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선호 부친 “평택항 8년 일하며
    안전관리자 두는 것 한 번도 못 봤어”
    “산재 줄이겠다는 문 대통령 약속 믿고 지켜보겠다”
        2021년 05월 17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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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다 300kg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고 이선호 노동자의 아버지인 이재훈 씨는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씨는 17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조문 당시 “제가 먼저 가슴 아픈 이야기를 했다. ‘아이 한 명이 죽으면서 우리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이런 슬픔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가족이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그 약속 꼭 믿고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대통령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나’라는 질문에 “오늘부터 정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가 가동돼서 전체 작업장에 고용노동부와 조사를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다만 어떻게 조사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씨는 25일 간 아들의 장례도 치르지 않은 채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 아이가 죽기까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두 사람이 있는데, 그 두 사람이 용서를 빌어야 눈을 감을 수가 있다”며 “한 사람은 찾아 와서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용서를 빌었는데, 말도 안 되는 작업지시를 내린 사람은 현재까지도 ‘자기는 그런 지시 내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건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보다도, 그날(사고) 이후부터 제 아이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밤을 새고 있다. (빈소를 지키는 아들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하루라도 빨리 빈소를 접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렇게 안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원청업체가 사고 발생 20일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과 관련해선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있다. 먼저 유족 앞에 와서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고 자체 조사를 해서 밝혀야 한다. 그 다음이 대국민 사과”라며 “그 사람들이 언제부터 국민들을 무서워했다고 대국민 사과부터 하나. 그 전에 유족들에게 먼저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당시 119 신고보다 윗선 보고를 우선한 것에 대해선 “(사고) 현장을 보고 윗선에 전화로 보고했던 친구가 인간성이 나빠서 그렇게 했겠나.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분명히 회사 내에 그런 사고가 나면 ‘선보고 후조치’라는 대응 매뉴얼이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현장 안전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서도 “제가 (평택항에서) 8년 동안 일하면서 안전관리자 두는 것을 한 번도 보지도 못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법으로 정해놓은 적정 수의 안전 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첫 번째 직접적 원인”이라며 “안전관리자 아침부터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그 현장에 세워놓으면 하루 일당이 10만 원이다. 고작 그 10만 원, 그것 좀 아껴보겠다고 우리 집 아이를 이렇게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씨는 아들의 산재 사망 사고에 연대해준 시민사회단체와 유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저보다 더 먼저 이런 슬픔을 가지고 있는 산재 피해 부모님들, 여러 사회단체에서 저에게 용기와 힘을 보태주셨다”며 “이제 제 남은 시간들을 그 분들에게 받은 보답을 하고 살아야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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