 경제개혁연대를 만든 이유 같은 게 듣고 싶었다.

    “노무현 정권 실패의 참상을 보면서 개혁이나 진보에 무엇이 부족한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진보 진영에 큰 담론은 넘쳐나지만, 구체적 아이디어나 실행능력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작지만 현실적인 진보의 한 걸음’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할까. 이런 인식이 노무현 정부 실패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기여다.

    경제개혁연대의 구성원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때와 같다. 다만 사업방향이 이론적 대안 생산 능력을 중심에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 평생에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경제에 관련된 실증 자료를 만드느라고 일주일에 두 번씩 밤샘을 한다. 경제개혁연대가 내는 리포트에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분조분 사담이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늦은 밤의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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