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의역 참사 5주기···고 이선호 청년
    '일하며 살고 싶다, 살아서 일하고 싶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시행규칙의 올바른 제정 촉구
        2021년 05월 24일 07: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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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역 참사 5주기’를 앞두고 노동계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24일 이날부터 닷새간 생명안전주간을 선포했다. 구의역 김 군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추모행동을 벌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자빈자리사업단 등은 24일 오전 구의역 2층 개찰구 앞에서 ‘구의역 참사 5주기 추모주간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의 자회사·하청으로 위험과 죽음이 외주화되고 있다며 안전인력 확보와 중대재해 발생 기업을 강도 높게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시행규칙의 올바른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진=노동과세계

    “누더기 중재법, 시행령조차 마련 않는 정부…
    기업하기 좋자고 ‘일하다 죽기 좋은 나라’ 만드나”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김군을 추모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떨어지고, 끼이고, 깔려서 영영 퇴근하지 못하는 일들이 한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유족들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에 의해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정부는 누더기법의 시행령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일하다 죽기 좋은 나라’를 묵인하고 내버려두는 것이 나라라고 할 수 있나”라며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다치고 죽고 버려지는 그런 사회는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불안과 위험과 죽음을 쉽게 떠안기는 그런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일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조직국장은 “고 김용균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원청 대비 (하청업체의) 안전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2인1조 작업이 되지 않는 곳도 부지기수”라며 “정부여당이 두 번이나 약속했던 직접고용도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3개월씩 알바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결같다.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재정해 더 이상 노무비를 착복 당하지 않고 안전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의 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속되는 죽음을 방관하지 마시고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잠깐의 슬픔으로 흘려보낸 수많은 산재, 내 친구까지 죽게 할 줄 몰랐다”

    이날 회견엔 평택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 이선호 씨의 친구도 참석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약속에 공허함을 토로했다.

    김벼리 씨는 “저와 나이가 같았던 구의역 고 김군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하며 마음 아파했다. 그런데 제가 5년 뒤 같은 이유로 친구를 잃었다”며 “잠깐의 슬픔과 분노로 흘려보냈던 수많은 산재사고가 제 친구까지 죽게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선호의 일이 알려지고 수많은 정치인이 빈소를 찾아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호 빈소에서도, 구의역에서도, 태안에서도 약속했으면서 바뀌지 않는다”며 “그런데 선호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한 달 동안 알려진 것만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재로 사망했다. 전부 예방할 수 있던 이유들로 죽었다”고 했다.

    그는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해 대단한 기술력과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방역처럼 예방을 위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제발 정부와 국회는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가는 것을 두렵게 여겨달라”고 호소했다.

    “하루 7명 사망…정치의 외면이 원인”
    “소규모 사업장, 외주하청 비정규 노동자 안전 위해 제대로된 중재법 촉구”

    산재 사망사고가 노동자의 죽음에 무책임한 정치권에 있다는 비판은 계속됐다.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구의역 김군의 사고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머물지 않고 비로소 우리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로 바라보게 됐다”며 “그러나 정치는 매일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한국사회를 그대로 방치하고 외면했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유가족의 목숨을 건 단식과 청원으로 모인 시민여론의 눈치를 보며 정치권은 마지못해 법 재·개정을 했지만 핵심은 비켜가고 변죽만 울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김용균없는 김용균법’으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기업’이 빠진 중대재해처벌법이 됐다”며 “여전히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에서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된 소규모 사업장, 외주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제외됐고 기업의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공공운수노조는 생명안전주간 선포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된 소규모 사업장, 외주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보장받기 위해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촉구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비용절감과 효율만을 우선하여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난 공공기관의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 전환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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