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금 횡령 '회장님' 비판하자 해고
        2006년 11월 15일 1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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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회사가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경영진을 비난한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한 노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 회사 ‘회장님’이 28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고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9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잠잠하던 회사는 ‘회장님’의 재판이 종료되자 다시 그 노동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권고사직’을 내렸다. 그 노동자는 재심을 청구했고 17일 해고될지 아닐지 결정된다. 이 치졸한 회사가 바로 두산중공업이다.

       
     
     

    1994년부터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김성상(38) 씨는 2001년부터 노동조합 대의원을 하면서 ‘새길벗’이라는 필명으로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얘기도 쓰고, 회사의 노무관리를 비판하는 내용도 올렸다.

    특히 2003년 1월 9일 동료 배달호 씨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이후 더 많은 글을 썼다. 회사 쪽 사람들이 노조 홈페이지에 와서 글을 쓰면서 공방이 되자 그는 이를 반박하는 많은 글을 올렸다.

    지난 해 두산그룹 ‘형제의 난’이 터지고 나서 그는 홈페이지에 박용성 회장을 공금횡령과 분식회계를 비난하는 글들을 올렸다. 신문기사를 옮기기도 했고, 본인의 생각을 쓰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올 1월 13일 창원 중부경찰서 형사들이 그가 일하는 현장과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그는 그 날 긴급 체포됐다. 회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날 밤 풀려났다. 회사가 돌연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의 사람이 그렇게 한 줄 알았는데 내부직원이어서 소를 취하한다"고 했다. 그러나 ‘새길벗’이라는 필명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배달호열사사업회 전대동 회장은 "사회적으로 박용성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 사건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회사가 소를 취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고소 취하한 후 9개월 후에 돌연 다시 조사

    그로부터 7개월 후인 7월 21일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은 회삿돈 286억을 횡령하고 2,838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날 판결로 재판이 최종 확정됐다. 올 임금과 단체협상도 7월 말에 모두 끝났다.

    그러자 회사 인사팀에서는 9월 5일 돌연 ‘명예훼손’에 대한 사실조사를 하겠다며 면담조사를 했다. 이어 21일 2차 조사를 받았고, 10월 23일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김성상 조합원이 아니라 공금을 횡령한 박용성 전 회장"이라며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회사는 그 날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권고사직’을 결정했다.

    회사는 10월 27일 최영천 전무이사의 명의로 김 조합원에게 ‘징계처분장’을 발송해 "상당수의 게시물을 통해 회사 경영진 및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있다"며 취업규칙 및 상벌규정에 따라 ‘권고사직’에 처한다고 밝혔다. 권고사직은 10일 이내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바로 해고되는 징계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국가적 망신까지 시킨 비리를 저질러 놓은 것에 대해 질타하는 글들을 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로 경영진 및 회사의 명예훼손이라며 권고사직 결정을 해 버리는 것을 누가 바르다고 하겠는가?"라며 "즉각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상식과 윤리가 통하는 정도의 길을 선택"하라고 밝혔다.

    김성상 조합원은 11월 3일 재심을 청구했고, 오는 17일 2차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두산중공업지회 이영주 사무장은 "해고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모색을 하고 있는데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회는 15일 오전에도 회사 관계자를 만나 해고철회를 요구했으나 회사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2차 인사위원회에서 해고 최종 결정

       
     
     

    김성상 조합원은 "박용성 전 회장이 경제비리, 기업경영비리에다가 사회경제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나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행태들을 지적하고 문제제기를 그것도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조합원으로 했을 뿐"이라며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활동에 대해 권고사직을 내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속연맹 법률원 박영식 변호사는 "고소를 취하하고 9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당사자로서는 어떤 징계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느닷없이 9개월 후에 해고를 하는 것은 신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인터넷에 올린 글의 어느 부분이 허위사실이고 명예훼손인지 적시하지 않고 모든 글이 다 허위사실이라고 한 것을 말이 안된다"며 "김 조합원이 쓴 글은 이미 신문지상에 다 알려진 사실이고 공익을 위한 것이며 전체 국민과 금속연맹의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인사노무팀 김광주 차장은 "회사 입장을 대신해서 얘기할 위치는 아니"라면서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상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징계라는 것이 기간이 좀 지났지만 징계소멸기간이 있는 건 아니고, 한 몇 년간에 상당수 그런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아마 회사가 심사숙고한 끝에 그런 결론이 아니냐"고 말했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곧 ‘죽음’이다. 두산그룹은 2001년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했고, 5년 동안 2천5백명이 이 회사를 떠나갔다. 지금 그들이 어느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두산중공업이 스스로를 "풍요로운 세계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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