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소외받는 노동자들의 무대
        2006년 11월 12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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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총파업으로 한미FTA와 노동법개악을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노동자들의 각오가 국회 앞 여의도 공원의 밤을 오래도록 밝혔다.

    11일 저녁 8시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지지하는 세계 노조 지도자들의 영상메세지로 시작했다.

    국제금속노련 말렌타키 사무총장은 “보다 나은 노동조건 쟁취를 위해 여러분의 나라와 가족을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온 것 알고 있다”며 “여러분의 투쟁에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 투쟁을 지지하며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노총 로스윌슨 위원장은 “공정한 고용관계법 쟁취를 위한 투쟁과 공정한 무역협정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고용관계법과 공정한 무역협정을 위한 투쟁 지지

    OECD 노조자무누이원회 존 에반스 사무총장은 “공무원노조가 당했던 일들은 경악 그 자체였다”며 “더 이상의 노조 활동가들이 구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독일, 남아프리카 등 많은 노총의 대표자들이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연대를 약속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전세계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일본과 아시아에서 온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연단에 올랐다. 일본 전노협 나까오까모따끼 사무총장은 “공무원노조와 비정규직에 대한 탄압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고, 필리핀에서 온 노조활동가는 “필리핀에서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72명의 노조활동가들이 살해당했다”며 “생존을 위해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연단에 오른 전국빈민연합 김흥현 의장은 대형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목을 매 자살한 한 택시노동자의 얘기를 전하며 “노동자가 가장 귀하게 대접받고 노동이 가장 소중한 가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미FTA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평양에 다녀온 통일연대 상임의장 한상열 목사는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36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22일 100만 궐기로 역사를 바꾸자”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차별을 이겨내는 한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공연해 사람들의 공감과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가장 소외받는 노동자들의 무대

    전야제의 무대는 가장 소외받고 탄압받는 노동자들이 절절한 바램을 호소하는 ‘신문고’이기도 했다. 합동단속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한 이주노동자가 서투른 한국말로 연대투쟁을 호소했고, 무노조 삼성에서 쫓겨난 노동자는 말로만 듣던 삼성의 노동탄압을 생생하게 전했다.

    르네상스 호텔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450일째 싸우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부당정리해고에 맞서 630일째 싸우고 있는 코오롱 노동자와 KTX 여승무원이 함께 연단에 올라 탄압받는 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고,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특히 코오롱노조 위원장의 고백과 호소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속죄에 속죄를 드리고자 합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귀족 노동조합이었습니다. 2천명 넘고 평균임금이 5천만원이 넘는 등 따시고 배부른 노동조합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이 절규하고 투쟁하는 사업장에서 연대를 호소할 때 구호로만 흉내로만 연대했습니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뼈저리게 후회하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동지들이 정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늬만 구호만 말로만 하나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가 하나가 되었을 때만이 해결됩니다. 10년 넘게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아온 것을 반성하는 의미로 강고하게 치열하게 투쟁하겠습니다.”

       
     
     

    비정규직이 앞장서서 총파업 승리하자

    전야제 문화행사가 절정으로 다다르던 10시 30분 본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해 10여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로의 투쟁을 나누고, 오는 11월 15일 총파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자고 결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무기한 총파업이 15일에서 22일로 미뤄진 것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했다. 기아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회 일정에 쫓기는 총파업 이제 그만. 중단없는 전면총파업투쟁 즉각 조직하라”는 현수막을 만들어 무대 주변을 돌았다. 

    또 현장의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산별노조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김수억 조직국장은 “산별노조가 기업별지부를 인정하고 현장의 파업권을 제약하려 하고 있는데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전국건설운송노조 박대규 위원장은 “내 사업장에서 같이 투쟁해주지 않는다고 정규직을 원망했지 공장이 담을 넘어 우리가 같이 투쟁했는지 되돌아보자”며 “남을 질타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투쟁해서 정규직이 같이 하지 않으면 위기의식을 느끼도록 만들자”고 호소했다.

    밤 12시 모든 전야제 행사와 집회가 마무리되고 노동자들은 문화마당 주변에 차려진 주점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소줏잔을 건넸다. 노동운동에 대한 반성과 15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토론과 결의와 노랫소리가 새벽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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