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민주노동당 내 양대 정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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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4일 0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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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이 제시한 구당중도 제3세력 결집론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민주노동당의 내부 문제를 돌아보게 된다. 양대 정파의 질곡은 이제 극에 달하여 민주노동당은 하나의 정당으로서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문제는 주 전 의장이 제기했던 제3세력 결집론이 민주노동당 내 질서에서 현실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노동당 내 모든 정치와 조직은 양대 정파의 구도로 재편된 지 오래이다.

    문제는 민주노동당내 양대 정파다

    2004년의 당직선거는 그것이 조직화되는 시기였다면, 2006년의 당직선거는 그것이 완결된 시기였다. 이는 마치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한국 야당의 정치를 장악한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꼬마 민주당’이나 ‘반 양김’을 이야기하는 모든 세력은 실패의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NL과 PD라는 용어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실상은 당내 정파구도는 NL과 PD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미 NL과 PD라는 용어는 사회화된 것으로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마치 DJ와 YS라는 이니셜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용어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언어라는 것이 다수의 공감대를 얻었을 경우에는 정확치 않아도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당내 양대 정파는 선거에서 누구를 당선시키고, 누구를 낙선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은 가지고 있지만, 지금 한국사회에 처하고 있는 대중들의 삶의 모순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거나 무관심하다는 데에 있다. 다수파는 통일과 북한 문제에만, 유력한 소수파는 내용 없는 ‘사회주의’라는 용어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대중들의 삶을 짓누르는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이 양대 정파는 2004년 당직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내 정파와도 결합하는 사태가 벌여졌는데, 이는 정말로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 2006년 제6차 중앙위원회에서 표결에 앞서 재석 확인을 하는 모습 (사진=민주노동당)
     

    당-노조 불합리한 정파 결합 동반 몰락 가져와

    첫째는 민주노동당 내 현 다수파는 민주노총 내 다수파와 결합하여 총연맹과 진보정당에서 결코 깨지지 않는 60%의 블록을 형성하였다. 이에 대항하여 민주노동당 내 소수파는 민주노총 내 소수파와 연합하여 공개정파를 형성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결합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동반 몰락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노동운동을 할 수 있고, 진보정당 운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조직의 성격과 임무가 엄연히 다른데, 다른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묻지 마 지지’ 형태로 개입하는 것은 양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매우 왜곡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파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에는 그것의 교정 가능성을 거의 없애 버리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역사적 연대 관계이어야지 내부 정파가 결합하는 식으로 되어버리고, 그것이 각 조직의 선거나 의사결정구조에 그대로 관철되어 버린다면 이것의 비극적 결과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2005년도 중앙위원회에 상정된 북핵 결의안과 사회적 교섭에 관련된 결의안에 대한 태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사실 후자는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다루기 적절한 사안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이는 민주노총에서 결정해야지 민주노동당에서 이에 대한 가부를 묻는 결의안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노조 사회적 교섭, 정당에서 표결해야 하나

    그러나 북핵 결의안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과거에도 민주노동당의 첨예한 관심사이며, 정당에서 불가피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후자까지 민주노동당에 상정되고 논의된 것은 경과에 어찌되었던 건 간에 민주노총의 내부정치가 민주노동당에 그대로 틈입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당시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단병호 위원장 시절부터 추진하던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 사건이 보여주듯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정파의 연합은 서로서로의 내부 정치의 가장 어두운 면을 각 조직에 두 배로 증폭시킨 것에 다름이 아니다.

    2006년 당직선거에서는 이러한 일도 있었다. △△지역의 유세였는데, 유세현장에서 조OO-이OO-김OO”를 지지하는 △△지역 금속노동자 명의의 현수막이 나타났는데, 이 현수막을 든 사람들은 얼굴이 가려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그 옆에는 ‘민주노동당 최고의원 선거’라고 쓰여 있었다. 누구를 지지하는가는 자신의 의사이다.

    도대체 이 분들은 왜 얼굴을 가리고 그 자리에 섰는지, 또는 선출하는 직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의 뒤풀이 자리에는 지지하여야 할 기호가 적혀있는 쪽지가 반공개적으로 배부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묻지 마 선거, 쪽지 투표

    사실, 선거라는 것이 내가 찍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찍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자기가 사는 곳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마 서울 같은 경우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정파가 자신의 후보의 기호를 통일한다면, 사실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이나, 그럴 의사는 당분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에서 횡행하는 ‘묻지 마’ 투표의 정도가 심한 것은, 그것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간의 정파 결합에서 유래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만약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OOO를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당원 모임’이라는 현수막이 올라왔다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나 대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주대환 의장의 제안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내에서는 실행 불가능하다. 자유당 때나 횡행하는 쪽지 선거가 진행되는 판에 제3세력 결집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예 자신의 특정 분야 업무에만 집중, 특화하여 양대 정파에 대해서 좌고우면하거나, 아니면 그 구조에 편입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당에서 정치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를 정당의 구성원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역시 문제는 양대 정파이다. 이들이 결단하여 자기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실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사실 지금의 모습은 정파수장들의 비례대표 입성을 제외하고, 이 정파들이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결단하여 자신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은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양대 정파 결단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정당 미래 불투명

    이들은 사실 한국 민중운동의 거대한 역사를 대변하고 있으니, 당장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이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민주노동당 정파와 민주노총 정파 결합의 해체이다. 이는 분명히 공정한 게임의 룰에도 반하고, ‘묻지 마 지지’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양대 조직의 자정 능력 자체를 말살하는 크나큰 해악이다.

    대승적 관점에서 이들은 공식, 비공식으로 가지고 있는 협의구조나 조직을 해체하여야 한다. 서로 믿지 못한다면 할 수 없지만, 마치 군축협상을 했던 미국과 소련처럼 이들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서로 무슨 일을 하면 바로 아는 구조이니 상호검증은 너무나 잘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제안이 공상처럼 들리겠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한 없이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정치적 격변의 원인인 대선이 이제 코앞이다. 대선을 매개로 퇴행적 구조를 청산하고, 협잡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다수세력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이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는 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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