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조직률 왜 자꾸 떨어지나?
    By tathata
        2006년 11월 10일 06: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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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10.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노조 조직률 하락의 원인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지난해 노조 조직률이 전년인 2004년에 비해 10.6%보다 떨어진 0.3%포인트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노조 조직률은 지난 1989년에 19.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지난 2004년 10%대로 진입한 이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파업 등 강경투쟁에 대한 여론 악화, 지도부와 현장 근로자간 시각차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세계일보>는 “고질적인 파업 관행 등으로 노동단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비정규직 증가로 인해 노조 설립의 기본적인 조건 자체가 봉쇄됐다는 것이 주된 원인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세계일보>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captinhan)은 “국민불신이 노조조직률을 떨어뜨렸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며, “비정규직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댓글에 댓글을 단 다른 한 네티즌(seung94026)은 “(직장에서) 어느새 내 옆에 비정규직 수가 늘어 2년 전보다 30%가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인 사원이 노조 가입을 꺼리고 있으며,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조합을 결성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불안 느끼는데 어떻게 노조 만드나"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추세에서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은 고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인 점을 생각한다면, 노조를 설립할 ‘여건’이 주어진 노동자의 수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해마다 고용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거나, 파견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돼 있는 노동자는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을 항상 느끼기 때문에 노조를 설립한다는 것은 ‘해고’까지 각오하게 만드는 크나큰 결단을 필요로 한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98년 금속연맹 조합원은 19만여명이었는데, 현재는 16만3천여명으로 줄었다”며 “정규직이 계속 줄고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나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는 노동자에게 ‘머나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금속노조 KM&I사내하청분회는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용역경비를 투입하고 공격적 집단폐쇄로 170여명의 조합원을 집단해고 했다.
     
     

    금속노조,  지난 1년간 단협체결률 43%

    노동자가 힘겹게 노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못하고 해체되거나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 조직률 하락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동안 금속노조 신규지회의 설립 현황을 살펴보면, 이 기간동안 총 32개 지회가 설립됐으나 신규지회의 ‘생존률’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단체협약 체결률은 4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금속노조가 지난 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지난 1년간 금속노조 신규지회 32개 가운데 18개 지회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노조는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해야만 비로소 ‘대등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체협약 체결은 사용자가 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근로조건과 임금인상 등에 대해 교섭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18개 사업장은 대부분 사용자의 ▲단체교섭 회피와 불응 ▲노조설립 후 사용자의 직장폐쇄 ▲회유나 압박으로 인한 조합원의 노조 탈퇴 ▲조합원 해고나 전환배치 ▲어용노조 설립을 통한 산별노조 거부 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폐쇄의 경우, 전북 군산의 KM&I사내하청분회는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용역경비를 투입하고 공격적 집단폐쇄로 170여명의 조합원을 집단해고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정수기업체인 한우물분회도 사측이 직장폐쇄를 하여 장기투쟁사업장으로 남아있다.

    삼성전자의 납품회사인 태양기전지회은 “노조가 있으면 삼성에 납품을 할 수 없다”며 사측의 끊임없는 회유로 인해 조합원들 대부분이 노조를 탈퇴했다. 이젠텍지회와 대양금속지회는 사측이 ‘유령노조’인 기업별노조를 설립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했으며, 휴먼앤테크지회는 사측이 조합원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교섭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

    단체협약 체결률의 저하는 일시적이기보다는 지속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10월부터 1년간 금속노조 20개 신규지회 가운데 단협을 체결한 지회는 7개에 그쳐 28%에 그쳤다. 단협 미체결 사업장은 대표적인 장기투쟁사업장인 하이닉스 ·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기륭전자분회 등이 포함돼 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조직국장은 “노동조합을 만들면 사용자는 용역깡패 투입, 직장폐쇄, 해고나 징계, 어용노조 설립 등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를 깨려한다”며 “자본의 탄압을 딛고 노조를 지킨다는 것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고용불안을 느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조를 설립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노조가 있으면 회사가 망한다는 사용자들의 적대적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노총이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적극 앞서고, 산별노조는 신분보장기금, 지역지부의 밀착된 지원과 연대투쟁, 공동파업 등으로 노조탄압을 돌파해 나가는 길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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