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리 출연 금지 요청에
    "80년대로 시대 역행" 비판 봇물
    "정부, 혐오 차별 배제로부터 국민들을 지켜내야"
        2021년 04월 14일 06: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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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혐오 단체들이 자발적 비혼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 씨의 가족·육아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비혼 출산 미화”라며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유리 출연 금지 요청은 ‘이혼녀’ 방송 출연을 반대했던 1980년 시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치하는엄마들, 한국한부모연합은 14일 오전 KBS 신관 앞에서 비혼 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KBS 가족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사유리 님 가족이 새 가족으로 출연하게 되자, 일부 사람들은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비정상적’ 출산을 장려한다며 사유리님의 방송 출연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며 “심지어 사유리 님을 출연시키는 것은 ‘비교육적, 비윤리적 범죄행태’로, KBS가 ‘건전한 가정을 해체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며 비난하고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출산과 올바른 가족관은 무엇을 말하나. 가족은 관계로부터 시작하며, 혐오와 배제를 재생산하는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비혼 출산을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고 부르며 생계 수단인 방송 출연마저 막는 혐오 세력을 규탄한다”며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이 ‘이상하다’ 혹은 ‘불쌍하다’는 식의 편견에 갇히지 않도록 새로운 가족 형태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치하는엄마들

    비정형 가족이 겪는 사회적 차별이 한부모 가족, 성소수자, 이주민, 1인가구, 비혼가구 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적도 나온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결혼을 해서 가족을 구성해 살다가 이혼 후 1인 가구로 살기도 하고, 동거나 재혼을 하거나 공동체 가족을 이뤄 사는 것은 이제 상상 가능한 생애 경로가 됐다. 제도 밖 가족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모두가 잠재적 당사자일 수 있다”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떠한 공동체라 하더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 사회는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상이냐 위기냐 둘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개인들이 처한 현실이며, 이 개인들이 마땅히 존엄한 삶을 살고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존엄은 가치판단을 넘어 법적 지지와 지원의 근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의 존엄한 삶을 망가뜨리는 차별과 배제, 혐오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양육자들과 아이들이 상상하는 다양한 삶을 응원해달라”고 했다.

    함아연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활동가는 “아직도 혼인 관계에서 임신과 출산을 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 때문에 오늘도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출산을 하고 양육과 입양에서 고민하는 많은 미혼모들이 있다”며 “이제 이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규정한 제도보다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변하지 않는 것은 국가이고 사유리 씨의 방송출연을 비정상적 출산 장려라고 호도하는 일부 종교집단이다. 혐오하는 종교야말로 비정상 종교”라고 질타했다.

    그는 “KBS는 혐오세력에 흔들리지 말고 공영방송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여 달라”며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고정된 성역할, 이분법적 성별 규정에 벗어나 다양한 차이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하는 가족정책지원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을 제시했다. 비혼모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반대하는 혐오단체들의 주장이 현행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김정덕 활동가는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족의 형태를 ‘혼인·혈연·입양’으로만 정의하고 있어 이를 벗어난 관계는 소위 ’건강한 가족’ 될 수 없다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변화와 동떨어진 낡고 편협한 법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가족 구성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책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혈연에 제한하지 않고 누구도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건강가정기본법을 전면 개정해 ‘생활동반자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건강’ 운운하며 행정적 지원을 선별하는 동안 일부세력들은 ‘당당히 혐오’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침묵으로 동조하지 말고 혐오 차별 배제로부터 국민들을 지켜내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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