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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환경단체들은 반환경적
    비트코인의 보이콧을 하지 않는가?
    [정의로운 경제] 한국 전가정의 두 배 넘는 전력 소비
        2021년 06월 03일 09: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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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가 가상코인 시장에 진짜 기여한 것?

    6월에 접어든 지금도 가상코인 시장은 일론 머스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안개속이다. 지난 2월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 결재를 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비트코인과 가상코인 가격폭등을 촉발시켰던 일론 머스크가, 불과 두어 달 뒤에 말을 바꾸는 바람에 가상 코인시장을 뒤흔들어놓았다. 가상코인 부흥의 전도사에서 순식간에 코인시장의 공공의 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가 비트코인 테슬라 결재 중지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이유는 비트코인 채굴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반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변명에 대해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비트코인 채굴에 엄청난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사실이 어제 오늘 알려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이런 이유를 댄 것은 문자 그대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를 덮으면 안 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을 구실로 삼은 것은 사실이지만, ‘잘 알려진’ ‘반환경적’인 문제가 엄연히 사실인 이상, 여기에 대한 대응책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중국이 ‘채굴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 외에는, 아무도 추가적으로 비트코인과 가상코인들의 채굴에 대해 전격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있는 점은 상당히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탄소배출 감축노력과 정확히 반대로 가는 가상코인 시장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잘 알려진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가상코인들은, 자발적인 블록생성을 촉진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동원해서 연산경쟁을 시키고 거기서 이기는 사람에게 ‘코인’을 보상으로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퍼블릭 블록체인은 자유롭게 개인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거래내역을 블록에 담아서 체인에 연결하는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블록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으니, 가장 먼저 블록을 만들어 체인에 연결해주는 사람에게 블록체인 시스템은 보상으로 코인을 주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코인’ 보상을 노리고 컴퓨터 자원과 시간을 동원해서 블록을 만드는 경쟁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은 블록 만들기의 마지막 순간에 블록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검증하는 한편, 블록을 만드는 주기(비트코인의 경우 10분)를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블록생성 최종단계에서 “난스(nonce)라고 하는 무의미한 값을 찾는 컴퓨터 단순연산을 반복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작업증명 또는 채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코인 보상을 노리고 서로 더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동원할 때마다 난스찾기 난이도를 자동으로 높여서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면 경쟁자들은 더 막대한 컴퓨터 장비를 동원한다. 그럴수록 전력소비는 늘어난다.

    이렇게 ‘작업증명(채굴)’ 방식의 블록체인과 그를 기반으로 한 가상코인 모델은 한마디로 지독히 ‘에너지 집약적’이며, 전력생산의 상당 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중국의 경우 60%)하는 상황에서 가상코인시장은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비트코인은 시장가치 기준으로 볼 때 작업증명(채굴)을 하는 퍼블릭 코인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에너지 소비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전체 가정의 두 배를 넘게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그러면 도대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코인들의 채굴과정은 얼마나 반환경적일까? 이미 여러 언론에 인용된 대로, 캐임브리지대학 ‘비트코인 전력소비지수’의 계산에 따라 최근 비트코인 채굴 전력소비를 연간 환산해보면 약 133.68TWh로 나온다. 이는 2020년 스웨덴의 131.8TWh보다 조금 높고 말레시아 147.21TWh보다 조금 낮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우리나라가 2019년 기준 총전력소비가 520.50TWh였으니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량의 1/4 규모의 전력이 별다른 용도도 없는 비트코인 채굴한다고 낭비되는 셈이다. 산업이나 공공 전력소비 외 우리 가정에서만 쓰는 전력소비가 한 해에 약 70TWh이다. 이렇게 보면 비트코인 채굴이 전체 국민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두 배를 탕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민들이 전기 아껴 쓰는 캠페인 하는 것이 무색해질 엄청난 규모가 아닌가?

    심지어 가격이 폭등해서 최고전력소비를 했을 때를 기준으로 연간환산하면, 비트코인 채굴 전력소비가 500TWh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즈(2021년 5월 20일자) 보도인데, 이는 한국의 총전력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비해서 기존 중앙은행 지불시스템이 탄소배출면에서 약 4만배나 더 나은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전한다.

    그러다 보니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인 브라이언 루시는, “비트코인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중간 규모의 유럽국가가 소비하는 만큼의 전기를 쓴다”면서 “정말 놀라운 양의 전기소비다. 비트코인은 더러운 비즈니스(dirty business)이며 비트코인은 더러운 통화(dirty currency)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왜 환경단체들은 가상코인의 반환경성에 반응하지 않나?

    사정이 이렇다면 기후정의운동을 하는 모든 인사들과 단체들, 심지어는 친환경 정책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앞다퉈서 채굴방식의 가상코인들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나서야 할 것이 아닌가? 일론 머스크가 한마디 한 것을 제외하면 놀랍게도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한편 일부에서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사용해서 채굴하겠다면서 이를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가?

    사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만 탄소배출을 하지 않을 뿐이지, 태양광이나 풍력시설 부품생산과 설치, 노후시설의 폐기과정까지 감안했을 때에도 탄소배출이 없는 것은 전혀 아니다. 재생에너지로 비트코인이나 가상코인 채굴을 한다고 전혀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기껏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정작 사회에 필요한 곳으로 돌리지 못하고 채굴작업에 써버리면, 다른 곳에서는 화석연료에 의지해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로 채굴하면 괜찮지 않냐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 점에서 일론 머스크가 친환경 채굴이 되면 다시 뛰어들겠다고 했던 발언 역시 터무니 없는 얘기다.

    또 일부에서는 현재의 에너지 집약형 채굴 방식 대신에, 에너지 절약형 방식의 새로운 블록생성 보상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설사 다른 모델이 나온다고 해도 이미 에너지 집약형으로 작동하고 있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그리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적인 새 대안이 나올때까지 마냥 기다리자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마지막 변명으로, “그래도 새로운 혁신 기술을 죽일 수 없지 않나? 나중에라도 새로운 대안이 나오면 현재의 문제점을 능가하는 사회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주장 정도가 남는다. 가상코인 시장 참여자들은 대체로 탄소배출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해로움 이상으로 이로움을 언젠가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많은 기후활동가들이나 단체들도 ‘자칫 혁신을 죽일수 있다’는 혐의를 받기 싫은지 반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다. 유엔에서도 ‘Cryto Climate Accord’라는 것을 조직해서 미래의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들이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식이다(ttps://cryptoclimate.org/). 대단히 타협적이고 안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며칠전 서울에서 열린 P4G회의에서도 가상코인의 에너지 낭비와 탄소배출 책임 얘기는 없었다. 파이낸설 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영국에서 열릴 기후정상회의(COP26)에서도 이 주제가 다뤄질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확실히 할 것이 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아무리 가격이 오르고 코인시장이 활황이어도 아무런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 상품거래를 더 촉진해주지도 않는다. 사회적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회적 유용성은 아직 전혀 증명하지 못했으면서, 에너지 낭비와 탄소배출 증가라고 하는 사회적 해로움은 확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블록체인의 작업증명이 정작 증명해준 것은 혁신이 아니라 ‘탄소배출 증명’이라는 것이다.

    다시 묻는다. 왜 기후운동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코인의 극단적 에너지 낭비와 그로 인한 탄소배출 증가에 말을 않는가? 지금은 가상코인 시장이 하락장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면, 더 많이 장비를 동원해서 더 많은 전력소비를 해도 이윤이 나올 것이므로, 비트코인 가격상승은 더 많은 전력낭비를 초래하고 더 탄소배출을 할 것이다. 그 때에도 계속 눈감을 것인가?

    필자소개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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