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수한 시민들 외침에도
    국회, 차별금지법 모르쇠
    최순영 "18대·19대·20대·21대···몇 대를 거쳐도 변하는 않는 정치권"
        2021년 05월 31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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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1년 가까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17대 국회부터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요구해온 전·현직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민주당 이상민·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공동주최로 31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17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에 이름을 올린 최순영 전 의원과 18대 국회 대표발의자 권영길 전 의원, 19대 국회 대표발의자 김재연 전 의원 등이 모두 참석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었다. 한국사회가 한국정치가 변희수 하사를 죽음으로 가게 만들었다. 국회는 그의 죽음에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은 “대한민국은 차별공화국이다. 성차별, 장애인차별, 학력차별, 세대차별, 비정규직 차별, 지역 차별, 온갖 차별이 난무하는 차별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며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가장 먼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차별이 없어지고 평등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2000년 창당하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을 첫 번째 사업으로 설정했다. 17대 노회찬, 18대 권영길 이름으로 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21대 국회의원들이 촉구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과 구조가 바뀌었다고 하는데도 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는 가장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뤄달라”고 촉구했다.

    최순영 전 의원은 “차별금지법 기자회견 발언 요청을 받고 참담했다. 18대·19대·20대·21대 몇 대를 거쳐도 변하는 않는 정치권, 모든 것이 발전하고 변하는데 유독 발전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곳이 국회”라며 “국민들이 촛불로 정권을 바꿔주고 과반수가 넘는 정당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국민들이 차별을 받고 현장에서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국회와 국가는 아직도 모르쇠하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앞서 장혜영 의원은 지난해 6월 정의당 의원 6명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권인숙·이동주 민주당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당시 장 의원은 이 법안에 공동발의자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법안 발의 직후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와 항의가 쏟아졌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은 됐지만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견에 참석한 장 의원은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한 명의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을 저버리지 말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장 의원은 “21대 국회의 거대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존경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말했다. 저 혼자만의 외침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시민들의 외침이었다”며 “그러나 지난 1년간 (국회는) 말 없는 벽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고 말했다.

    의원들 대부분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21대 국회의 300명 의원 중 대부분이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차별받는 시민들의 삶보다 진영의 이익과 그로 인한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 가운데 일부는 차별에 고통 받는 시민들의 삶보다 자신의 무지와 편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무지와 편견을 자신의 정치적 동력으로 이용한다. 또 이 법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면서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용기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문제로 바쁘다는 이유로 이 법을 등한시하거나 잊어버린다”며 “저는 21대 국회 300명의 개별 헌법기관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본회의장에서의 선거를 기억하고 있나”라고 일갈했다.

    장 의원은 “포괄적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21대 국회 존경하는 국회의원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모든 국민들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지금 당장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자. 우리가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나오지만 압도적인 의석수에 비하면 극히 소수다. 국회 전체에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의원은 이상민·권인숙 의원 정도다.

    6월 중 ‘평등법’ 발의를 준비 중인 이 의원은 당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일부 종교계에선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 차별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 장애, 학력, 빈부 여러 곳에 차별이 존재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이미 내셨고 저도 그와 같은 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해왔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법안 동참이 녹록치 않다”며 “처음엔 50~60명 포부를 세웠는데 쉽지가 않았다. 분발해서 의원들이 동참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인숙 의원도 “14년 동안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 반복됐다. 이제 사회적 합의는 이뤄졌다”며 “작년 발표된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평등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한다.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도 국민의 대부분이 동의한다는 것이 여러 조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평등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보수 개신교 등 특정 종교 세력의 반대는 기독교 전체의 목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평등법 제정을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은 ‘국회가 양심에 따라 용기를 가지고 평등법을 추진해주기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등법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구체화 하고 있는 법이다. 국회의원이라면 마땅히 우리 사회를 위한 용기 있는 결단과 실행을 단행해야 한다”며 “더는 미룰 수 없다. 국회의원 여러분이 평등법 제정에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은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국회 입법청원에도 올라왔다. 31일 참여자가 5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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