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언론 편파성”이 패인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며 압승했던 더불어민주당이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 내에선 ‘내로남불’, ‘위선’으로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지금이라도 검찰개혁과 같은 정치 이슈보단 민생 관련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당 지도부는 ‘언론의 편파성’을 이번 선거의 참패 요인 중 하나로 꼽으며 여전히 구태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서울 41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다 죄인이다.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것도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들은) ‘종아리 걷어라’하는 느낌이었는데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민심이 왜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는지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지도부 총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참패의 원인을 LH 투기 사건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이전부터 방 안에 재보궐선거라는 유증기가 가득했다. 거기에 LH사태가 라이터 불 하나가 된 것”이라며 “패배의 원인은 민생 무능이고 두 번째로는 내로남불, 세 번째가 개혁 부진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순서가 되게 중요하다. (패배의 원인으로) 개혁 부진부터 내세울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여당이 집권 내내 몰두했던 검찰·사법개혁에서, 이제는 민생경제 개혁으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혼 없는 반성 멘트, 하나 마나한 말로만 혁신을 이야기한다면 대통령 선거도 자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개혁이라고 하면 보통 사법개혁에만 많이 신경들을 쓴다. 사실 우리 사회에 오래 묵혀왔었던 숙제인 국민연금 개혁이나 노동법 개혁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국민연금 개혁과 노동법 개혁 다 어려운 일이지만 갈등을 조정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금 당장 이게 너무 어렵 박수 못 받는다고 안한다면 국민들이 준 숙제를 피해가는 정권이 된다”며 “이런 면에서의 개혁부진을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으면 그 정권은 성할 리가 없다”며 “‘먹고사니즘’의 노선을 복기하고 우리가 국민들 앞에 약속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00대 국정과제를 다시 차곡차곡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성 당원들의 지지 아래 무리하게 추진한 검찰개혁이 이번 선거의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은 또 다른 이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정치적 이슈인 검찰개혁에만 몰두해 민생을 뒷전으로 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의원 출신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가 커졌다”며 “당의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을 더 과감하게 하라는 요구가 있지만 민심은 ‘먹고사는 문제로 힘들어죽겠는데 왜 자기들 이슈에만 저렇게 빠져서 국정을 무리하게 운영하느냐’는 여론이 되게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위선과 무책임의 정치가 종국엔 신뢰의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부여당은 ‘교육 불평등’ 문제로 청년층에 강한 반발을 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내로남불’, ‘위선’ 비판에 시달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며 그를 옹호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핵심은 ‘3년 동안 3무’”라며 “잘못할 때 신속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두 번째는 잘못됐으면 문책을 분명하게 해야 하는데 문책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세 번째 이 정부에서는 잘못한 사람이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신뢰의 위기를 낳았다”며 “최근 부동산 문제도 (국민들이) 단순히 정책의 문제라고만 보지는 않을 거다. 그런 문제를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에서 신뢰의 위기가 오면 백약이 무효다. 민주당이 내걸었던 가치에 대해 신뢰가 무너졌다”며 “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대선도 굉장히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민 “언론 편파적…민주주의에 위협”
당 안팎의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에도 일부 당 지도부는 여전히 “언론의 편파성”을 참패 요인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의 내곡동 의혹에 대해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해주지 않으면서 민심이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언론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이번 선거만 아니라 꽤 오래 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심했다고 본다”며 “민주주의에 상당히 큰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LH 문제도 심각한 문제지만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땅을 인지하고도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느냐 안 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만약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땅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면책이 되지만 사후에라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러 증거들을 보면 (내곡동 땅에 대해) 알고도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점들은 언론이 꼼꼼하게 따져줘야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5%정도 차이에서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 정도 격차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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