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쪼개진 당보다 사람에게 눈길이
    당 달라도, 다 잘 됐으면 좋겠다”
    [특집좌담] 4인 4색, 평당원들의 ‘따로 또 같이’ 이야기①
        2012년 05월 01일 05:50 오후

    Print Friendly

    레디앙이 5월 1일 새롭게 ‘신장개업’을 하는 것을 기념하여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정치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고, 또 몰입하기도 하는 시절인 2012년 4월의 마지막 날, 진보정치를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신이 지지하고, 속해 있는 정당은 달랐지만 꿈과 이상은 엇비슷할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너무 날 선 공방은 피하고 싶었다. 토론과 논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날카로운 공격과 방어보다 먼저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이름난 활동가들이나 당직자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평당원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서로에 대한 비판과 충고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공격이 아니라 따듯한 충고이라는 것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좌담회는 진행되었다. 그리고 좌담회가 끝난 후 긴 시간을 뒤풀이를 했다.

    이날 좌담회 참석자는 통합진보당의 구로 당원이자 자유기고가인 박정훈, 진보신당 관악 당원이자 대학원생인 이지선, 녹색당의 당원이자 성공회대 멘토링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는 권신윤, 어디에도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무당파이자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조합원인 김다운이 참여했다. 진행은 레디앙 정종권 기획위원,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다.

    * * *

    정종권 :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 이야기를 하고자 좌담회를 기획하였다. 참석해주셔서 고맙다. 몇 가지 의제를 준비했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자. 첫 번째로 지지하거나 속해 있는 정당이 다 다르다. 내가 왜 이 정당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지 그 얘기를 먼저 해봤으면 한다.

    박정훈 씨 (사진=장여진 기자)

    박정훈 : 2004년까지 라틴아메리카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그 해 1월, 4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고, 4월에 총선이 있었는데 단병호 위원장이 정치인으로 등장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민주노동당에 입당을 했다.

    하지만 계속 멕시코에서 지냈기 때문에 한국 당 내부 사정은 잘 몰랐다. 다만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고 국회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의석이 많다는 느낌은 받았다.

    2007년에 한국에 영구 귀국해서 민주노동당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라틴아메리카에 있으면서 주로 취재했던 사람들이 룰라나 차베스 등 진보정당 관련 인물이었고, 이들이 집권하는 과정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래서 한국의 진보정당에도 관심이 있었고,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부터 주의 깊게 지켜봤다. 당내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선이 이어지고 당이 쪼개지는 과정을 옆에서 보게 되었고 진보신당으로 왔다.

    그런데 진보신당이 만들어졌을 때, 진보신당이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당을 주도한 사람들이 알고 있었는지 의문스러웠다. 진보신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내부에서 공유했는지, 아니 공유가 안 되었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구상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진보신당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것을 예상하지도 못했던 것 같았다.

    이 관심을 어떻게 당 발전의 에너지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때 당 게시판에도 글을 많이 썼다. 아마 살아생전 욕을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논쟁이 안 되는 당이구나, 논쟁이 작동하지 않는 당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이견에 대해 존중도 하고 의견도 조정하고 합의도 해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안 된다는 것, 안 되는 구조라는 것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논쟁이 안 되는 그런 당이 자신들이 내거는 일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불신이 아마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내가 있는 당에 만족하는가, 라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정종권 :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진보신당의 모습에서 미래의 전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낫다고 본 통합진보당에 참여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 깨지는 거 보고 기뻐한 이유

    이지선 : 2008년 촛불 때 입당했다. 사회당 계열의 학생운동이 활발한 학과에 있었다. 그쪽 학생운동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사회당 당원이 되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되고, 민주노동당에서 권영길 후보가 나왔을 때 사회당 활동을 했다.

    이지선 씨 (사진=장여진 기자)

    이후 사회당에서 평가를 하고 여러 가지 논란과 문제들이 제기되었을 때 다른 학생들과 같이 여성주의적 비판의 맥락 때문에 2003년에 떨어져 나왔다. 그 이후 계속 무당적으로 살다가 정치적 삶을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또 민주노동당이 쪼개지는 걸 보면서 기뻐했던 것이 사실이다. 갈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진보신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권신윤 : 민주노동당부터 말하겠다. 저는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정파 경험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정파는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사상과 신념에 근거한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이 정당에 당원이 됐나

    하지만 민주노동당 시절에 서로 갈등하는 두 정파 그룹이 함께 한 조직 안에서 싸우고 갈등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선거 때마다 많은 갈등과 분쟁을 겪으면서 서로 싸우지 말고, 각자 자기 조직을 따로 만들고, 대중을 만나서 검증받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분열이라는 용어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이고, 분당의 수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 이미 한쪽 정파의 색깔밖에 남지 않은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분열을 적절한 표현 아냐

    문제는 새로 만들어진 진보신당이 내가 가진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당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진보신당에 입당하지는 않았다. 너무 이상적이고 한국의 정치현실과는 괴리되었다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지만, 저는 자신의 지향과 이념을 가진 여러 개의 독자적인 정치그룹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따로 존재하면서 활동을 하다가 필요할 때 서로 서로 연대하고, 그런 연대의 경험이 쌓이면서 권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녹색당을 가입하게 된 계기는 사실 조금 즉흥적이었다. 후쿠시마 사건 이후로 이 핵의 문제가 일상적 삶의 문제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깊이 있게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말 그대로 웹서핑 하다가 녹색당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평소에도 자기 색깔과 주장을 가진 정치 소집단이 많아지길 기대했던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근거로 하였던 민주노동당과는 다른 녹색당이 조금이라고 힘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 한 몸과 내 한 표라고 보태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입당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는 민주노동당 시절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여성주의를 내용적으로, 내 몸이 고생하면서 느꼈다. 그래서 사실 더 기대하는 건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당은 아직 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 한 몸 보탤 수 있는 당이 녹색당인 것 같아서 참여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 자리에 녹색당 당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조금 민망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하면 민주노동당 분당 시기에 있었던 쟁점 중 하나였는데, 북한 핵에 대해 ‘자위적 핵’이라는 주장을 정치적으로 절대 동의할 수 없었기에 민주노동당을 내 당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기조가 깔려 있었기에 ‘탈핵’이라는 두 글자에 마음이 가서 녹색당을 선택한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탈핵을 주장하는 정당에는 자위적 핵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동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정종권 : 진보신당도 탈핵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분당 반대 → 진보통합 찬성 → 이젠 무당파

    김다운 : 대학 1학년 때부터 국민승리21 활동을 했고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학생위원회 활동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동대문 지역위원회에서 상근하면서 2002년 지방선거까지 지역 활동을 했다.

    김다운 씨 (사진=장여진 기자)

    그러다가 2008년 2월 3일 당 대회를 직접 참관한 후 탈당했다. 나는 소위 ‘선도탈당파’들의 입장에 대해 그래도 ‘민주노동당을 살려야 한다, 봉합해서라도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당 대회를 보고서는 도저히 같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탈당했다.

    그 이후 진보신당 만들자고 해서 또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논의했고 그 결과 진보신당에 참여했다. 그런데 1~2년을 지나면서 두 가지 문제의식이 생겼다. 하나는 노동이 비었다는 것이고, 하나는 민주노동당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점이었다.

    민주노동당과 다르게 “우리는 종북주의가 아니고 패권주의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정당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신당이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하고 있다는 적극적이고 대안적인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보니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진보신당에서 노동이 보이지 않았다. 집회 때 깃발도 없고, 당 노동위원장이 누군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통합을 주장했다.

    분당 때, 얼어 죽어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진짜 얼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보정당이 통합을 해서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결국 탈당을 했는데, 이번에도 2011년 9월 4일 진보신당의 당 대회의 통합안 부결이 계기였다.

    통합안이 부결되고 탈당을 할 당시, 통합진보당에 가자고 하는 사람들과 함께 못간 것은 유시민 때문이었다. 신자유주의 세력과는 도저히 함께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통합진보당은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아는 사람들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정종권 : 알고 보니 다 사연과 역사가 있는 분들이다. 다들 총선 결과를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총선 결과에 대한 소회와 소감은 어떤가?

    김다운 : 아는 사람들이 통합진보당에도 진보신당에도 심지어 민주통합당에도 있었다. 맘에 드는 사람은 후원금도 내고 했는데, 솔직히 얼굴 아는 사람들은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내 결혼식 주례를 서주셨던 심상정 대표도, 노회찬 대변인도, 홍세화 대표도 잘되었으면 좋겠고, 금속노조의 김창근 전 사무처장도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통합진보당에 동의는 안 되지만, 심상정 대표가 접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이 민주통합당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서는 ‘저 사람은 왜 저러나?’ 하는 생각 등 온갖 생각이 들었다. 정당보다는 사람에 대한 감흥이 있다. 민주노동당에 있을 때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했던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보를 보면서 안타까움도 느껴졌고, 또 한발 떨어져 본 사람으로서는 크게 차별성을 못 느꼈지만 다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여소야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너무 결과를 낙관하고 만만하게 본다는 우려는 했다. 나는 총선 결과 그 자체보다는 그러면 ‘이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갈 거냐?’라는 것이 고민이다. 무당적 상태로 계속 있을 것인가, 노동조합의 간부가 정치라는 공간에서 기권하거나 방관해야 되는가, 라는 개인적 고민이 크다.

    총선 결과를 보면서 노동조합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과연 누가 들어갈 것인가, 국회에서 노동자의 대표선수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 누가 할 수 있을까,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진=장여진 기자

    정종권 : 정당보다는 사람이 먼저 보였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김다운 : 아마도 지지하는 정당이 있거나 특정 정당의 당원이었으면 정당이 먼저 보였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사람이 먼저 보인 것 같다.

    “MB 욕하고 비판한 것 말고 한 게 없다”

    박정훈 : 야권은 선거를 공세적으로 치르지 않았다. 야권연대를 통해 조금 올라간 지지율을 지키는 것에 안주했다. 어떤 이슈를 주도하거나 공세적으로 제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굉장히 힘든 선거였고, 그래서 이 결과는 오히려 선방한 것이다.

    나는 결과가 더 안 좋을 줄 알았다. 통합진보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MB 욕하고 비판하는 것 말고 한 것이 없었으니까.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은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그 당들의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 통합진보당은 목표는 거창하게 제시한 것에 비해 보여준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정도 결과면 국민들이 많이 봐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것은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에게 해당되는 표현 같다.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는 말인가?

    박정훈 : 녹색당의 목표는 의석 확보와는 다른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권신윤 : 녹색당의 간부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녹색당 홈페이지난 페이스북 등을 보면 총선 이후의 녹색당 분위기는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오히려 긍정적이고 활기가 있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3~4개월 사이에 7천 명의 당원이 생겼고, 선거에서 녹색당을 지지한 사람도 10만 명이나 된다. ‘시작으로서는 좋다. 계속 해보자’는 분위기이다.

    “녹색당, 총선 후 분위기 나쁘지 않다”

    통합진보당의 선거 결과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진보정당들이 따로 존재하면서 연합하고 결합하는 방식들이 실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여러 당들이 통합한 첫 경험인데 그 결과가 처참했으면 희망도 그만큼 처참했을 거라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권신윤 씨 (사진=장여진 기자)

    진보신당과 녹색당은 등록 취소는 되었지만, 그 이후의 당 활동이 시민단체화 되면서 당의 면모를 다시 새롭게 준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그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한다.

    또 나는 여성의 시각에서 총선 결과를 바라보고 분석해보려고 노력해봤다.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각 정당에서 여성 리더들이 주도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갈망하던 여성 리더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우리식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식의 평가기준이 준비돼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것이 많이 소실되었다는 생각이다.

    진보신당은 김순자 비례대표의 홍보를 언제부터 적극적으로 했는지 생각해봤다. 아마 막판 3일이었던 것 같다. 온라인이나 여러 공간에서 김순자를 국회로 보내자는 호소를 조직적으로 호소한 것은 며칠 되지 않았다.

    사실 그런 감성적 호소에 나도 넘어갈 뻔했다. 김순자 후보 같은 훌륭한 사람이 국회를 가야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투표 날 오후까지도 ‘녹색당을 찍어야 하나, 김순자 후보 때문에 진보신당을 찍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뒤늦게 깨달았다. 막판에 집중적으로 김순자 후보의 지지를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것에 왜 내가 흔들리고 고민해야 되나, 라는 생각에 확 깬 적이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진보신당의 비례 후보는 초기에 집중 부각하였던 홍세화, 박노자 후보였다. 이들을 중심으로 비례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김순자 후보로 집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은 더 많은 씁쓸함을 준다. 통합진보당이 민주노동당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면 여성할당제를 견지했을 텐데, 민주통합당과의 연대와 단일화에 올인 하느라, 그 기준을 제대로 지키려고 노력이나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할당제의 정신 자체가 있었는지, 여성정치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려는 당적 계획이 있었는지,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야권연대와 민주통합당과의 단일화 때문에 여성이 사퇴하거나 희생당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정훈 : 그건 야권연대의 원리와 원칙에서 여성할당의 기준이 없다보니 그랬을 것이다.

    녹색당 선택에 만족하는 이유

    권신윤 : 그럴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나름대로 쌓아온 여성주의가 정치적으로 희생당했다고 생각해서 심히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원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직접민주주의에도 위배된다. 당원들이 그 후보에게 표를 줬는데 정치 논리 때문에 자신 사퇴의 형식으로 강요당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녹색당 입당하고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어느 순간 보니까 녹색당에서 여성당원의 비율이 50%가 넘었고, 또 열성당원 중 젊은 여성들, 여성 평당원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를 녹색당은 희망을 가지고 잘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종권 기획위원 (사진=장여진 기자)

    정종권 :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 녹색당의 이현주 운영위원장이 모두 여성이다. 진보신당의 홍세화 대표를 빼고는 다 여성이다. 그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평가도 필요할 것 같다.

    이지선 : 저는 진보신당 당원이지만 저희 지역에 진보신당의 지역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중적인 시선에서 총선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당원으로서의 시선도 있지만, 그것과 다르게 관전자의 관점도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총선에서 당원으로 한 역할은 온라인에서 한 몇 가지밖에 없었다. 총선 결과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가지 정도이다.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이 내 관심사인데,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결과라고 본다.

    통합진보, 과거 민주노동당의 내용적 성과 뭉개

    물적으로 의석수가 늘었고 전국적으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주목받게 된 것도 수확이고, 제도 정치의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능수능란하게 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 같다. 이런 것을 성과라고 보고 대중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가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양 날의 칼이라고 생각한다. 여성할당제 문제 등 희생되어야 했던 가치도 그런 의미에서 지적될 수 있다.

    지금 이상규 후보가 당선된 지역에 살고 있는데 사는데, 그 후보의 공보물을 봤다. 이전에 봤던 관악지역의 민주노동당 후보의 공보물이 가지고 있었던 내용과 정책 등이 이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후보들의 공보물에 그런 내용이 많았다.

    이상규 후보의 공보물에는 MB를 심판하겠다, 이정희의 눈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 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성과는 기존의 민주노동당이 쌓아왔던 내용적 성과를 뭉개거나, 파괴하는 역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MB심판, 야권연대를 총선의 지상과제로 삼았던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신당한테도 마찬가지로 비판적이다. 야권연대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면 이것을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비판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본다.

    또 김순자 후보의 홍보 기조가 상당히 감성적이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진보신당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 ‘따뜻한 동행. 눈물을 닦아주겠다.’ 이런 것만 단편적으로 생각이 난다.

    그 외에 야권연대라는 방식에 대해서, 앞으로의 4년, 새로 구성될 의회 문제 등에 비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것이 진보신당의 선거 전략상의 문제라고 보이진 않았다. 그럴 역량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면 패배감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홍 대표와 지도부가 왜 저렇게 못했나, 그렇다면 이제 내가, 우리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그 이상의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홍 대표와 지도부의 잘못이 아니라 비슷한 지향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패배감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아직 답을 못 찾았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