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이 사람을 테러리스트라 말하나
        2006년 11월 17일 06: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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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박종기(42)씨의 ‘국내 주요 인사 테러 계획’에 대해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공안부는 아무런 혐의점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주 중 제출될 검찰의 박씨 관련 기소장에도 이적표현물 제작과 밀입북 혐의만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박씨를 접견한 민주노동당측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조사 과정에서 박씨는 테러와 관련, "90년대 중반쯤 당시 정치상황에서 테러를 생각한 적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시도하거나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테러, 마음속으로 한 번 생각해본 것 뿐"

    박씨는 또 "마음속으로 (테러를) 그냥 한 번 생각해본 것 뿐이었다"며 "다만 전두환의 아들인 전재국에 대해서는 테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 집을 2번 정도 찾아갔으나 전재국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용도의 총기구입설’에 대해서도 박씨는 "총기구입을 할 계획으로 시장을 찾아다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미 그때는 테러가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회의를 하던 시기였고, 구체적으로 총기를 살 수 있는 시장을 찾아다닌 게 아니라 그냥 일반 시장을 돌아다녔다는 의미"라고 말해 계획적 총기구입 시도 의혹을 부인했다.

       
     ▲ 11월 17일자 <조선일보> 1면기사
     

    박씨는 ‘조선일보 테러 계획설’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특히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직후 그 행태에 대해 분노하며 테러를 상상한 적은 있고, 그래서 일기장에 기록도 했다"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준비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다만 "한겨레 신문에 조선일보 방사장의 집사진이 나왔을 때 이를 오려서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박씨의 ‘테러 혐의’란 ‘테러를 그냥 한 번 생각해봤다’는 것으로, 검찰도 관련 혐의 내용을 집요하게 추궁했으나 추가적인 혐의점을 전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씨의 이른바 ‘테러 혐의’에 대한 검찰의 근거라는 것도 조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박씨의 ‘진술(테러를 생각해 봤다는)’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에서 추방당했다. 엄청난 상실감과 배신감을 맛봤다"

    검찰은 박씨의 ‘간첩혐의’에 대해서도 별 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씨는 최근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정원에서 간첩으로 나를 몰고가는 듯하여 극구 부인을 했고, 국정원도 아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미 간첩행위는 한 물 간 것인데, 어떻게 그런(간첩혐의가 있다는) 보도가 나갔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박씨의 변호인측도 "실제로 북한에 갔다 왔다는 것과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는 것 이외에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의 밀입북 이후 행적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박씨는 지난 2003년 3월 4일 밀입북했으나 북측은 약 30일간 조사 후 회령에 있는 중국 공안에 인계, 박씨는 그 곳에서 40일간 억류되어 있다가 벌금 3,000달러를 내고 풀려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박씨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난 북으로 가서 영구적으로 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고 밀입북 이유를 밝히면서, 그러나 "목숨을 걸고 북으로 들어갔지만, 사람의 진의를 알아봐주지 않을 때 어떠 해야 하는가. 난 돌아와서 엄청난 상실감과 배신감을 맛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씨의 혐의 가운데 하나인 이적표현물 제작의 경우도,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려놓은 수준이다.

    공안검찰과 보수언론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결국 공안검찰과 보수언론이 테러혐의와 간첩혐의에 대한 뚜렷한 근거도 없이 박씨를 상대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박씨를 이날 접견한 변호인측은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살아온 사람, 그러면서도 피해의식과 약간의 과대망상을 갖고 있었던 한 개인의 서글픈 에피소드"라며 "이런 사건을 공안기관과 언론기관이 마녀사냥식으로 확대과장하여 부풀리는 것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17일자 기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박종기(42)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고 북한에 밀입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안 당국은 박씨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 지난 9월 발생한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테러사건과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등 요인 테러 계획과 관련된 행적을 집중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박씨가 주요 테러 대상으로 꼽은 인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 등으로 40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를 위한 총기 구입도 구상했다. 박씨는 방 사장 등 일부 인사의 자택 주변을 사전 답사했으며, 특히 안티조선 단체가 전시한 방 사장 자택 사진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밀입북 후 귀국한 뒤에도 테러 실행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박씨의 테러혐의를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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