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대선 밥상'에 숫가락 올려놓을 수 있을까
        2006년 11월 17일 04: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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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잇달아 시국강연회에 참석하고 당 행사에 공식 참석하는 일정이 알려지면서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설이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확언한 데 이어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이 17일 “정계복귀 명분은 있다”며 ‘킹 메이커 역할’ 등을 부채질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 쪽 인사들은 “아닐 것”이라며 당 일각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문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인 <SBS전망대>에 출연, “이 전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사기를 당해 정권을 빼앗겼다”며 “명예회복 차원에서도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는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그것이 민심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당내에서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는 내년 대선을 위해 이 전 총재가 당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다”고 말했다.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홍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회동을 통해 제3기 좌파정권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 전 총재만이 여권의 인위적인 정계 개편과 정권 재창출을 막을 수 있는 만큼 당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 총재가 정계 복귀를 전제로 한다면, 당헌에 따른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사람을 지원하는 ‘킹메이커’의 역할을 당에서는 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실제 정계복귀를 한다면 ‘킹메이커’ 역할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광주매일신문>은 15일자 보도에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전 총재가 정권교체를 위한 병풍역할을 명분으로 정계복귀를 선언한 후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 전대표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서 핸티캡으로 낙마할 경우, 결국 이회창 전 총재를 최종 선택될 것이라는 이 전 총재 지지층의 내심을 전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한나라당의 한 주요 관계자도 <레디앙> 기자와 만나 “이회창 전 총재측에서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계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쪽의 전제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아웃된다는 조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 일각에서도 이 전 총재가 2002년 대선 당시 얻은 1,100만표가 있으니까 ‘썩어도 준치’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 쪽에 가 있는 사람들도 (이 총재가 복귀한다면) 연어가 놀던 물로 돌아가듯 다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회창 전 총재측 은 “정치재개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홍문표 의원의 주장은 개인 소신이다”며 “이야기가 오간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는 단지 나라가 이렇게 돼서는 안된다는 뜻을 일반 국민들과 학계에 전달하고자 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측근은 “나중에 역할이 주어진다면 좌파 정권이 다음에 들어서는 것은 막겠다는 생각”이라며 “정치, 경제 분야 등 어떤 역할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정치 재개의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후보로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냐”는 질문에는 “누가 후보를 만들어준다고 하나”고 반문하면서 “한나라당도 벽을 치고 반대를 하고 국민정서도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총재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측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인터넷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전에부터 계속 그런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전 총재는 그런 일이 없다 여러 번 말씀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그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한 관계자는 “주변에서 (복귀) 흐름을 만들어도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전 시장측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입장을 밝히는 것에 특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개인 생각”이라고 전제한 후 “주변 사람들의 말도 팩트”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이 전 총재의 생각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거론한 발언이 문제가 돼 공개사과까지 한 일이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캠프 관계자는 “이회창 총재의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주변에 계신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 전 총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DJ가 정치하는 게 보기 좋냐”며 이 전 총재의 복귀에 부정적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는 과거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들이 일부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전 총재의 표를 얻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러브콜 경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모두 측면 지원을 요청하는 차원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주자들 입장에서는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이 자꾸 나오는 것을 흔들기나 분열로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 전 총재가 직접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당의 일반 의원들은 세월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며 이 전 총재의 복귀가 당 일반 감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도 “국민들의 뜻하고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당 원로로서 당의 방향에 문제가 있다면 충고하고 훈수 두는 거야 괜찮지만 복귀는 (사실이) 아닌 것이면 좋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또한 “주변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홍문표 의원 등 당 일각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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