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 전면 파업 돌입
    택배사, 과로사 방지 핵심인 분류인력 투입 1년 유예 요구···노조 거부
        2021년 06월 09일 07: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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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노동자들이 9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결렬되면서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개선 등 과로사 방지 조치 시행 1년 유예를 요구한 것이 합의 결렬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조합원 53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전체의 92.3%(4901표)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 2100여 명은 파업에 돌입하고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로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 앞에서 ‘재벌택배사. 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를 열고 “택배사들의 1년 유예 주장은 그 시간 동안 저단가 택배를 유지해 물량 확보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며 택배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의 위험에 방치하겠다는 것”이라며 “택배사들의 1년 유예 결코 인정할 수 없다. 분류작업은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여당과 택배 노사는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회의를 열고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과 이에 따른 택배비 인상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택배사들이 과로사 방지 조치에 핵심 내용인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1년 유예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택배사와 우정사업본부는 장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에 택배노동자를 내몰아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얻어온 반면, 택배노동자들은 이로 인해 끊임없이 과로사했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택배사들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조차도 자신들의 이윤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회적 합의 기구의 12개 유관 단체 일원인 우정사업본부에 대해선 “산하기관인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단체협약에서 분류작업은 사용자의 업무이며, 단체협약 체결 이후부터 분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자체적인 연구 용역 결과가 없다’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분류인력도 투입하지 않았고, 단 한 푼의 분류 수수료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문을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오히려 사회적 합의기구의 합의 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는 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다른 업무를 하는 인력을 투입한다고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일반우편물과 등기·소포를 배달하는 집배원 1만6000여 명의 집배원들에게 택배 배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민주우체국본부는 “우정사업본부는 택배노조의 배송거부가 있을 때마다 손쉽게 우체국 집배원을 희생양으로 활용해 배송거부를 무력화하고 집배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체국현장직원들의 과로를 막아야 할 교섭대표노조는 택배노조의 배송거부를 불법쟁의로 규정하며 오히려 우정사업본부와 같은 입장으로 당일 오후에 우체국으로 도착한 택배는 다음 날 처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오는 10일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택배노조 배송거부 무력화하기 위한 집배원 1만 6천명 배송 투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택배노동자들의 투쟁에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한다”며 “택배노동자들이 더 이상 과로사의 공포에 떨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투쟁에 민주노총 모든 조합원의 이름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택배노조 파업에 힘을 보탰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의당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와 시민들의 이익을 위한 택배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택배사들은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른) 분류작업 책임을 회피하며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려고 하더니 택배비 인상을 꺼내들었다”며 “택배운임 인상 논의는 과로사 방지에 사용한다는 전제였는데, 인상 근거나 사용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요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 부담을 늘려 이익만 더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택배 총파업의 원인과 책임을 사회적 합의를 강제하지 못한 정부와 자기 이익만을 앞세운 택배사에 강하게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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