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반값’ 한나라당 당론되나?
        2006년 11월 20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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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홍준표 의원의 이른바 ‘아파트 반값’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대책위 등 당내 기류는 긍정적이다. 안 그래도 정부·여당으로부터 멀어진 민심이 아파트값 폭등으로 더욱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여당 이탈표와 서민 표심을 끌어들이는 회심의 카드로 ‘아파트 반값’을 내세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21일 부동산세제 관련 긴급 의원 간담회에서 결국 당론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으나, 당 조세특위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주장으로 ‘부자정당’이라는 비난 여론에 휩싸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22일 열리는 부동산대책특위에서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할 것인가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그는 “한나라당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차원”이라며 “앞으로도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계속해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아파트 반값’ 관련 법안인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대표발의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지도부, 정책국과 협의하고 있어 당론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부동산대책위 이재창 위원장은 <레디앙>과 전화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진 못했다”면서도 “(법안이) 좋다고들 이야기하니까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으로 부동산대책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석준 의원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석준 의원은 “완전 소유의 중대형 아파트와 완전 임대의 국민임대주택의 중간형태로 반값 아파트 공급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30평 이하 수도권 아파트 공급에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책위 위원이자 국회 건교위원인 정화수 의원측도 “충분히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건교위원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대책위의 김양수 의원도 지난 9일 홍준표 의원 주최 입법공청회에서 법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고 나아가 “공공택지를 전부 장기임대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해 공공이 주택을 소유하면 투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은 토지의 공공 소유에 바탕하고 있어 사유재산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없지 않다. 홍준표 의원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며 아파트 반값 정책을 내놓았을 때 ‘위헌적’이라는 당내 의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지 않냐”며 5.31 지방선거 당시 이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김석준 의원은 “모든 아파트 택지를 국유화한다면 곤란하겠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민간에 맡기고 서민을 위한 일정 평형 이하의 주택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국유지나 시유지가 아닌 경우에는 민간 소유나 개발업체의 공동소유 형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위헌이나 당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켰다.

       
     ▲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의원도 9일 입법공청회에서 “헌법 제119조 제2항, 제120조 제2항, 제122조, 제126조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하면서 토지에 대한 규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위헌 시비를 반박한 바 있다.

    홍 의원 측은 “전재희 정책위의장과 홍준표 의원이 법안을 두고 여러 차례 논의를 가졌다”며 “정책위, 부동산대책위 소속 상당수 의원들도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해 당론 채택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법안 입법공청회가 열린 9일경에만 해도 당론 채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비친 바 있다. 김석준 의원은 당시 <레디앙>과 통화에서 “주공과 토공의 통합에는 공감하지만 아파트 반값 정책은 깊이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의 정체성에는 문제가 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문제인데 기술적 검토를 거쳐 당론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정권말기에 당론으로 채택할 상황은 아니고 다음 정권 인수위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불과 10여일만에 한나라당이 ‘아파트 반값’ 법안의 당론 채택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에는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잇단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아파트 반값’을 한나라당의 정책 대안으로, 내년 대선의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우려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반값’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아파트 값 폭등을 잡으려고 정부·여당이 안달이 나 있는 시점인데 한나라당이 선수를 쳐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여당은 최근 11.15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데 이어 분양가 부풀리기에 대한 국정조사, 종부세 상향 조정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한나라당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법안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 여론도 ‘아파트 반값’ 법안 부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조세개혁안이 국민정서에 안 맞다, 국민 정서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거셌고 당내에서도 ‘부자정당’, ‘기득권 옹호 정당’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나라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마저 공개적으로 당의 조세개혁안을 비판하면서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정책의총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결국 21일 양도세 중과세 폐지 방침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21일 홍준표 의원의 특별조치법과 토지주택공사법 공동발의에는 각각 여야 의원 48명, 45명이 동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열린우리당 원혜영 사무총장 등 여당 의원 7~8명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단병호 의원,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 등이 참여했다. 

    아파트 반값의 실현 가능성, 실천 의지, 부작용 등 실질적 문제는 향후 점검하고 따져봐야겠지만, 이 정책이 갖는 정치적 이익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한나라당이 자기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박근혜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이상한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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