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이명박과 호남을 한 방에?
        2006년 11월 21일 07: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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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남북 철길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길의 완성 구상을 밝혀 시선을 끌고 있다. 유라시아 철길 완성은 지지율 1위의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시한 ‘한반도 대운하’에 맞서 한반도를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만드는 핵심 키워드다.

    더구나 남북 철길 연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사업으로, 호남 민심에 대한 소구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21일 ‘포럼 부산비전’ 창립 초청 강연에서 부산의 희망과 비전을 밝히며 “부산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한반도의 관문으로 하늘길, 뱃길, 철도길이 모두 연계되는 트라이포트 시스템을 갖춘 동북아 최대 물류 중심지”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하늘길, 뱃길은 활짝 열려 있고 남은 것은 철도길인데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철도가 완성되고 그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부산이 된다”며 “최종적으로 일본과 부산의 해저 터널 철도까지 연결되면 완벽한 동북아 중심으로 태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박 전 대표는 “오래 전부터 우리 국민들과 제품들은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날을 꿈꿔왔다”고 말해 남북 철길 연결이 단순한 구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2002년 북한 방문 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철도 연결을 논의하고 합의도 했다”며 또한 “9월엔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연결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이날 ‘철길’ 연결 주장과 관련 “대표께서 그러한 구상을 갖고 계시다는 정도”라며 “(대선) 공약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통한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철길’ 구상이 단순히 부산 지역 비전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전 시장의 ‘운하’에 맞서기 위해 공들여 준비해온 카드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달 초 부산지역에서 열린 유엔 아태사회경제이사회 교통장관 회의에서 아시아 횡단철도(TAR) 조인식을 가진 것과 관련 그 내용을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 정부는 아시아 횡단철도 계획에 따라 남북 횡단철도(TKR)를 위해 경의선 복원을 추진해왔고 지난 봄 시험 운행까지 논의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남북 철길 연결 주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숙원 사업에 대한 계승 의지로 비쳐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서진 정책을 강조하며 호남 구애의 선봉에 서 온 인물이다. 최근 잇단 호남 방문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시선을 끌었다. 정치권에서 DJ-박근혜 연대설이 해묵은 이야기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개연성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부산 강연에서도 ‘화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호남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로 모으는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진정한 화합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고 특정 코드에 상관없이 옳은 의견을 받아들여서 사심 없이 정책에 반영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이라도 과감히 승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잦은 호남 방문과 관련 “국민 화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25 재보선에서 호남지역 한나라당 지지율 8.2%를 거론하며 “(호남에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으로 언젠가는 화합할 수 있고 지역주의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지만 화학적으로 하나 더하기 하나는 무한대가 될 수 있다”며 영남과 호남의 화합을 강조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남북 철길 연결 주장에 대해 “그런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남북 철도 연결 등 통일에 대한 의지에 대해서는 “더 잘 알지 않느냐”고 변함없음을 강조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최근 <레디앙> 인터뷰에서 DJ-박근혜 연대설 제기의 배경에 대한 ‘추측’을 이야기한 바 있다. 홍 소장은 “DJ 필생의 작업이 남북관계가 진전돼 통일이 되고 통일 대통령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는 것이지 않겠냐”며 “진보개혁 세력 통해 통일이 안 된다면 때에 따라서는 보수의 힘을 빌어서라도 DJ가 통일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추측의 연장선에서 DJ-박근혜 연대설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호남과 화합을 강조하며 철길 구상을 밝힌 시점에서 다시금 곱씹어보게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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