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요!
    [그림책 이야기] 『우리는 최고야!』(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북극곰)
        2021년 05월 25일 03: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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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명이 체육가

    어릴 때 제 별명은 체육가였습니다. 탁월한 운동 신경으로 늘 주위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줄넘기는 한 번을 넘지 못했습니다. 줄을 돌리는 타이밍과 뛰는 타이밍과 맞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축구만 하면 헛발질을 했습니다. 굴러오는 공과 걷어차는 제 발의 타이밍을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야구를 하면 삼진 아웃이었습니다. 날아오는 공과 제 방망이는 좀처럼 만나질 못했습니다. 저는 체육 성적이 언제나 ‘가’여서 별명이 체육가였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운동 신경이 좋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체력장이라는 시험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점수는 20점 만점에 참가점수인 16점을 받았습니다. 그 뒤에도 어디를 가나 체육대회와 운동이 따라다녔습니다. 이제 제 별명은 체육가가 아니라 구멍이었습니다. 배구 구멍, 발야구 구멍, 탁구 구멍. 심지어 등산도 몇 번 따라갔다가 갈 때마다 낙오를 했습니다. 등산도 구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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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별명은?

    아이들은 주인공 ‘우리’를 여자애라고 놀렸습니다. 우리는 남자애들이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혼자 숲속을 산책하거나 줄넘기를 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인형 만들기도 좋아했습니다. 옷 입는 것도 좋아해서 다락방에서 여러 가지 옷을 입어 보았습니다. 예쁜 옷을 입고 영화배우처럼 노래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아빠가 다락방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소리쳤습니다!

    “우리야! 여자애처럼 놀지 말고 밖에 나가서 놀아. 야구나 축구나 농구를 해! 뭐든 공을 가지고 놀라고!”

    하지만 우리는 공이 싫었습니다. 공놀이를 못하니까 야구도 싫었습니다. 공을 떨어뜨리고 헛스윙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자기네 팀에 끼워주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남자 아이들은 학교 담벼락에 크게 낙서를 했습니다.

    “우리는 여자애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우리’를 여자애라고 놀립니다. 게다가 집에서는 여자애처럼 굴지 말라고 아빠한테 야단을 맞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불행하고 집에서도 불행합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아이들이 괴롭히는 학교 말고, 아빠가 야단치는 집 말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행복할까요?

    친구들이 괴롭히니까 우리는 혼자 놉니다. 아빠가 야단치니까 우리는 혼자 놉니다. 엄마도 우리랑 놀아주지는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혼자 노는 걸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리 혼자 놀기 좋아하는 사람도 친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함께 놀 친구가 없습니다.

    나를 믿고 응원하는 한 사람

    다행이 우리의 건강을 걱정한 엄마가 멋진 생각을 합니다. 바로 우리를 무용학원에 다니게 한 것입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의 아빠도 마지못해 허락합니다. 무용 선생님은 우리에게 까맣게 반짝이는 탭댄스 구두를 줍니다. 우리는 탭댄스 구두를 신습니다. 그러자 우리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리는 날마다 탭댄스를 춥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합니다. 탭댄스를 추는 동안 우리는 신이 나고 행복합니다. 무용 선생님은 우리를 믿고 응원해 줍니다. 이제 우리를 믿고 응원하는 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신은 인간의 영혼을 모두 다르게 만들었다!

    일란성 쌍둥이는 외모가 같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외모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영혼은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취향을 지녔습니다. 심지어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우리는 다른 꿈을 꾸며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통점은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와 문화와 전통과 관습 그리고 교육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예컨대 ‘한국 사람은 밥을 좋아합니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합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다수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수의 공통점이 결코 진리나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최고야!

    토미 드 파올라는 어릴 때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공놀이를 잘하지 못해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에 토미는 해마다 약 10만 통의 팬레터를 받는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토미는 270여 종의 그림책을 남겼고 2020년 3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최고야!』는 저를 가슴 깊이 위로한 책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주인공 우리처럼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습니다. 모든 운동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운동을 잘할 리도 없었습니다. 체육 시간에는 늘 선생님과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슬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요! 그리고 토미 드파올라처럼 저 역시 작가가 되었습니다. 삶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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