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정치 강조는 이명박 눌러 앉히기?
        2006년 11월 22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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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아무래도 경선 관리형 ‘핫바지’ 대표 자리는 영 섭섭한 모양이다. 한 때 대권주자까지 꿈꿨던 그 아니던가. 이달 들어 이른바 빅3라는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침묵을 지키던 강 대표가 22일 작심한 듯 대권주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통령 후보 선출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이들 개인이 강연을 하거나 외국에 나가 당의 진로와 정책에 대한 식견을 내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의원들도 각 주자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경선을 조기 과열시키는 것은 해당 행위고 심할 경우 이적 행위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대표는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측에서 앞으로 대의원이 될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한다든지, 지역별로 사조직을 설치해 가입을 강요한다든지, 당원협의회별로 책임자를 정한다든지 해서 지나치게 당 내부 경쟁을 촉발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후보 진영에서 과잉 경쟁하다 보니 인신 비방을 한다든지 악성 루머를 유포시키며 상호 후보를 비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단속도 예고했다. 강 대표는 “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특정 주자에게 노골적으로 줄을 선다든지 특정 캠프에 가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립을 지켜야 할 사무처 당직자들이 나서서 줄서기를 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며 “제가 이것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출범식 축사에서도 특정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 시선을 끌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의 지도자이시고 희망이시자 미래이신 강재섭 대표”라는 사회자의 소개말에 “한나라당의 미래는 대권 후보들”이라고 손사레를 쳤다.

    하지만 강 대표는 곧 참정치 운동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은 깨끗한 둥지고 한나라당을 뛰쳐나가면 망한다는 생각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맨 앞줄에 앉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보기 머쓱했던지 강 대표는 바로 “앞에다 두고 이런 이야기하기 그렇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강 대표의 이같은 말은 12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에 불복하고 뛰쳐나간다면 "그런 사람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맥이 통하는 발언이다.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는 모두 내년 대선에서 여당 쪽과 연대설이 제기된 주자들이다. 이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손 전 지사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연대할 수 있다는 추측들이 분분했다. 특히 이 전 시장의 경우 현행 경선 방식을 유지할 경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비해 당내 지지율에서 불리한 만큼 경선에 불복하거나 아예 불참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강 대표의 발언 탓인지 이날 준비한 발언을 대신해 즉석에서 “누가 대표(후보)가 돼 정권을 잡느냐보다 우리당이 어떻게 정권을 교체하느냐가 우선이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내 화합이 중요하고 당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큰 적은 바깥에 있고 더 큰 적은 북한에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그의 부동산 정책을 강조하고 “정책정당, 수권정당이 참정치의 원천”이라며 “대세론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이 한나라당이 진정 나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한국교총 간담회와 일정이 겹쳐 이날 참정치운동본부 출범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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