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안 되고, 인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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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9일 07: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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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7일 <BBC> 인터넷판에 실린 죠티 말호트라(Jyoti Malhotra)의 기사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글은 자국 군수산업을 돕고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NPT 가입을 거부하는 인도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는 미국의 이중성을 지적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이유로 북한을 상대로 폭격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NPT 가입을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국제사찰도 거부하면서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해온 인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번에는 핵기술마저 전해주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참 잘난 미국이다. <편집자 주>

    8년 전인 1998년 여름 인도가 라자스단의 포크하란에서 다섯 번의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미국 정부는 인도 정부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고 격렬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16일) 미국 상원은 인도와의 민간 차원 핵 협력을 지지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 속에 통과시켰다. 인도 정부의 반응은 기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초당적 지지

    프라납 무크헤르지 인도 외무장관은 “폭넓은 초당적 지지를 받은 법안의 통과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인도 지배층 역시 기뻐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에 미국에 사는 인도계 미국인들은 핵 거래가 양국 모두에 좋은 거라며 미국의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로비를 펼친 바 있다.

    초당적 지지는 목요일 상원의 85표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과거에 인도의 핵물질 생산을 억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지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판이었던 상하원을 장악한 후 복수심을 깨끗이 내버린 듯 인도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기야 이번엔 힐러리도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를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좌파 정당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밀어붙인 싱 총리는 최종법안이 인도의 관심사를 담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인도는 군사용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8개 원자로를 숨겨 두고 싶어한다. 인도 정부는 이들 원자로에 대한 국제 사찰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원자로에서 얻어지는 핵물질을 외부 조사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PT를 관 속으로

    미국의 비판가들은 이번 법안을 두고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거부하는 인도 정부를 두둔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비판가들은 인도와의 민간 차원 핵 거래 허용은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 체제라는 관에 못을 박는 행위로 실상은 인도를 세계 6위의 핵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멀포드 인도 주재 미국대사는 인도를 세계 6위의 핵강국으로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는 “이 법이 인도를 세계의 주요 열강 자리에 올려놓을 것이며, 인도는 더 이상 고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 거래는 인도가 세계열강이 되도록 돕고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인도에 대한 제재를 없애려는 부시 대통령의 비전을 보여 준다”고 멀포드 대사는 덧붙였다.

    멀포드의 말은 포크하란 실험 이후 미국의 무시와 모욕에 시달렸던 인도인들의 귀에 달콤한 음악으로 들렸다. 당시 매들레인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인디아가 자기 무덤을 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도의 전략분석가들은 인도의 손을 들어주고 인도의 핵보유국 지위를 세계에 선언한 게 바로 그 미국이라고 말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인도인의 절대다수가 비판하고 미국의 파병 요청을 인도정부가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핵 거래를 확실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특히 후진타오 주석의 인도 방문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핵 거래 법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 중국의 대항마로 인도를 키우려는 미국의 의도를 드러낸 지표로 평가한다.

    중국 견제와 미국 군수산업을 위해

    멀포드 대사는 핵 거래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대단하다고 지적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경제사절단이 11월 말 뭄바이와 델리를 방문한다. 경제사절단의 다수는 핵 산업을 직간접으로 대표하게 된다.

    현재 인도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2.5%를 핵에서 얻고 있다. 싱 수상은 인도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풍력이나 태양력 그리고 핵에너지 같은 청정에너지원으로 점차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10%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풍부하고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핵 거래로 인도 정부가 6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전투기 124대를 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비밀리에 인정한다. 지난 해 두 나라가 방위협력협약을 체결한 이래 인도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전투기 구입을 위한 국제입찰에 미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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