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노동자 나서 연금 사각지대 없애자"
        2006년 11월 14일 03: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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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사회적 연대’를 통한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며 그 첫단추로 저소득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을 내놓았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 정당대표 연설에서 권영길 의원단 대표가 처음 공식적으로 제안한 이 사업은 사업장 가입자의 미래급여를 한시적으로 인하해 이를 현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지역 가입자들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연금 개혁 핵심은 사각지대 해소"

    민주노동당이 이같은 제안을 한 것은 현재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과제를 사각지대 해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오해와는 달리 민간보험보다 훨씬 높은 수익비와 연금급여를 제공하지만 가입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심각한 사회 양극화는 향후 노후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2천4백만명 중 공적연금(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은 약 1천30여만명. 이 가운데 대다수가 아무런 사회보장의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중위임금(임금수준을 1백 구간으로 나눠 50구간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약 130만원)의 70%(91만원) 이하를 받는 저소득 노동자 423만명과 기초수급자(45만명), 차상위계층(1백만명), 농어민(76만명) 등 영세 지역가입자 221만명의 5년치 연금보험료 총 12조원을 지원하자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12조원 가운데 지역가입자 지원비용(3조5천억원)은 저소득계층에 대한 공공부조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정부 일반회계와 농어촌 특별회계에서 책임지도록 요구하고, 나머지 저소득 노동자 지원액 8조5천억원에 대해서는 노동자, 고소득자, 정부가 공동분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일면적 요구에서 참여에 기초한 요구로"

       
    ▲ 집회 중에 웃음꽃이 핀 할머니와 아이들 
     

    그동안 진보진영이 국가와 고소득자에게만 재원을 요구해왔던 것과 달리 노동자들도 사각지대 해소에 참여하자는 것이 이 제안의 핵심이다. 즉 국가와 고소득자의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현재 사업장 국민연금에 가입해 수혜를 입고 있는 가입자들도 재원 마련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은 “민주노동당은 진정한 사회연대운동은 자본과 국가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이 스스로 행할 수 있다면 노동자의 연대철학에 의거해 이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기존의 ‘일면적 요구’에서 ‘참여를 기초로 한 요구’활동이 필요하고 이는 산별노조 시대와도 조응하는 활동양식”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은 이렇다. 우선 정규직 노동자들인 사업장 가입자들의 미래 연금지급액 일부를 인하해 3조원을 마련한다. 현행 급여율(60%)에서 3년 동안 1.5%포인트를 인하하는 것이다.

    또 고소득 가입자에 대해 누진보험료를 적용해 3조원을 마련한다. 현재 연금보험료 상한제도에 따라 360만원 이상 소득자는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월 16만2천원만 내고 있지만 누진보험료 제도가 적용되면 3조원이 마련된다.

    정부는 추가 재정부담 없이 과거 국민연금기금을 가져다 쓰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갚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이자 미지급액 2조7천억원을 상환하면 된다.

    월급 160만원 노동자 매월 1,800원 양보

    그렇다면 사업장 가입자인 정규직 노동자는 어느 정도 손해를 볼까. 30년 가입 기준으로 월 159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국민연금 평균소득자) 현행으로는 71만5,500원을 연금으로 받게 되지만 재원 분담에 나서면 월 1,778원이 줄어든 71만3,712원을 받게 된다. 18년 동안 수령한다고 보면 38만6,208원을 양보하는 셈이다.

    국민연금 최상소득자인 월소득 360만원 가입자의 경우는 연금수령액이 116만7,750원에서 116만4,831원으로 월 2,929원이 줄어든다. 18년 동안 63만504원을 양보하는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제안이 현실화된 이후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개선되고 2008년 이후 연금수급자들이 많이 배출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다소 완화되면, 연금 수급권이 발생되는 최소 기간인 10년을 채우려는 자발적인 인센티브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5년 특례지원 이후에는 고소득자 보험료 누진율제도를 계속 유지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달 의원단총회,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사업을 확정하고 현재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단 대표가 직접 산별연맹, 노조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이 사업에 동참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앞으로는 노조, 지역단체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노동계가 연금보험료 지원과 관련한 국민연금법안을 발의하는 형식으로 12월 초에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문답으로 알아보는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Q. 기존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아닌가?

    A.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노동자의 불신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민연금 강제 가입, 연금보험료 납부 부담, 미래 연금지급에 대한 불안 등에서 비롯됐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국민연금이 사보험에 비해 연금급여가 낮거나 향후 기금 고갈로 미래에 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제도 불신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낳은 결과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강제가입’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사보험에 비해 훨씬 수혜가 높은 제도다. 그러나 연금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이러한 고수혜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

    Q. 5년 특례지원으로 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되나?

    A. 국민연금 사각지대의 근본원인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있기 때문에 긍극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해답이다. 단시일 내 노동시장 개혁이 어려운 현실은 감안해 5년 특례기간을 설정하여 저소득 노동자의 보험료를 지원하되, 이 기간 내 노동시장을 정상화하는 투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5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절대적 저소득계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방안은 유지된다. 중위임금 50% 이하 가입자와 차상위계층은 보험료 3%, 기초생활수급자는 보험료 7% 지원이 유지된다.

    Q. ‘정규직 노동자 책임론’에 악용될 소지는 없는가?

    A.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인 저소득 노동자 보험료 지원에 기존 사업장 가입자(주로 정규직 노동자)가 참여함에 따라 이것이 자본과 언론의 전형적인 ‘정규직 책임론’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정규직 책임론은 생산부문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분배를 둘러싸고 주주-원청노동자-하청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는 미래 연금수혜를 둘러싸고 연금을 받을 가입자와 미가입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에 국민연금 제도 수혜자인 가입자들이 미래 급여 일부를 양보하는 것은 사회복지제도 내 사회연대성이 발휘되는 조치이다.

    Q. 해당기업 사업주도 지원해야 하는가?

    A. 현행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이면 모두 사업장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1개월 미만 일용직, 월 80시간 미만 시간제 제외). 하지만 보험료 부담 때문에 사업주, 노동자 모두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 역시 이를 관리할 행정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경우 본인부담이 면제되므로 연금 가입 인센티브가 생기지만, 사업주의 경우 연금보험료 추가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돼 사업주 부담 4.5% 중 3분의 1을 지원한다.

    Q. 제안으로 그치는 것 아닌가?

    A.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기본 특징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노동자 스스로 막연한 불만을 갖고 있다. 이번 사업 제안은 노동운동의 공적연금 개혁활동의 시작을 의미한다. 향후 국민연금에 대한 단위노조 교육을 전개하여 공적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 일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복지 강화활동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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