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죽음 침묵하는 우리 위원장에 묻는다
        2006년 11월 17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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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보수일간지들이 앞다투어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보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달 현대중공업 노조간부들이 미국 GM사를 방문해 쓴 보고서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17일 동아와 중앙, 문화일보 등 보수일간지들은 아예 사설까지 동원해 "미국에선 회사가 다 쓰러지고 나서야 노조가 정신을 차렸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비난하는데 현대중공업노조의 노사상생을 이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실천해 온 현대중공업 노조"라고 썼다. 현대중공업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과 투쟁을 외면해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했는데도 말이다.

    나는 우리 노조위원장이 미국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았다. 노조 위원장이 외국에 다녀온 사실을 조합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언론 매체에 먼저 밝혔는지 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또 전 세계에 그 많은 훌륭한 노동운동 사례들이 많은데 하필 정리해고를 잘하는 GM사를 방문했다는 것도 더 더욱 이해가 안 간다.

    점심시간 식당 안에 설치된 회사 TV 사내방송 화면 속에서 회사 경영진들과 나란히 선 노조위원장 부인이 고운 한복을 입고 나와서 ‘선박 명명식’을 하는 것을 보곤 했다. 난 경영진과 나란히 서서 화면 앞에 조합원을 바라보는 노조위원장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2004년 2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박일수 씨가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분노를 안고 분신 자살했을 때에 보여준 모습도, 그 며칠 뒤 직영 노동자가 산재치료 후 복직한 뒤 온갖 탄압을 이기지 못하고 분노의 유서를 남긴 채 공장 크레인에 목을 매 자살했을 때도 상생과 협력을 외치며 경영진과 나란히 서있던 노조위원장은 구조적인 해결책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지난 10월 27일, 현대중공업 소속 하청 한성 ENG 손창현 노동자가 산재요양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복직을 시켜주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의 횡포로 올바른 치료도 받지 못하자 이를 이유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왼쪽)

    역시 상생과 협력을 외치는 노조위원장은 또 다시 침묵한다. 오히려 노조간부들은 선전물을 배포하는 직영 활동가들을 사진 채증하며 감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를 비롯한 노동단체들로 이들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여 유족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작업조건 속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직업병에 걸리면 당연히 산재보상보험으로 치료해 주도록 법으로 보장되어 있음에도 산재 건수를 숨기려는 회사측과 보험료를 안 주려는 근로복지공단의 횡포 속에 산재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산재보상보험 처리를 하려면 대단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물론 회사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안에 좋은 물리치료실을 설치하고 치료에 만전을 기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많은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회사 근처의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 건강보험 처리를 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포기하고 숨기는 것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상생과 협력을 잘하는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라고 엄청나게 많이 보도하며 칭송하지만 그 속에 속해있는 있는 노동자들은 왜 패배와 분노를 안고 자살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자본과 나란히 서서 ‘상생’, ‘협력’ 을 주장하는 노조의 정책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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