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초선 5인 반성문
    안에선 ‘비난’ 밖은 ‘글쎄’
    강경 친문 "초선 5적"···여영국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게 문제"
        2021년 04월 12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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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4.7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하자 2030 초선의원들이 두 번의 반성문을 내며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한 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처 등을 성찰해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국민적 반발을 산 조국 사태나 검찰개혁 등에 대해 적극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얻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조국·보궐선거 후보공천 적극 옹호, 윤석열 탄핵 앞장섰던 초선 5인
    “게을렀고 용기 없었다” 반성···진정성엔 의문

    민주당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혁신적이고, 당내 주류적 관행과 기득권 구조에 비판적이었어야 할 우리 청년의원들까지도 오만했고, 게을렀고, 용기가 없었다”며 “(2030 초선의원들은) 관행과 오만에 눈 감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선의원들은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이 우리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였음에도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으며, 당내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 당의 소극적 대처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당이 사활을 걸었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 생각했다”며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은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서도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국민들께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하였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 오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성문을 낸 2030 초선 의원들 모두 갈등 국면마다 적극적으로 당 지도부의 결정을 옹호해왔다. 단순히 “게으르고 용기가 없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당헌 개정을 불사했을 당시 장경태 의원은 지난해 11월 3일 YTN 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자당의 귀책 시 무공천’을 천명한 당헌에 대해 “윤리적 기준에 대해서 5년간 많이 강화됐기 때문에 당헌의 취지 자체가 많이 사문화됐다”며 당 지도부의 당헌 개정 추진을 옹호했고, 당헌 개정을 위한 전 당원 여론조사의 참여율이 낮다는 지적도 강하게 부인했다.

    장 의원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초선의원, 열린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윤 전 총장의 탄핵을 강하게 주장해오기도 했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주장하고자 할 때는 기자회견장에서 면책특권을 내려놓고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영환 의원은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문제와 관련해 당시 청년세대가 느꼈던 보편적 박탈감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당 지도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1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입당 기자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이 당시 관행적으로 해온 행위가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져 보도됐다”며 “(조국 전 장관에게) 허물이 있을 수 있지만 작은 허물을 침소봉대로 부풀려서 국민에게 불신과 의혹을 심어주는 모습이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또 조 전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서 “검찰 권력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견제할 세력이 왜 필요한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가기 됐다”고도 했다.

    초선의원 5인의 이러한 과거 행보를 환기해보면, 당을 향한 성찰을 촉구하기 전에 갈등 국면마다 강성 지지층의 홍위병 노릇을 해온 자신들의 과거를 우선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초선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이틀 후인 11일 다시 입장문을 내고 “당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을 더 크게 거론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는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라며 “결코 친문과 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강성 지지층, ‘초선5적’ 규정…중진들은 강성 지지층 목소리 호응?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반성문을 낸 초선의원 5인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을 ‘초선 5적’으로 규정하고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반성문을 낸 후로 당원들이) 많이 의견을 주고 있다. 문자도 오고 전화도 많이 한다”며 “사무실로도 전화 많이 하셔서 전화를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초선의원들이 패인 분석을 포함한 반성문에 대해 ‘잘못된 분석’이라고 결론지으며 강성 지지자들의 주장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은 전 권리당원 투표로 결정했던 문제인데 이걸 부정을 하려고 하니까 당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조 전 장관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이 문제는 작년 총선 이전에 발생했다. 총선 때 이미 평가받은 사안”이라며 “이것을 보궐 선거의 패인으로 분석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초선의원 5인이 ‘민주당이 언론탓, 국민탓, 청년탓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실제로 당내에는 그런 분위기는 없다. 이런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은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도 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국 수호, 추윤 갈등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가 원내대표 할 때 공수처나 검경수사권 조정, 사법개혁에 대해 70% 국민들이 지지했다”며 “서초동에 나온 수백만명이 조국 전 장관 개인의 입시부정과 비리, 부패를 지켜주기 위해 거리로 나온 건 아니라고 본다. 당시 검찰의 과잉수사 표적수사 정치검사 행태에 대해서 분노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문제를 조국 전 장관의 개인적 문제와 연결해 평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동일시했던 민주당의 노선이 잘못됐다는 초선 의원들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언론개혁 등 민주당이 그간 해온 개혁노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큰 방향에서 그것(민주당의 지난 개혁노선)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금 현재 코로나의 위기 상황이고 경제적으로도 국민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병행해서 잘 하라 요구로 생각한다. 어느 쪽을 포기해라 이건 아니라고 본다”며 기존의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소수이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경우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정당이라고 하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건데, 첫 한마디 내놓자마자 ‘당 나가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문자를 받게 되면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겠나”라며 “우리 당의 민주적인 운영과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내는 데에 오히려 역행하지 않겠나라는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역동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텐데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과 비난은 당을) 더 경직”시킬 것이라고 우려햇다.

    박 의원은 초선의원 5인에 대해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뚜벅뚜벅 용기 있게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위성정당 논란 빠진 반성문
    정의당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게 기득권 정치 민낯”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무위로 돌리는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반성문에 포함조차 돼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의 지점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대표단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정치개혁 유린 행위를 단죄하기보다 따라 하기로 다양한 가치를 짓밟은 민주당의 180석 오만함이 4.7 민심 폭발의 출발점인데 민주당 곳곳에서 나오는 반성문, 심지어 초선 오적으로 낙인찍힌 그들의 반성문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지 못하는, 그것이 바로 기득권 정치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민주당 2030 초선의원들이 당내에서 부당한 공격을 받고 계신 점에 유감”이라면서도 “그런데 ‘반성문’을 제출하는 민주당 어느 인사도, 거대정당이라는 기득권으로 자행한 최악의 ‘정치 불공정’, 지난 21대 총선 당시의 위성정당 사태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거대양당이 자행한 불공정으로 만들어진 기득권 위에 서서 정치를 하고 계시다는 점을, 이번에 반성문을 제출한 민주당 청년 의원들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국정치의 가장 본질적인 기득권, 거대양당 기득권에 대한 성찰 없이 민주당의 기득권을 반성한다고 하지 마시라. 민주당의 새로운 반성문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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