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회담 결과
    민주당 ‘극찬’, 국힘 ‘경계’
    정의 “대중국 포위전략 수용” 우려
        2021년 05월 24일 01:1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와 반도체, 코로나19 백신 등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처음으로 대만해협·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협력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도 언급되는 등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사실상 동참하게 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국 정상은 2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이뤄진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를 결정하고,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며 “한국과 미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수요 증가를 적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백신 스와프 체결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에 군인에게 백신 55만명 분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모더나 국내 위탁 생산에도 합의했다.

    또한 한미 정상은 “공동의 안보 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를 위해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과 같은 우선순위 부문을 포함해 우리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4대 기업은 미국에 총 4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성명엔 중국이 언급을 꺼리는 대만, 쿼드 등이 담긴 것은 한국이 미중 갈등 속 대중국 견제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 결과 두고…민주당 ‘극찬’ 국힘 ‘과장 경계’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한미관계가 전략적 변곡점에 들어섰다” 등 극찬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한미동맹 정상화”에 의미를 두면서도, 정부여당이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평가하고 있다며 견제했다. 정의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정책에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혹평하는 한편,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발을 들인 것에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관계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전면적인 변화의 계기 즉 전략적 변곡점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미 양국이 관련 의제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산업 정책이나 백신 공동생산 등 세계적 이슈를 함께 논의하는 핵심 파트너가 되었다는 점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코로나 백신, 기후 변화 등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북한 문제를 핵심 의제로 끌어 올린 것,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가 기반이 된 것, 점진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으로 대북 관계가 시작되는 것, 이 모든 기회를 살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우리 정부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을 기초로 한 외교적 대화’라는 문구가 포함된 대북정책 관련 합의에 대해 “최선의 내용, 최적의 결과”라며 “단계적, 실용적 유연함은 앞으로 대북정책의 돌파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사일 사거리 제한 폐기 합의에 대해선 “42년 만에 우리나라 미사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함으로써 국방력 증강에 획기적 진척을 이룬 것은 또 하나의 큰 성과”라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5.21 한미정상회담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이번 방미 성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엄청난 성과였다.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윤 원내대표는 “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역으로 세계최강대국에게 44조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를 약속하는 나라가 된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며 “이 투자로 5G와 6G 네트워크 기술, 그리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산업 등 미래산업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이 같은 평가에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낯 뜨거운 호들갑을 떨 만큼의 회담 결과였다는 평가는 과도한 견강부회”라고 일축했다. 쿼드 지향 등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코로나19 백신이나 대북정책에 있어서 낙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백신 확보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이외에 구체적인 백신 확보의 성과가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44조원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손에 잡히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금을 지급하고 어음을 받아온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국민의힘이 파견한 ‘백신 방미단’의 외교적 노력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반영되었다는 점”이라며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국민의힘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며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의 포함과 미국의 남북대화 지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기존 미국의 입장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쿼드가 지향하고 있는 핵심원칙을 수락했고, 더 나아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까지 포함시키는 커다란 변화까지 보였다”며 “이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본다”는 점은 호평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낡은 이념적 잣대에 기반한 친중·친북 노선으로 70여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의 결속을 교묘하게 헤집어 국론을 분열시켜 왔다”며 “이념의 한계를 직시하고 경제동맹체·백신동맹체·안보동맹체라는 혈맹관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는 우려스럽고,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는 ‘레토릭’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쿼드나 대만 언급 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긴장 국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적극성과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은 원론적 입장 표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여 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회의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과 북미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데 필수적이라는 원칙은 확인했지만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중국 포위전략을 포함한 미국의 세계 전략에 한국이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 앞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 한국이 발맞춰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미사일 지침 폐기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한국의 능동적인 행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위험도 안고 있다”며 “우리가 미사일 등 모든 부문에서 완전한 주권을 갖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동아시아 평화를 선도하기는커녕 군비경쟁을 부추길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은 자랑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22일 국회 브리핑에서 “‘대만해협 평화 유지, 퀴드 지역다자주의, 미사일지침 종료’ 합의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우리 정부가 미중갈등 사이에 끼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외교문제를 비롯한 군사적, 경제적 긴장 국면이 초래될 것으로 매우 우려가 크다. 제 2의 사드사태로 확대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실리적 등거리 외교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백신 문제와 관련해서도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의 44조 대규모 투자에 비해 미국측이 내놓은 포괄적 백신파트너십에 구체적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