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반복, 화주는 물론 정부도 책임
세종시에 있는 쌍용C&B 공장에서 컨테이너 하차 작업을 하던 화물노동자가 컨테이너에서 쏟아진 300~500kg 압축된 파지더미에 깔려 숨졌다. 화물노동자의 업무가 아닌 상하차 업무 지시, 안전조치 전무 등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노조)에 따르면, 화물노동자 장 모 씨는 지난 26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쌍용C&B 공장에서 컨테이너 문을 열던 중 내부에 있던 300~500kg에 달하는 파지더미가 쏟아지면서 깔렸다. 장 씨는 현장에 있던 다른 화물노동자의 신고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27일 12시 15분 경 사망했다.
화물노동자가 상하차 작업을 하다 숨진 사건은 지난 3월 한국보랄석고보드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화물노동자가 석고보드에 깔려 숨진 이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태안화력발전소, 11월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 12월 광주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화물노동자 사망 사고도 모두 적재물 상하차 작업을 하던 중 벌어졌다.
상하차 업무는 화물노동자의 고유 업무가 아니다. 지난해 시행된 안전운임제에선 상하차 업무를 운송 외 업무 분류 화물노동자에게 시킬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고, 올해 3월 국토교통부도 ‘2021년 안전운임 고시’와 관련해 “컨테이너 문을 개방해 내부를 검사하거나 청소하는 작업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면 화주 등은 차주에게 해당작업을 수행하게 해선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비용절감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화물노동자은 여전히 상하차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현장에서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도 “현장에서 (화물노동자) 개인이 (운송 외 업무를) 거부를 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오른쪽)과 기자회견 모습(사진=화물연대)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쌍용C&B는 경사로 때문에 적재물이 아래쪽으로 쏠려 추락할 위험이 있음을 알았음에도 어떠한 안전조치나 교육 없이 상하차 업무를 강요했다”며 “상하차 업무를 전가하지 말라는 화물연대 요구가 수용됐더라면, 이를 금지하는 법이 현장에서 지켜졌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고 비판했다.
상하차 작업을 위한 별도의 인력 배치도 없었고, 안전조치와 안전교육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광석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컨테이너부지부장도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컨테이너가 한쪽으로 쏠려도 짐이 떨어지지 않게 밧줄을 치거나, 판자나 철봉 같은 것으로 막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쌍용C&B는 이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C&B에선 2017년 이후 안전 교육을 한 기록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화물노동자의 죽음에는 화주는 물론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지속적으로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에 운송 외 업무 지시에 항의를 했지만 관련 부처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안전운임제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된 이유다.
노조는 이날 오전 쌍용 C&B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고의 직접적 책임은 쌍용C&B에 있지만 반복되는 죽음에 대해 정부기관의 책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중 가장 큰 책임은 노동부에 있다”며 “국토부와 해수부가 사업주 입장에서 고민하더라도, 적어도 노동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노동부가 그 의무를 방기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안전조치 없었고 불법적으로 하역 작업 시켰다. 이것만으로도 사업주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 고인의 유가족은 이날부터 사고 현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쌍용C&B의 즉각적인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