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그림책 이야기] 『너와 함께』(박형진 그림책 / 키즈엠)
        2021년 04월 29일 06:0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우리는 살만한 세상에 살고 있나요?

    저는 뉴스를 찾아보지 않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뉴스는 전쟁과 엽기적인 범행과 사건 사고와 거짓말과 비방과 비난과 천재지변을 팔고 있습니다. 뉴스에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세상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권력자들의 욕망이지요.

    하지만 뉴스 대신 SNS를 통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에 눈과 귀를 기울이면 세상은 살만한 곳으로 탈바꿈합니다. 김 선생님은 오늘 광릉 숲을 15000보나 걸었고, 조 선생님은 우체국 옆에 핀 작약 꽃을 보았고, 이 작가님은 마당에 천리향을 심었습니다. 물론 지인들의 SNS에도 안타까운 사연들이 올라옵니다. 부모님 장례를 치른 이야기, 자신의 투병 이야기도 올라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희로애락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의 희로애락에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시나요?

    박형진 작가의 시 그림책 『너와 함께』는 반려견과의 만남을 그린 시 <우리 처음 만난 날>로 시작됩니다.

    모든 게 낯설어 / 밤새 찡찡거리던 너
    하룻밤 같이 자고 나니 / 날 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토실토실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 아장아장 날 따라 잘도 걷는다.
    난 그때 이미 알아챘지. / 너랑 나랑 단짝이 될 거라는 걸.

    -박형진 시 <우리 처음 만난 날>

    왼쪽 페이지의 그림 <아기 개>를 봅니다. 작품 <아기 개>는 붉은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아기 개’를 품에 안은 모습을 화폭에 가득 채워 그린 그림입니다. 단발머리 소녀의 눈은 지그시 아기 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두 볼은 기쁨으로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소녀의 작은 입은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 개는 소녀의 품에서 아기 천사처럼 잠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만나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사실은 시 그림책이 아니라 그림 시집입니다!

    보통의 시 그림책은 시인이 시를 쓰고 난 뒤에 그림 작가가 시인의 시를 원작으로 그림책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림책 『너와 함께』는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중에 시를 지었습니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너와 함께』는 시 그림책이 아니라 그림 시집입니다. 박형진 작가는 오랜 시간 자신이 만난 반려동물을 소재로 미술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한 편 한 편의 시를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썼습니다.

    아기 개는 잠꾸러기예요. / 밥만 먹고 잠만 자지요.
    흔들흔들 흔들면 눈만 껌벅껌벅 / 간질간질 간질이면 귀만 쫑긋쫑긋
    어느 날은 아기 개가 내 머리 위에 올라와 / 살포시 잠이 들어 버렸어요.
    아기 개가 깰라 / 가만히 눈만 깜박여요.
    아기 개가 떨어질라 / 괜스래 콧구멍만 후비적거려요.

    -박형진 시 <잠꾸러기> 전문

    다시 이 시에 영감을 준 오른쪽 페이지의 그림을 봅니다.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머리 위에 아기 개를 올려놓고 비장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아기 개는 소녀의 머리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보통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아기 개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소녀의 머리 위라도 무섭고 두렵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기 개는 자신이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소녀는 양손에 넓은 이파리를 움켜쥔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아기 개가 잠에서 깰까 봐 조금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마치 동상이 된 것만 같습니다. 아기 개가 잠에서 깰까 봐 안간힘을 쓰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사랑하는 너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박형진 작가의 그림책 『너와 함께』에는 진심으로 사랑이 넘쳐흐릅니다. 그림 속의 소녀와 강아지를 보면 서로를 사랑하는 에너지가 넘쳐흐릅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을 그린 박형진 작가의 사랑이 넘쳐흐릅니다. 글을 읽으면 강아지에 대한 소녀의 사랑이 넘쳐흐릅니다. 글과 그림 이곳저곳에서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에너지가 뚝뚝 흘러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려운, 혼탁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림책 『너와 함께』는 이런 현실에서도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일깨워 줍니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내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를 처음 만나던 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다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너와 함께』에서 소녀는 아기 개를 만나자 둘이 단짝이 될 것을 알아챕니다. 아마도 그날 소녀는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라고 다짐했을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 위에서 곤히 잠든 아기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입니다.

    그림책 『너와 함께』의 주인공 소녀와 강아지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물질적인 욕망이 아니라 순수한 사랑입니다. 부디 나와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지구 환경과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켜나가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소녀와 강아지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살만한 세상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 있습니다.

    필자소개
    이루리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