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원평가는 구조조정 지름길"
    By tathata
        2006년 11월 22일 06:3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전교조는 22일 ‘차등성과급 폐지, 교원평가 저지, 구속동지 석방, 한미FTA 저지, 연금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를 조합원 6천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었다.

       
     ▲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
     

    전교조는 정부가 연내 입법화를 통해 오는 2008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교원평가’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교직사회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장기적으로는 차등성과급제도와 연동되어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를 서열화하여 입시교육을 더욱 부추겨 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의 이번 연가투쟁은 교육부가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조합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예상돼 연가투쟁이 끝난 이후에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의 개막을 선언했다. 이날 상경한 조합원들은 6천2백여명이지만, 전교조는 결의대회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연가’를 낸 조합원을 합치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교원평가는 교육재정 축소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학급총량제, 교사의 지방공무원화, 차등성과급제가 모두 연결돼 있다. 교사에게 등급을 매겨 인간관계를 깨뜨리고, 오로지 시험성적만으로 가치를 매기고자 한다.

    교육은 돈이 아니라 인간이지만, 정부는 내신-수능-논술의 ‘죽음의 트라이엥글’을 고집하며 교육을 ‘돈 먹고 돈 먹는’ 교육으로 만들고 있다. 전교조는 17년동안 눈물의 투쟁으로 참교육을 실천해왔으며, 앞으로도 인간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는 청소년 인권단체인 ‘청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와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학생 3백여명도 참여했다.

    박조은미 청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회원은 대회 연설에서 “잘못된 입시정책으로 인해 1년에 7백여명의 학생이 자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고교 등급제, 논술마저 강요하고 있는 교육부가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대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따졌다.

    그는 “교원평가는 교사의 경쟁과 효율성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이는 학생의 삶까지 옥죌 것”이라며 “학생인권 보장 투쟁과 함께 전교조의 교원 평가 투쟁은 함께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전교조 조합원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전교조의 광주지부 조합원 3명은 이날 개그프로그램인 ‘형님뉴스’를 패러디한 ‘교육뉴스’라는 문화공연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학급성적이 떨어지고, 급식비를 미납하고, 지각하는 학생과 자습시간에 떠드는 학생이 많은 반의 교사일수록 교원평가에서 불리하게 되고, 경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 공연은 담고 있었다.

    전승협 교대협 의장은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학급당 학생수가 최다이며, 살인적인 수업시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학급총량제’라는 이름으로 예비교사에 책임을 전가하며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며 “교대협은 현재 3주째 동맹휴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급총량제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급 축모 규모를 추진 일정과 함께 내놓은 것으로, 이 제도가 실시될 경우 교대 학생들은 교사가 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은 물론 벽지에 위치한 학교 등은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학교에 의해 연가가 ‘거부’ 당한 상태. 김해고등학교 분회의 김 아무개 조합원은 “연가를 냈으나 결제가 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달려왔다”며 “교원평가가 실시되면 능력있는 교사를 양성한다는 취지와 달리 경력이 많은 교사들만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가입 10년이 된 안동공고 분회의 김판갑 조합원은 “교원평가는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며 “교사에 대해 여론은 기득권, 철밥통라는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라는 학부모의 요구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원평가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면, 사회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일부는 수용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교조 조합원들의 반응은 오는 12월 초로 예고된 전교조 임원 선거에서 더욱 활발한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의 이날 대회는 오후 4시경에 마무리됐으며,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대회로 이어졌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라는 우익 학부모단체 회원 10여명이 연단 가까이서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교조에 보내는 호소문’이라는 글을 통해 “전교조의 연가투쟁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비교육적 처사라는 점과 투쟁만이 교육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니란 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우대받는 학교 현장이 될 때 비로소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됨을 인지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집회는 전교조와 경찰의 제지로 약 20여분만에 ‘소동’으로 끝이 났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