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사라진 이자제한법 일본은 강화추세
        2006년 11월 15일 06: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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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1년 조선총독부는 고리대를 제한하기 위해 이식제한령을 제정했다. 이식제한령은 해방 이후 최고이율을 연 20%로 규정한 이자제한법으로 이어졌다. 이후 이자제한법은 최고이율 한도만 정하고 구체적인 이자율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형태로 수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1998년 이자제한법은 아이엠에프의 요구로 폐지되고 말았다. 식민종주국이었던 일본에서는 최근 이자 제한이 강화되고 있지만 과중채무자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는 오히려 이자제한법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과 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공동주최로 ‘고금리 제한을 위한 한일공동토론회’가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일본에서 고금리 제한운동을 펼쳐온 우쯔노미야 겐지 변호사가 참석해 일본의 다중채무자 문제와 금리규제 현황에 대해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일본 대부업체 금리 25~29.2%

    우쯔노미야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일본인 약 267만명이 3개월 이상 연체자이며 5개사 이상의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있는 이용자는 약 229만명에 달하고 있다. 2005년 개인의 파산신청건수는 18만건에 달한다.

       
     

    일본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은행의 보통예금금리가 연 0.1%인 초저금리상태이지만 대금업자의 대부금리는 대부분 연 25~29.2%에 달하고 있다. 대금업체들은 연 2% 이하로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

    우쯔노미야 변호사는 “다중채무문제의 근원적 요인이 대금업자의 고금리영업인 것을 생각해보면 다중채무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금리규제를 강화하고 대금업자의 고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에는 금리 규제를 위한 법률로 우리나라의 대부업법에 해당하는 출자법과 이식제한법이 있다. 출자법에는 대금업자가 연 29.2%를 초과하는 이자를 약정, 요구, 수령하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시에는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엔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식제한법은 벌칙은 없지만 10만엔 미만은 연리 20%, 10만엔 이상 100만엔 미만은 18%, 100만엔 이상은 15%로 제한하고 있다.

    금리인하 요구 340만명 서명 국회에 제출

    이자제한법은 아예 없을 뿐더러 대부업법에 따라 연리 66%까지 허용되고 고리대에 대한 벌칙이나 단속도 미비한 한국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출자법의 제한금리를 이식제한법상의 상한선인 20%로 낮추고 제한금리를 넘는 이자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안이 지난달말 임시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 법개정안이 제출된 것은 일본에서 벌어진 전국민적인 고금리인하운동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쯔노미야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변호사연합회, 일본사법서사회연합회, 노동단체, 소비자단체, 피해자단체 등이 연대해 10월11일 340만 명의 금리인하서명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도도부현(광역자치체) 의회의 91%, 시구정촌(기초자치체) 의회의 61%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지방의회 결의를 통과시켰다. 우쯔노미야 변호사는 “얼마 전 일본의 대금업계와 미국의 금융업계, 미국 정부 등이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줬지만 금리인하 운동의 활성화나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이 이 세력을 압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심상정 의원은 “올해 안에 제한금리 상한인 연 20%로 인하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말이 제일 귀에 남는다”며 “이자제한법 제정안이 제출된 우리 국회 상황에 비춰볼 때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어가 ‘피해자들은..’ 아니라 ‘대부업자들은..’”

    이어 한국의 사례를 발표한 송태경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실장은 “일반 대출금리의 10배를 상회하고 조선시대, 고려시대 금리상한의 세 배가 넘는 고이율이 보장되고 있다”며 “실태가 이런데도 금융감독원이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서 수동적인 피해상담만 받고 있을 뿐 단속은 전무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무엇보다 체계적인 금리규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고금리를 규제하거나 단속할 수 없고 음성영업에 대한 규제나 사금융 시장의 팽창도 저지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어 관리감독과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피해구제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위 소속으로 이자제한법 부활을 위해 활동해온 심 의원은 “지금 국회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은’이 아니라 ‘대부업자들은’이란 말을 주어로 쓰고 있다는 점”이라며 “살인적인 고금리를 시정하는 게 아니라 경제논리로 대부업자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국회의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살인적인 고금리의 피해를 입은 이미숙(가명)씨가 나와 생생한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일하던 이씨는 대부업자로부터 2천만원을 빌리고 한달에 이자만 140만원을 내야했다. 또 이씨의 어머니는 200만원을 빌리면서 수수료 20만원을 공제하고 65일동안 4만원씩 260만원을 갚을 것을 요구받았다. 이자율이 무려 363.7%에 달한 것이다.

    대부업체 직원들은 이씨와 이씨의 어머니 가게에 찾아와 욕설과 협박을 하며 영업을 못 하게 했지만 경찰도 수수방관할 뿐이었다.

    “고리대 문제는 범죄차원에서 다뤄야”

    토론자로 참석한 국회 법사위 소속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서민을 울리는 약탈적 고금리를 강력하게 제한하기 위해 이자제한법 부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에 멀기만 한 제도권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접근을 쉽게 해야 하고 대부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도 “고리대 문제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범죄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 들어 개인파산이 급증하고 고리대 피해로 자살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에 대부업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이 의원은 “현행 대부업법은 일반적인 이자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무등록 대부업자에게까지 합법적으로 연 66%의 이율을 보장해주고 있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이자제한법의 조속한 부활을 촉구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의 강해운 검사는 “법무부가 이자제한법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 특정 부처가 반대하고 있다”며 “이자제한법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비정상적인 고금리 시기에 아이엠에프의 권고로 폐지된 것일 뿐,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등 이자율 제한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검사는 이자제한법 부활이 △경제적 약자 보호 △음성적 사채업의 등록 유도 △신용불량자의 조기 회생 등의 기대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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