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문제 다루는 민주노동당의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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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1일 03: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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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핵실험 사태이후 핵실험 문제에 대해 바르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말았다.

    한반도 핵문제 전반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함은 물론 충분히 예상되던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에 대해서 민주적인 기풍 속에 내부적으로 활발하게 토론해서 당의 통일된 입장을 내오기를 게을리 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핵공격을 위협하고 핵전쟁 시나리오에 의한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언제든 침략할 준비가 되어있는 미국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한 의도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건 상당부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확보함으로써 나라의 안전에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동북아 긴장은 그만큼 높아졌고 세계 평화세력과 연대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핵무기는 그 누가 갖든 세계 민중의 목숨을 담보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그 자체로 가지고 있다.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가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핵무기 보유국과 제국주의 국가의 군사주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는다.

    프랑스가 남태평양 지역에서 벌인 핵실험 결과가 암을 유발시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핵실험은 인류를 위협하는 커다란 환경재앙을 가져온다.

    그런 까닭에 핵무기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를 단 한 숨에 무너뜨릴 수 있고 생태환경에 재앙을 드리우는 인류와 평화의 적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민중, 나아가 세계 민중의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의 핵무기 폐기 요구와 동시에 북한 핵실험도 분명히 반대해야 할 문제였고 지난여름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할 때, 아니 그 이전부터 핵무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와 동시에 세계 핵무장 실태와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공격 방침의 지속적이고도 끈질긴 폭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방침의 위험성, 일본의 핵무장 일보직전 상태를 대대적으로 폭로하고 핵무기 폐기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곧바로 응답할 것을 요구했어야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다면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분명하게 서는 동시에 현재 한반도에 엄청난 규모로 배치되어있는 재래식 무기와 군대의 감축 그리고 미국 또는 일본과 연합 군사 훈련 중지, 나아가 즉각적인 미군철수까지도 요구할 있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감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음으로써 반핵 및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서 궤도 이탈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켰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아주 어려워진 조건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선, 민주노동당은 지난번의 북한의 핵실험은 물론 추가 핵실험과 핵무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전 세계의 핵무기를 완전 폐기하고 나아가 한반도 안팎의 군비와 군대를 절반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작전권 환수가 이야기되면서 더욱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 신무기 도입 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전쟁 불안을 없애고 줄어들게 될 천문학적인 군비를 사회 복지 재원으로 돌리고 민중 위한 경제를 일구는 밑거름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평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군축의 의미를 공유하는 평화의 마당을 전국 방방 골골에 만들어서 민중의 힘을 모아내야 할 절박한 때이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평화군축의 의미를 민중과 공유하고 평화 군축을 향한 구체적인 경로와 상,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내놓고 대중과 공유하는 과정을 밟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 권영길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한국군의 우선 감축과 상호 감축 문제를 동시에 제시한 적이 있고 이후 당 안에 있는 평화군축운동본부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적인 평화군축운동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평화군축 투쟁에 온 힘을 기울이고 나아가 세계적인 규모의 군축을 위한 국제연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미국을 정점으로 한 제국주의 국가와 나라 안의 극우 세력이 설 자리를 없애고 노동자, 민중이 앞장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치조직은 매 정세마다 중요한 현안에 입장을 바르고 명료하게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힘을 쓸 수 있게 된다. 민주노동당은 구체화된 군축요구안을 만들어서 평화군축을 위한 정치적 투쟁에 불을 붙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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