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김은 식당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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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7일 10: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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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런다고 3김 정치가 부활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그들이 언론에 함께 오르내리고 있긴 하지만.

    ‘DJ의 힘’이 지리멸렬 여당의 회생 전략인 정계 개편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이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DJ의 힘’이 행사되는 자장 안에 한나라당도 속해 있었다.

    그의 힘이 단순히 특정 지역의 유권자들의 ‘충성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한 사태가 전개될 때 그는 정력적으로 발언을 했다. 그의 견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지만, 정파와 노선을 떠나서, 모두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경청할 만한 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던 다른 두 김씨가 17일 만날 뻔했다. 갑작스레 취소가 됐지만 곧 만날 것 같다. 회동을 주선한 서청원씨 쪽에서는 “조만간 비밀리에 만날 것”이라고 얘기했다. 웃긴다. 비밀리에 만난다는 사실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떠들다니.

    더 우스운 건 YS와 JP의 회동 배경을 “북핵 사태와 집값 급등 등 국가적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많은 만큼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 나눌 얘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우겨대는’  YS 측근의 설명이다. 정치란 모름지기 이렇게 뻔뻔한 것이다.

       
     ▲ 좌로부터 김영삼 전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김대중 전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하나 짚고 넘어가자. 3김은 동성일 뿐 동질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많은 내외신 언론이 유독 DJ 인터뷰를 선호했다거나,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정당의 대표단들이 찾아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보수 정객은 DJ뿐이었다는 사실은 이런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적 동원력을 행사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들이 욕망을 설명하는 방식, 그 설명을 듣는 이들이 해석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겠지만.

    3김이라는 잊혀진, 정치 용어가 다시 잠깐 부활을 한다 해서 우리가 심각해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잠시 기분만 좀 나쁘거나 미간을 찌푸리면 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3김의 ‘추한 부활’은 짧은 막간 소극일 수밖에 없을 터, 그냥 넘어가면 된다.

    현역 정치인들이 그들을 위해 변변한 ‘개다리소반’ 하나 차려 내놓을 생각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3김의 부활이 보기 싫다고 백성이 나설 이유도 하나 없다.

    문제는 그들이 왜 노구를 이끌고 나라 걱정을 한답시고, 발언을 할 생각을 하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마치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관 뚜껑을 열고 ‘썰렁 개그’를 하고 싶어 하는, 그들은 아마 스스로 걸어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호출한 무엇이 있다.

    어렵지 않게 얘기할 수 있다. 3김 시대의 튼튼한 기초, 그들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래 뛰어놀 수 있었던 놀이터, ‘지역 정치’가 정계 개편이라는 고급 용어의 외피를 뒤집어 쓴 채, 다시 정치 공학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눈앞의 현실이 그들을 불러낸 것이다.

    상상력과 진취성을 상실한, 늙거나 젊은 보수 정치인들. 정권 탈환이 진정한 개혁이라는 뻔뻔함과 정권 교체만이 개혁이라는 뻔뻔함이 수치감 없이 부딪치면서 그들을 불러낸 것이다. 짜증나는 초혼가여.

    현재 진행형인 정치 공학의 방정식은 민주, 평화, 개혁, 실용, 중도 등등 속이 텅 빈 단어들의 이러저러한 조합으로 선전되고 있다. 민주개혁세력, 민주평화세력, 개혁중도실용세력… 이런 건 좀 순서가 틀리게 써도 된다. 의미 전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의미가 없는 거니까.

    한때 ‘대연정’이라는 엽기적인 상상력을 들고 나와 나라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최후의 실패를 알려주는 에피소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노대통령의 정치적 존재 의미의 주축이 무너져 내린 셈이다.

    죽은 박정희를 불러내고, 정치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노인들을 불러내는 보수 정치의 퇴행성과 무능을 향해 비난을 하거나, 욕을 하거나, 비웃는 건 좋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출을 받지 못하는 진보정당 역시, 욕을 먹는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부동산 대책 하나 제대로 못 내놓는다고 혼이나 나고 있는 진보정당, 공작원 접촉 사건 연루 문제로 널리 알려지는 진보정당은 공범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보수 정당이 민중없는 엘리트 폐쇄회로 정치로 연명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 ‘지역 동원’이었다면 민중의 자발적 동원에 기대서 그걸 없애줘야할 진보정당의 책임은 그냥 공범 이상일지도 모른다. 무능도 죄악이니까.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맛있게 하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그 식당 이름이 ‘3金’이다. 이제 3김은 식당 이름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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