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실패…움직이는 '투기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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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4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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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앞두고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수험생들만 ‘한파’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서 전해오는 ‘한파’에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프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은 언론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다.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고 투기세력은 이때를 틈타 활동반경을 넓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서민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결국에는 소수의 땅 부자를 대변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참여정부이다. 정부 정책의 불신을 가져왔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에서 면할 수 없다. 부동산정책 주무장관인 추병직 건설교통부 사퇴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4일자 조간신문 대부분은 1면 머리기사로 추병직 장관 사퇴 문제를 다뤘다.

    다음은 14일자 주요 조간신문의 머리기사.

    경향신문 <부동산 ‘정책관리’ 마비>
    국민일보 <추병직 건교 금명 사퇴할 듯>
    동아일보 <"건교장관 교체 가능성 열어둬">
    서울신문 <추 건교 금명 사퇴할 듯>
    세계일보 <추 건교 사의 표명할 듯>
    조선일보 <청와대, 부동산정책 손뗀다>
    중앙일보 <추병직 장관 "…">
    한겨레 <추병직 건교 "책임 회피 않겠다" 사퇴 뜻>
    한국일보 <전두환씨 은닉 의혹 수십억 포착>

    떠날 날 기다리는 추병직 건교부 장관

       
      ▲ 경향신문 11월14일자 1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14일자 조간신문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해법의 시작은 부동산라인의 전면 교체이다. 첫 관심은 추병직 장관의 사퇴 문제이다. 그는 사실상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시점은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되는 15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추병직 건교 물러날 듯>이라는 1면 기사에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15일로 예상되는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직후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추 장관은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 답변을 통해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발표가 의도와 달리 사회적 물의를 발생시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1월14일자 1면.  
     

    동아일보는 1면 <"건교장관 교체 가능성 열어둬">라는 기사에서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추 장관 교체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추 장관을 경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정책라인 교체 진보-보수언론 따로 없어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라인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보수언론이나 진보 개혁성향 언론이나 이견이 없었다. 한겨레는 <책임지는 자세 없이 민심 되찾을 수 있나>라는 사설에서 "집권 3년9개월 동안 집값을 갑절 넘게 올려놨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추병직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 부동산 정책 라인 역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11월14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국정원장 황급히 바꾼 청와대, 부동산팀은?>이라는 사설을 통해 "내일 부동산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부동산팀이 만든 대책을 국민이 과연 믿고 따르겠는가.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인적쇄신과 부동산 세제 개편 등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그나마 시장을 진정시키고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집값 잡기 수순은 실패 인정과 문책부터>라는 사설에서 "미쳐 날뛰는 집값 앞에 10·29, 8·31 등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8차례의 대책은 무용지물이 됐다"며 "추가 대책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제까지의 혼란만으로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향후 대책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관련 당국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공급 확대정책은 대세?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정책라인 교체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부동산 정책 변화를 주목하며 ‘칼자루가’ 건교부에서 재정경제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3면 <청 부동산라인 몰락…’칼자루’ 재경부로>라는 기사에서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재경부가 정책을 총괄하게 됨에 따라 부동산정책의 기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며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적대적인 부동산관’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권 부총리와 박 차관이 이끄는 재경부가 소신껏 공급확대론을 펴는 데도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1월14일자 3면.  
     

    보수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은 주택 공급 확대론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무분별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도 ‘공급확대’로 기운 상황이다.

    투기억제 정책 후퇴 강요하는 보수언론

    문제는 일부 보수언론들이 공급확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투기 억제 정책의 후퇴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3면에 <부동산이 미쳤다 (2) 무차별 규제·세금폭탄…온 국민이 고통>이라는 기획시리즈를 실었다.

       
      ▲ 조선일보 11월14일자 3면.  
     

    조선일보는 <"정부 믿다 내집 꿈 날아가" 전세 사는 서민들 절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조주현 원장은 ‘실패로 결론 난 묻지마 규제 위주의 정책 대신 햇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 완화 조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부동산 정책 틀부터 뜯어 고쳐야>라는 사설에서 "시장원리를 외면한 채 규제와 ‘세금폭탄’으로 수요를 제압할 수 있다는 과신이 초래한 결과"라며 "신규분양은 물론 유통시장을 통해서도 주택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세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새 틀을 짜려면 부동산 관련 정책 라인까지 변화에 맞춰 모두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부자 비호 소리 안 들어야"

    보수언론은 부동산 시장의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라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보수언론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자기편은 죄 없다는 ‘부동산 정권’의 도덕적 색맹>이라는 사설에서 "이 정권은 지난 3년 반 동안 서울의 어느 쪽에 사는 사람, 건설업자, 중개업자, 언론에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미뤄왔다. 그러나 이 정권, 이 정부야말로 부동산 파동의 처음과 끝에 책임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할 가장 큰 ‘부동산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의 이러한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일보는 3면 <"정책라인 쇄신" 한 목소리…해법은 각각>이라는 기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처방에서는 시각이 확연하게 달랐다"며 "우리당 의원들은 분양원가 공개와 금융규제 강화 등을 통한 투기억제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한나라당은 공급 확대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보도했다.

       
      ▲ 국민일보 11월14일자 3면.  
     

    그러나 한나라당이 내놓은 해법에 대해서는 당내 대선 주자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손학규 "부자 비호 정당 소리 안 들어야">라는 기사에서 "(손학규 전 지사는) 종부세 부과대상을 축소하고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부동산 세제 개혁안에 대해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부자 비호정당이란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며 ‘당이 아파트 가격 폭등에 절망하는 민심을 헤아리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참여정부 자세변화가 해법의 시작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부동산 정책라인이 물러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해법은 마련되는 것이다. 해법의 시작은 무엇일까. 일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부동산 규제정책의 완화, 사실상 8·31 부동산 정책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일까.

    해법마련은 참여정부의 자세변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책임회피’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1면 <부동산 ‘정책 관리’ 마비>라는 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계기로 부동산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관리기능이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특히 청와대와 재경부 등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국민적 신뢰상실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건교부에 떠넘기려는 등 책임소재를 놓고 부처간 난맥상까지 보여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진짜위기는 정부가 국민에 불신·부정되는 상황"

    경향신문은 5면 <고립자초 청와대 ‘정치(情治)’ 도마에>라는 기사에서 "민심의 문책요구와 청와대의 버티기, 본인 사퇴에 이은 국정동력 훼손은 참여정부 들어 공식처럼 반복돼온 일"이라며 "이 같은 현상의 반복은 노 대통령 특유의 ‘온정주의’와 인사 문제만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참여정부가 가장 안정된 정부라고?>라는 사설에서 "지금 진짜 위기는 국가의 중추인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불신 받고 부정되는 상황, 그 자체다. 이를 깨닫고 정권 주체들은 각성하고 반성하고 시정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일말의 책임을 표현하는 남은 길"이라고 주장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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