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칼라 영장놓고 갈등한 적 있나”
        2006년 11월 22일 03: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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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법원이 22일 검찰이 청구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준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은 즉각 재항고하겠다고 밝혀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대법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 와중에 이상훈 형사수석 부장판사, 민병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에 외환은행 사건을 수임했던 사실도 밝혀져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증폭됐다.

    김석동 승진시키고 자랑하는 노대통령 책임도 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검찰은 감사원 감사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면피용 수사를 했고 법원은 이번 사건을 검찰 길들이기에 이용하면서 외국 자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사건의 중요성에 비해 법원과 검찰이 서로 상대방에게 면피용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블루칼라 범죄의 경우 법원과 검찰이 언제 영장을 놓고 갈등한 적 있었냐”며 “양형중심, 공판중심주의가 블루칼라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법원과 검찰 뿐 아니라 이미 감사원 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수사 대상이 된 김석동씨를 차관급인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고 이를 자랑스럽게 얘기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론스타 수사와 관련해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법원과 검찰의 4인 회동,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외환은행 사건수임 등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사태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사진=매일노동뉴스)
     

    = 우선 이 사건은 ‘외환은행 불법 헐값 매각사건’으로 불러야 한다. 사건의 중요성에 비해 법원과 검찰이 사건을 올바르게 엄격하게 처리할 의지가 부족한 채 서로 상대방에게 면피용 행위를 하고 있다.

    검찰에 대해서는 수사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특히 고위층에 대해서는 질문하니까 겨우 조사했다고 시인하는 식으로 감싸안기를 하고 있다. 아이엠에프 사태에 대한 수사와 비교해보자. 2개월만에 전 부총리 등 책임당사자를 구속시켰던 사례에 비춰 봐도 검찰이 면피용 수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법원은 수사에 부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된 것만으로 충분히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에 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법원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영장의 엄격한 발부, 공판중심주의를 얘기하면서 이 사건을 본보기로 전례 없이, 일관성 없이 엄격하게 영장발부 요건을 적용하려고 했던 게 하나이고 또 하나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두산그룹 사건을 언급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방침을 강조했지만 그 이후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이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점이다.

    "학력 높으면 석방하고 노동자 집회했다고 구속"

    변양호 재경부 국장의 경우, 법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 잣대라면 57명이 한꺼번에 구속된 포항건설노조의 경우 절반 이상의 구속자들이 석방돼야 마땅하다. 이를 따져 물으니까 (변 국장은) “고위직이기 때문에 도주우려가 없다”고 한다.

    학력이 높고 고위직이기 때문에, 학력이 낮고 하루하루 벌어먹는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철학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문제이다. 이런 선입견을 법원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화이트칼라 범죄인데 블루칼라 범죄에서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은 적이 없다. 양형 중심, 공판중심주의가 블루칼라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법원의 영장은 ‘치안유지’의 목적까지도 감안해서 발부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세밀하게 따진다. 심지어는 “수사가 종료됐는데, 추가 수사할 게 없는데 왜 구속시키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일회적인 집회 참가를 가지고 구속된 노동자를 보자. 집회에 참가한 것은 사진으로 다 나왔다. 그럼 수사 다한 것인데 더 수사할 게 뭐가 있어서 구속 시키나. 그런데도 직장이 다 있는 사람들을 50명씩이나 집어넣고 있다.

    결국 이들에 대한 영장발부는 이들이 또 다른 집회에 참석 못하게 하는 효과밖에 없다. 법원이 경찰업무를 대리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안대책회의에 참석만 안 했다뿐이지 공안대책의 일환으로 영장발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법원 외국자본 눈치보고 있다”

    어제 법사위에서 중요한 발언이 있었다. 법원행정처장이 “외국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은 국민감정이라거나 국민정서라거나 이 사건이 국가 경제에 어떤 해를 미쳤는가를 감안하면서 처리해야 하는데 법원은 외국 자본을 더 의식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진출이 소극화되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길게 했는데 법원이 악성 투기자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양비론 같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수사가 부진했고 법원이 엉뚱한 자기 목적과 불필요한 염려로 마땅히 발부해야 할 영장을 기각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해 정부가 분노하고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외환은행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하려고 했던 게 옳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지금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엠에프 수사 때는 그 전 정권의 과오에 대해 척결할 의지가 있어서 부총리가 구속됐는데 지금은 청와대 수석들의 혐의가 모두 은폐돼 있다.

    드러난 관련자 중에서 오늘 신문보도에 났듯이 김석동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오히려 승진시켰다. 이용희 국회 부의장에게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하지 않나. 이미 감사원 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에서 엄정 수사해서 징계 차원을 넘어서 사법심사 대상까지 된 사람을 차관급인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킨 이 행정부에 대단히 책임이 크다.

    – 법원과 검찰의 갈등과정에서 양쪽 고위 간부들의 회동이 있었는데.

    =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영장 담당판사와 영장을 청구했던 당사자인 수사기획관이 동석했다는 것인데 이는 ‘관선변호’에 해당한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를 검찰이나 법원의 또 다른 판사가 만나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달라는 것으로 전관예우와는 또 다른 부당한 압력, 개입이고 법으로 금지돼 있다.

    "형식적으로는 대립, 뒤로는 한 가족"

    형식적으로 보면 영장을 청구하는 검찰, 발부하는 법원만 있는 게 아니고 피의자도 있는 것 아닌가. 이 셋이 만나는 곳이 재판정이다. 검찰과 피의자 양쪽의 얘기를 듣고 판사가 판단해야 하는데 밤에 몰래 일식집에서 법원과 검찰만 만났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구조를 살펴보자. 지금 비록 형식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판사와 검사의 관계지만 사실은 이 사람들이 우리 사회 초엘리트층이고, 사법연수원으로 얽힌 선후배, 동기들이다. 만나서 “같은 가족끼리 왜 이러냐. 우리 이렇게 싸워서 되느냐, 뭐가 불만이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이다.

    – 이용훈 대법원장의 변호사시절 사건 수임도 논란이 됐다.

    = 이용훈 대법원장은 3년 동안 연 평균 83건의 사건을 수임해 연 20억 정도를 벌었다. 서울지역 일반 변호사들의 두 배에 해당한다. 누가 보더라도 입이 벌어질 문제다.

    이 대법원장이 맡은 사건의 70%가 배임, 횡령, 사기사건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사소한 사건이라도 접수하고 소송을 맡는 순간 ‘기본요금’이 5천만원이다. 그 다음부터 수억대로 올라가고 성공보수까지 치면 수십억에 달한다. 이렇게 높은 이유는 그만큼 해결능력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승소율이 높지는 않다. 이게 그쪽에서 변명하는 것인데 평균 승소율보다 낮은 것은 왜 그러냐. 이길만한 사건은 대법관 출신한테 안 가기 때문이다. 패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인 경우에는 비싼 돈을 주고라도 간다. 따라서 승소율은 변명거리가 안 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초기 수임료만 5천만원"

    다음으로 왜 수임한 사건들 대부분이 화이트칼라 범죄냐는 것인데 노동자들이 파업하다가 억울하게 재판에서 졌다고 해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한테 5천만원 주고 재판하겠나. 또 생계형 범죄 또는 못살고 어렵게 지내다가 불우한 처지에서 빚어진 살인 등 형사사건은 대법관 출신들에게 가지 못한다. 거액을 착복했거나 거액의 수임료 지불능력 있는 사람들이 가는 것이다.

    다만 이용훈 대법원장은 총수임 건수가 다른 대법관 출신 변호사보다 많진 않다. 대법원장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 앞으로 사태 추이는 법원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 같은데.

    = 법원이 국민의 뜻을 읽었다면 입장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보면 법원이 이 사건을 불편부당하게 처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심사 이외의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엘리스 쇼트 등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마지막에는 받아들였지만 중간에 기각 사유로 내세운 것이, 검찰이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소환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체포영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영장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기록에는 넣었지만 이를 영장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검찰도 잘못한 것인데, 법원은 기록이 안 돼 있다고 해서 기각할 것이 아니라 전화 한 통화 해서 수사기록에 나와있는 것을 영장에 쓰라고 보정요구하면 될 일인데도 보란 듯이 기각시켰다.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하려는 뜻은 좋지만 이 사건을 본보기로 삼아 무리하게 검찰 길들이기를 했다는 것이 군데군데 드러나고 있다. 검찰 길들이기와 외국자본 눈치보기로 법원은 정도에서 벗어난 처신을 하고 있다.

    – 이번 사건은 사법제도 전반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 사법민주화가 상당히 중요하다. 법관들은 국민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았으되 사실은 선출된 사람 이상의 권력을 갖고 있다. 이 권력이 민주적으로 행사되는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너희들도 돈 가지고 재판하는 거 아니냐, 같은 편끼리 봐주는 것 아니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전관예우 없애기 위해 법관종신제도 필요"

    무엇보다 법관을 충원하는 제도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충원해서는 안 되고 다른 나라들처럼 충분한 사회경력을 갖고 법조 업무를 익힌 후에 최종 직업으로 법관을 택하는 법관종신제도가 필요하다.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관이 최종직업이 돼야 한다.

    또 법관이 전국을 돌아다니고 결국은 서울 중심으로 고위 법관을 양성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예외적인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독일 같은 경우는 법관이 한번 임용되면 그곳에서 30~40년 동안 종신제로 있다. 고위법관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양심에 의해 판결하게 된다.

    소수의 법조인을 만들어 법조시장을 고가로 독점하는 시스템을 붕괴시켜야 한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로스쿨이 나왔지만, 로스쿨을 한다고는 해놓고 정원을 1,200명으로 제한했다. 한해에 변호사 천명을 낸다는 것이다. 고위엘리트에 의한 사법독점을 보장해주는 것이 변호사 수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학계에서는 최소한 3천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금 식으로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압력을 넣으면서 로스쿨 정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로스쿨 나온 사람이 변호사가 될 확률이 일본처럼 50%밖에 안 된다면 취지가 무색해진다.

    따라서 변호사 자격시험이 있어야 한다. 로스쿨 비용은 또 얼마나 비싼가. 가난한 사람은 못 다닌다. 변호사 자격을 부동산 중개사 자격 정도로 낮춰야 한다. 하찮은 사안의 경우 싼 가격으로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변호사가 만명이 안 되고 있는데 미국은 지금 변호사 1백만명 시대다. 얼마 전에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시험이 있었는데 한국인 합격자만 3백명이다. 우리는 전국에서 뽑는 게 천명이다.

    사법연수원생들의 출신고교를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강남 출신 절반 이상이었다. 고소득층이 좋은 대학 가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부유층에 의해 사법이 독점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사회계층간 이해관계가 법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법부는 이미 완전히 부유층에 의해 독점돼 있다.

    법관의 충원제도를 바꾸고 종신제도를 도입해 전관예우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일본만 해도 법관 끝나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공증업무에만 종사하도록 하면서 정부에서 준연금제도 비슷하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종신제를 하고 있다. 우리는 대법관 하고 나면 일년에 50억 벌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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