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힘 김병민, 이준석 저격?
    “젠더갈등 편승해 정치적 이익 도모”
    "성평등은 국민의힘 10대 정강정책 중 하나"
        2021년 04월 26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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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보궐선거 이후 더 첨예화되는 젠더 갈등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정당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과 전혀 다른 엉뚱한 논쟁으로 변질하는 양상을 보는 듯싶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4.7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준 이후 이공계 여성 국가우수장학금 할당 지급과 정부고위직 여성할당제 등 여성 정책에 대한 비난을 지속해온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26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지역, 세대, 성별 등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이 갈등을 치유하고 해소해야 할 책무를 지닌 정치인들은 그간 이 역할을 다하지 못해왔다”며 “오히려 이런 갈등에 편승하거나 이를 악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시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공동체의 이익을 거꾸로 돌리는 경우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보궐선거 이후 더 첨예화되는 젠더 갈등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정당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과 전혀 다른 엉뚱한 논쟁으로 변질하는 양상을 보는 듯싶어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은 “국민의힘 정강정책 중 10대 기본정책을 통해 남녀 모두가 행복한 양성평등 사회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한 바 있다”며 “그중 양성평등 사회의 실질적인 구현을 위해 남녀가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며 더 나아가 정치를 비롯한 공적 영역의 경우, 성별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남녀 동수를 지향한다고 매우 진취적인 양성평등 구현 방법을 제시한 바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날 한순간에 이런 정책들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남성 위주, 기득권 문화가 곳곳에 생생히 묻어 있는 보수정당에서 이 정도 의지를 담아 변화의 의지를 천명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을 비롯한 공적 영역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실질적 여성의 참여가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비대위원이 ‘공적 영역의 성별 대표성 확보를 위한 남녀동수 지향한다’는 내용의 정강정책을 언급한 이유는 같은 당 소속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이 전 최고위원의 여성할당제 반대 의사 표명이 이러한 내용의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반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내가 30% 여성 할당제에 의해 우리가 최고의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했던 것은 자명하다”며 “강경화 장관이 과연 우리나라 외교가 뽑아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는가, 김현미 장관이 최고의 국토, 부동산 전문가 였는가, 유은혜 장관이 교육에 대해서 어떤 전문성이 있었는가, 추미애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걸 추진할 능력과 성정이 있는 사람이었는가”라며 여성할당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김 비대위원은 “극단적 대결 구도로 치닫는 젠더 논쟁이 정치가 편승하여 불에 기름을 붓기보단 어떻게 갈등을 조정하고 우리 사회 실질적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어디부터 닦아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대 남성에 대한 구애를 위한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올해 마흔 살이 된 제 아내는 쌍둥이 딸 아이를 낳은 뒤에 일, 가정 양립을 도저히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육아에 전념하게 된 9년차 경력단절 여성이다. 경력은 단절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일 가정 양립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현실은 그 무게를 가늠하기 더 어려울 정도”라며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엄청난 전문성을 쌓아온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지 오래지만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어놓고 있는지 적어도 정치권에 몸담는 저로서는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간 여성의 사회참여와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실질적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답을 내어놓기 위한 새 출발선에 서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양성평등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불평등의 영역으로 확대돼 고통의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 간다면 분열과 대립의 갈등 구도에서 통합과 상생의 치유로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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