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개혁파, 대반격 시작됐다
    2006년 11월 22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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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개혁파가 실용파를 상대로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주요 민생 현안에서 실용파에 번번이 밀렸던 개혁파가 부동산 대란을 계기로 대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개혁파의 칼끝은 당의 정책라인을 겨누고 있다. 여당 정책위는 실용파의 아성이다.

   
 ▲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김근태 의장 (사진=연합뉴스)
 

"정책라인이 강령과 노선에 충실하지 못하다"

김근태 의장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일부 당직자가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매우 유감"이라고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을 비판했다. 변 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부세 과세기준의 상향조정을 시사했다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즉각 부인한 바 있다.

김 의장이 특정 당직자를 공개적으로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종부세 완화가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소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김 의장의 발언은 강 정책위의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당 정책위를 정조준했다. 그는 22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정책라인에 계신 분들은 보수적"이라며 "당의 강령과 기본 정책에 충실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과 PSI 참여 문제, 출총제 폐지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위원장도 "조직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잘못돼 있다"고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을 맹비난했다. "당론은 엄연히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현행 유지인데 정책라인에 있는 사람이 자기 개인적인 의견을 그렇게 불쑥불쑥 얘기하면 당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기본 자세가 틀렸다"고 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도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경제관료들이 주도했으며, 그 결과 현재의 관료들에게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서 "정치권이 국민에게 잘못을 고백한다는 전제 위에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동산 정책을 국회가 수렴하고, 여야정·지자체장 협의회 등을 만들어 부동산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이 말한 ‘수십년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주도한 경제관료’에는 재경부장관 출신의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이 역시 당 정책라인의 ‘전횡’에 대한 비판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정책결정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개혁파의 반격은 개별의 ‘성명전’ 수준에서 나아가 집단화, 조직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여당 의원 45명은 21일 성명을 내고 정책의총을 통한 당론 결정을 주장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부동산 정책 관련 의총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했다. 그 중 19명은 부동산 원가공개 확대, 종부세.양도세 현행 유지, 환매조건부채분양제도 도입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간 당 정책위의 ‘전횡’에 대한 산발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정책위는 비판에 아랑곳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사견’을 당론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당의 정책 결정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고는 이들의 독주를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음직하다. 정책의총을 통한 당론 결정은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에 당론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는 김근태 의장의 얼마 전 언급도 같은 배경을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용파의 ‘전횡’, 도를 넘었다

개혁파의 반격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의 산물로 보인다.

먼저, 실용파의 ‘전횡’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듯 하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정책위의 행보를 두고 ‘나가도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출총제 폐지 문제다. 당 정책위 관계자들은 사실상 ‘누더기’가 된 출총제 개정안도 성에 차지 않아 더욱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의 발언은 그대로 ‘당론’이 되어 언론에 보도됐다. 이목희 위원장은 "현재 당론은 아직까지 출총제 유지"라며 "(당론을) 변경시킨 적이 없는데 일부 개인, 정책라인에 있는 일부 분들이 나와서 조건 없이 폐지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극도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이 기름을 끼얹었다. 개혁파로서는 이대로 계속 실용파에 끌려다니다가는 자신들은 물론 여당 전체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법 하다. 김근태 의장이 22일 "한나라당조차 보유세 완화를 검토하다 투기세력 비호당이라는 거센 내부 비판에 밀려 철회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정계개편 이후를 겨냥한 정책주도권 다툼의 성격도 짙어 보인다. 이목희 위원장은 정계개편과 관련, "제일 중요한 것은 당이 어떤 노선과 비전으로 갈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어떤 노선과 비전으로 갈 것이냐는 문제는 결국 당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23일 의총이 고비될 듯

개혁파의 반격은 성공할 것인가.

일단 23일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날 의총에서 부동산 정책, 이라크 파병, 출총제 폐지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당의 전반적인 정서나 개혁파가 느끼는 위기지수를 감안할 때 일단 정책위의 일방 독주에는 어떤 식으로건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개혁파의 완승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많지 않다. 여당이 과연 구속력있는 당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입장차만 확인하고 결론은 내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혹 개혁파가 몇 개의 정책적 전리품을 얻어낸다고 해도 이후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변질될 지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시사적인 것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22일 당내 ‘부동산 대책 및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의원)’의 구성안을 발표했다.

김 의장의 의중이 작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기구의 당측 참여 인사 명단에는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종부세 완화론자들이다. 재경부의 정책 권력이 항구적이듯 현 여당 체제에서 실용파의 입지가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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