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정조사 요구 ‘거부’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이 ‘관세평가분류원 특별공급 사태’를 계기로 세종시 이전 기관 공무원 아파트 특공(특별공급) 문제에 관한 국정조사를 공동 요구하고 나섰다. 관세청 산하 관평원 일부 공무원 등이 특별공급 제도를 악용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LH 직원 투기 사건으로 4.7 재보궐선거에서 역풍을 맞은 여당은 야당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악용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요구서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권 원내대표 3명을 포함해 야3당 의원 111명 전원이 서명했다.
야3당은 요구서에서 “제도를 악용한 위법행위로 과도한 시세차익을 얻은 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루어져 관련 부당이득 등을 환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행복도시(세종) 특공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범위로는 ▲분양 당시 소유 주택수 및 분양대금 출처 ▲분양 후 실거주 여부 및 보유기간 ▲현 소유 및 전매기한 준수 여부 ▲매각 시 시세차익 ▲거주자 우선순위 제도 활용 중복 분양취득 여부 등이다.
감사원도 이날 관평원의 세종시 부당 이전 과정과 이에 따른 관평원 직원의 세종시 특공 아파트 분양 논란 등과 관련해 “관세청, 기획재정부, 행복도시건설청, 행정안전부의 업무는 ‘감사원법’ 제22조 및 제24조에 따라 감사원 감사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여당, 국조 요구에 묵묵부답…집단적 민심불감증”
정의당 “세종 공급 아파트 26% 공무원, 정부는 실거주 인원 파악도 못해”
국민의당 “정부 차원의 셀프조사로는 꼬리 자르기 우려”
야3당은 정부 주도의 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여당이 국정조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유령청사를 짓고 이를 빌미로 세종시 특공을 받아 수억원의 차익 거둔 관평원 사태 관련해 여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며 “죽비 맞은 듯 정신이 들었다고 표현했지만 이미 집권세력 전체가 집단적 민심불감증에 걸린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공 부정사태에 따른 국정조사 요구에 청와대는 답해달라”고 촉구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세종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작년 한 해에만 44%가 폭등했다. 그런 세종시 공급 아파트 중 26%가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 몫으로 배분됐다”며 “그러나 정부는 실거주하는 공무원이 몇 명인지, 당첨 인원은 몇 명인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표는 “정부의 해이함과 사실 확인도 없이 예산을 승인시킨 기재부, 기각 결정이 났음에도 특공 대상에 포함시킨 행복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밀어붙이기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며 “덕분에 그동안 일부 공무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수억 원의 차익을 벌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특공 제도의 의의는 근무지가 강제 이전될 경우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복지의 영역이었다”며 “시세 차익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 없이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과도한 특혜였다”고 짚었다.
그는 “관평원 외에도 해경청, 한전 등 관공서와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 특공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제기되고 있는 특공을 이용한 투기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 부처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박탈감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도록 국회라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도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후 “LH 사태 때 본 것처럼 정부 차원의 셀프조사로는 꼬리 자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김부겸 국무총리가 행정안전부 장관일 당시의 부정 사례다. 정부 진상조사는 전혀 신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세종 특공 국정조사 거부
“야당은 부동산 투기 조사부터…국조 요구 자격 없어”
민주당은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관평원 특공 사태가 4.7재보궐선거 여당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LH 투기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야 하는 그 과제는 10번, 20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검찰에 설치된 합동수사본부에서 철저한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는 그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는 중요한 현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과 조사를 위한 절차이지만, 대체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한 현안에 대한 여론의 관심 환기와 미흡한 제도 보완 등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그 목적이 다른데다, 정부가 LH사태 이후 성과를 내지 못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LH 사태 때 주장했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조사를 또 다시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이 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한 국정조사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 문제에 대해 국회가 조사를 하겠다고 이야기 하려면 민주당처럼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투기 여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며 “야당도 똑같이 당당하게 조사 받은 후에 공직자들에 대한 국정조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의총 직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야당은 국정조사 요구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평원은 2015년 세종시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171억원 예산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지었으나, 관평원 이전은 최종 무산됐고 관평원의 신청사는 1년째 공실로 방치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관평원에서 일하는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세종시 아파트 특공에 당첨됐고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관평원 사태를 계기로 세종시 특공 아파트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11년 3억 원대에 분양받은 세종 아파트를 약 13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보유한 고위공직자 중 실거주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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