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기준법 적용 피하려
    3.3% 사업소득세 개인사업자로 위장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 운동 계획’ 발표
        2021년 05월 12일 10: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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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고, 퇴근 시간도 고정되어 있는 제가 어떻게 프리랜서입니까? 재량권이 무엇 하나도 없는 근무조건 속에서 모든 것을 회사가 지시한 대로 따르며 근무했는데 제가 어떻게 개인사업자입니까?”

    김 모 씨는 지난해 2월부터 명동의 한 유명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입점한 총판업체 A사에 고용돼 위탁판매원으로 일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침대 브랜드를 백화점에 정식 입점할 계획으로 진행한 첫 오프라인 행사였다. 회사는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 구인공고를 냈고, 백화점 판매경력이 많은 김 씨를 채용했다. A사의 영업부장은 채용 당시 김 씨에게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에만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되, 백화점 정식 입점이 확정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

    김 씨는 백화점 영업시간에 맞춰 출퇴근했고, 퇴근 전엔 매출을 보고했다. 한 달간 출근 일을 결정하는 등 업무 스케줄은 매월 초 미리 정해 보고했다. 업무 중엔 회사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았고, 임금은 김 씨의 판매량과 무관하게 정해진 일당을 근무 일수대로 지급 받았다. 김 씨는 A사에 근무하면서 1년 가까이 이와 같이 출퇴근과 휴무 스케줄 보고하고 회사의 업무 지시 등을 반복해서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7일 입사한 김 씨는 올해 2월 15일 해고됐다. 퇴직금이 발생하는 1년 근속을 채우기 직전이었다. 김 씨는 “해고예고수당이라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용역 계약에는 해고가 없다’라는 것이었다. 회사는 제게 3.3%의 세금을 부과하는 용역 계약서를 쓰게 해 놓고, 이를 빌미로 제가 사업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12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 운동 계획’을 발표했다. ‘가짜 3.3’이란 사업장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속이기 위해 노동자를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키는 것을 뜻한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에 참여해 부당해고 구제신청 중인 피해당사자 김 씨가 자신의 노동자성을 확인받기 위한 ‘1호 진정’을 고용노동청에 접수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많은 유통업계를 비롯한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사업소득세 3.3%를 부과하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일을 한다. 사업소득세를 낸다고 해서 모두가 사업자는 아니다. 이것이 바로 ‘가짜 3.3’ 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고, 한 달 치 스케줄을 미리 짜서 보고해야 하고, 퇴근 시간도 고정되어 있다. 판매 제품과 금액부터 시작해서 재량권이 무엇 하나도 없는 근무조건 속에서 모든 것을 사측이 지시한 대로 따르며 근무했는데, 제가 어떻게 개인사업자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저와 계약만 용역 계약으로 했을 뿐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을 시켰다. 수차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놓고는 ‘지금까지 위탁판매원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면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도 했다”며 “회사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2명의 노동자도 같은 방식으로 해고했다. 회사는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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