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 방식 두고 당내 투쟁 본격화
    2006년 11월 13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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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방식 논란이 당 지도부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대선 주자 대리전 양상을 띠는 모양새다. 또한 ‘희망모임’에 이어 당내 여러 의원모임들이 잇달아 경선 관련 모임을 구성하고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경선 방식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내 경선 방식 논란과 관련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강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도 여권이 밑자락을 까는 일이라서 금년에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못 박았다.

권영세 최고위원 역시 “지도부에 몸담고 있는 분이나 지도부 중요한 부분에 몸담았던 분이 직·간접으로 경선을 과열시키는 행동을 보인다면 한나라당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자제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최근 한나라당내 경선 방식 논란을 이끌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주 들어 거듭 경선 방식 변경을 주장하는 한편 강재섭 대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여당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더불어 전날인 12일에는 구체적인 경선 방식으로 ‘절충형 오픈프라이머리’까지 제안했다.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와 한나라당의 경선 방식을 절충한 것으로 전당원과 그 규모만큼의 국민 투표에 여론조사를 더한 방식이다.

   
  ▲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시장이 최근 “현행 경선 방식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경선 방식을 변경하자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심(李心)을 감안해 한나라당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주장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박심(朴心)을 업고 당 대표가 됐다는 평가를 받은 강재섭 대표가 ‘제동’을 건 것이다. 사실상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 전 시장측은 최근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경선 방식은 무관하다”며 현행 방식으로도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 측근은 “다만 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온 만큼 본선을 위해 한나라당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당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차이를 줄여 당내 지지율에서도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이 전 시장 측근 의원들의 계산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이미 “(이 전 시장) 그쪽에서 현행 경선방식을 만들었다”며 “개인적 유·불리에 따라 쉽게 원칙을 바꾼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냐”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박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 “개인의 생각에 따라 바뀌는 간단한 규정도 아니고 이런 저런 경선 방식이 나올 때마다 반응해야 하느냐”며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논란의 확산을 막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차단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한나라당내 의원 모임들의 행보도 경선 관련 논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지난 8일 의원들의 대권 주자 줄서기를 비판하고 경선 중립을 표방하며 ‘희망모임’이 창립한 데 이어 당내 여러 의원모임들이 ‘중립’을 강조하며 입장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당내 중도 모임인 ‘국민생각’과 ‘푸른정책연구모임’ 등이 또다른 중립 모임 결성을 준비 중이며 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도 곧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경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주장해온 터여서 경선 방식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벌써부터 이들의 중립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희망모임 소속 공성진 의원은 가칭 ‘정권창출을 위한 공정경선관리위원회’ 결성을 촉구한 데 이어 의원들의 전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줄서기가 예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사여서 논란이 됐다.

강재섭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줄세우기 하지 말자는 희망연대모임의 취지는 좋지만 공정경선관리위원회 구성 요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위원회를 조기에 만드는 것은 경선 과열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기득권을 갖기 위해 의원들이 당내 모임을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과연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모임 역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에 이미 줄을 선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며 “대권주자 측에서 의원 모임들을 (발언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측했다. 

결국 이미 분열 조짐을 보인 당 지도부에서는 물론 중립을 표방하는 당내 의원모임에서도 특정 대권주자와 가까운 세력의 힘겨루기 내지 대리전 양상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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